편협한 사고, 빈약한 전략

▲ 유튜브 캡처

미국의 위험한 도박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전례 없는 상원의원 전원에 대한 대북 브리핑과 외교안보팀 합동성명을 통해 대북 압박정책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군사적으로는 기습적인 사드 배치 강행과 핵잠수함 미시간호의 부산 입항,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밴3 시험발사, 칼빈슨 항모전단 동해 재진입 등 핵무력을 한반도에 집중시켜 군사적 압박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경우는 처음이다. 북한이 세계가 우려했던 태양절, 창군절에 핵, 미사일 시험을 자제한 것과 대비된다.

사상 초유라는 미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국장 합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경제, 외교적 압박(제재)을 극대화하여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른바 “책임 있는 국제사회(중국)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증대하도록 관여”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즉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을 대북 압박에 나서도록 강제하여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해체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최대의 압박(Maximun Pressure)’을 통한 ‘비핵화 대화(Engage ment)’ 전략이다. 여러 언론에서는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빠졌다고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런 정책기조는 지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르지 않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대북 원유공급 제한 ▲북한의 어업권 판매 차단 등 제재 압박계획은 ‘전략적 인내 1.5’ 그 이상이 아니다. 편협한 사고에 빈약한 전략이다.

중국이 나선다고 북한이 굴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참으로 안일한 발상이다. 이미 중국에 대해서도 “파국적 후과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북한이다. 연합뉴스조차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순탄하게 북한 비핵화라는 결실로 연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런 정책기조로는 한반도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도 북한의 반발을 예상하고 있는지 강도 높은 군사행동을 병행하고 있다. 사드 기습배치는 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뒤엎은 폭거이자 북의 위협에 미국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언론은 미국이 “한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던 배치 연기 입장을 뒤집고 새벽에 도둑처럼 사드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 ▲북한에 대해 압박을 더 강화하라는 대중국 압박용 ▲한국 차기 정부와 타협 없는 배치 강행의지 등으로 분석하였다. 그러나 당장 대중국 공조를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도 보류한 미국이 중국의 거센 반발이 뻔한 사드 배치를 중국 압박용으로 서둘렀다고 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그보다는 반입된 2기의 사드를 시험가동 없이 하루 만에 실전 운용 상태로 작전 배치한데서 알 수 있듯이 임박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4일 노동신문 논설에서 한반도 해역으로 재진입하는 “칼빈슨호를 수장시켜 버릴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북)를 기어이 압살하기 위해 칼을 뽑아든 이상 우리는 정의의 장검을 뽑아들고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강경한 주장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역시 최대 규모의 핵잠수함 미시간호를 한반도 해역에 배치하고 26일(미국 시각)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를 지난 2월에 이어 또 시험 발사하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은 기를 쓰고 막으려 하면서 자신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자신이 하면 정당하고 남이 하면 불법 무도하다는 전형적인 이중기준이다. 이런 행동은 북을 겁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의 명분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의 말처럼 북한이 아직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없다는 전제에서 군사적 압박작전(pressure campaign)을 병행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모험적 도박이다. 때를 같이해서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뉴스는 “전쟁의 북소리: 칼빈슨 항모전단 지금 북한의 타격범위 안에”라는 기사를 보도하였다. 미국은 출로를 어떻게 열려고 하는가.

그나마 주목할 점은 이번에 발표한 미국의 외교안보팀 합동성명에 대북정책의 목표로 ‘핵, 탄도미사일 해체’와 함께 ‘핵 확산 프로그램의 해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24일 뉴욕타임스가 ‘국가안보팀’을 취재해 보도한 ‘북핵 동결 후 폐기’라는 2단계 해법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북한에 초고강도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가해 실험을 동결하고 보유량을 줄이도록 하고’ 이후 궁극적으로 “그 기회를 이용해 북한이 모든 무기를 포기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오바마 정부에서도 여러 전문가들이 제기한 바 있고, 맥마스터 보좌관 등이 발언한 이 안이 이제 트럼프 정부의 공식성명 안에 들어간 것은 조금은 진전된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사, 경제적 압박 같은 적대적 방법으로는 작은 목표라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 없이는 대화는 없다고 이미 밝혔다. 미국은 제재와 압박이 아니라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인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각종 경제제재 해제를 제시하면서 대화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대결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곧 세워질 새 정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촛불혁명의 요구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다. 더 이상 외세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전시작전권을 바로 환수하고, 사드배치를 철회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 대북 적대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협정의 길을 여는 정권으로 우뚝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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