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된 나라 지도자의 제일 덕목은 평화통일 비전

안보는 착시현상을 자주 일으킨다. 우선 적이 존재해야 하고 그들의 무력만큼 이쪽도 무력을 준비해야 안전한 나라가 된다고 믿는 것이 그것이다. 대통령 선거 안보이슈를 둘러싼 토론을 보다보면 참 망가져도 많이 망가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 상식이다. 전쟁 당사자들 간 교전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화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지금 무엇보다 우선 힘을 쏟아야 할 것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다.

트럼프가 시진핑을 만나는 도중 보란 듯이 시리아를 잔인하게 공격하였다. 세계최강의 무력을 가진 미국이 북을 향해 선제타격이니 참수니 온갖 협박공갈을 일삼는다. 텔레비전에는 연일 한반도를 향해 오는 미 항공모함의 모습이 방영되고 있다. 북은 전 세계 외신기자들을 모아두고 열병식을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을 보여주었다.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고 마지막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 이 극한 대립을 중단시키고 전쟁이 아닌 평화적 수단에 의한 문제해결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소위 출구전략이다.

분단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한번 전쟁을 치른 아픈 과거를 가진 민족의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최소한 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한반도 평화비전을 보고 싶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남북 간 오랜 불신과 대립의 벽을 뚫고 이룬 역사적 쾌거였다.

그것도 국가 최고정상들 간 약속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숱한 고난을 겪은 후 결국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큰 인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공영의 미래, 서해의 영구적 평화를 꿈꾼 거인이었다.

이 엄중한 시기에 기껏 ‘퍼주기’, ‘주적’ 논란을 벌이고 심지어 북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건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이명박 박근혜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보수후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사람들조차 그 비전이 보이질 않는다. 서로 경쟁하듯 전방으로 달려가 군복으로 갈아입고 전쟁불사를 외쳐서는 답이 없다. 한미동맹을 그 무슨 금과옥조처럼 되뇌고 있는 한 정권교체의 의미는 간판교체에 불과하다. 분단된 나라 지도자의 제일 덕목은 평화통일에 대한 비전이다.

누가 더 안보적임자인가의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이 환구시보를 통해 황당한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이 북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할 경우 군사개입을 하지 않고 38선을 넘으면 군사 개입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한반도 전쟁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누가 우리 민족 전체의 운명을 뒤집어 놓을 그런 권한을 미국과 중국에게 주었는가? 기막힐 노릇이다. 일본과 청나라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키던 역사적 고통이 생생히 떠오르는 순간이다.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하자’는 6.15공동선언의 첫 정신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나는 일관되게 북을 제재하고 압박하는 것에 반대하며 한미동맹의 이름 아래 미국의 핵우산에 갇히는 것을 반대해 왔다. 지난 겨우내 나는 새로운 나라를 꿈꾸며 촛불을 들었다. 소중한 나의 한 표를 제대로 던지고 싶다. 미국과 중국을 단호하게 꾸짖고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민족끼리 머리 맞대고 풀어보겠다는 통 크고 배짱 있는 대통령을 정말 보고 싶다.

모두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이야기한다. 나는 어려울 때, 앞이 안 보일 때, 누군가는 그 길을 개척해야 할 때,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사람을 좋아한다. 물론 그럴 리 없지만 언론이 자주 비춰주지 않는다고 주눅 들거나 힘들어 하지 말고 파이팅하길 바란다.내가 비록 당선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김선동 후보를 내심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보들의 주장을 가만히 비교해 보면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가 가장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관점에 서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김선동 후보는 많은 이에게 한미FTA 통과를 반대하며 최루탄을 뿌린 기개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지만 나에겐 무엇보다 우리 민족의 자주와 평화통일을 위해 신념으로 한 길 살아온 점이 깊이 남아 있다.

말은 하지 않으나 당당한 나라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믿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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