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적폐는 바로 한미동맹이다

대선을 10여일 앞둔 26일 새벽 4시40분에 미국은 한국경찰 80개 중대 1만 여명의 경호하에 사드 핵심장비를 소성리에 도둑 배치했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가 정점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가 대선 후 배치 논의를 공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자기나라 외교안보정책을 선택하는 가장 주권적 행위가 진행되는 백주대낮에 버젓이 진행된 만행이다. 이게 나라인가? 

촛불항쟁에서 가장 긴급한 적폐 중의 하나가 사드배치였다. 그런데 심상정, 김선동 후보를 제외한 유력 대선후보들은 전부 사드 찬성으로 돌아섰다. 안철수 후보는 말을 바꿨고, 문재인 후보는 조건부로 선회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보수 후보들은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고 강변한다. 중미, 미일간 공조가 강화되고, 마지막 대북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주권적 절차가 일방적으로 무시되어도 관계없다, 한미FTA 재협상 무역보복도 관계없다, 한국 정부를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도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한국 정부와 논의없이 대북 선제공격을 결정해도 북한만 무너뜨릴 수 있다면 관계없다는 태도이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이 도대체 누구를 지키고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며, 무엇을 위한 한미동맹인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북이 고강도 대미압박에 들어가고 북미간의 대결이 고조되면서, 한미동맹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헤리포터의 마법사 볼드모트의 이름처럼 금기시되고 있다. 

이 와중에 문재인 후보의 중도층 확산전략, 통합전략, 안철수 후보의 우클릭 전략과 맞물리면서 분단 적폐세력의 귀환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대북제재론은 사드찬성론을 이끌고, 사드찬성론은 대북주적론, 대북붕괴론을 무덤에서 다시 부른다. 그리고 현재의 성주·김천 주민의 권리, 대한민국 국민의 외교안보 선택권은 무너진다. 미래의 평화는 사라지고, 전쟁도 가능하다는 식의 논리가 퍼진다. 

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이 사실은 한미동맹이다. 모든 주권에 대한 유예, 철저한 적폐청산에 대한 유보, 진보개혁진영의 고립과 우클릭을 이끄는 분단적폐 질서의 가장 높은 곳에 한미동맹이 있다. 그것도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전혀 존중하지도 않는 한미동맹이 있다. 대북압박과 사드배치, 전술핵 배치를 구걸하는 입장에 서 있는 보수정객들조차도 트럼프 행정부가 언제 북미평화협상에 나설지 불안해하면서 한미동맹을 외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어두운 시절에도 “용미론”(미국을 활용하자)을 주창한 바가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효순이 미선이 촛불에 나가, “한국 국민이 반미 좀 하면 안됩니까?”, “미국 대통령과 밥만 먹지는 않겠다”고 호기라도 부렸다. 구체적으로는 전작권 환수를 추진했다. 이재명 후보는 예비후보 시절 “자주적 균형외교”를 주장했다. 

국민들은 중국과 미국의 갈등구조, 미일간 발생하는 “코리아 패싱” 등의 현상을 보고 자존심이 상해 있다. 구한말 열강들의 나눠먹기의 희생물이 되었던 시기와 지금은 매우 유사하니 자주적 입장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이미 대중화된 지 오래이다. 그나마 유력후보 중 문재인 후보는 중미 동시행동을 끌어내서 한국 외교의 주도권을 찾고, 대북협상과 남북관계 회복을 도모하겠다며 일부 진전된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묻지마’ 한미동맹을 고구려 시대처럼 한반도 중심의 자주와 균형외교로 전환해 보겠다는 대통령을 가지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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