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체감경기 여전히 바닥인데 관료들만 “좋아지고 있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사진제공: 뉴시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경제 낙관론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 체감경기가 여전히 바닥인 상태에서 몇몇 지표를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억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각)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출이 최근 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있고 소비가 아직 부진한데 수출이 더 좋아지면 소비도 따라갈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치인 2.6%보다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재부 한 고위공직자도 “탄핵 정국 이후 지표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보인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발언들이 나온 배경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게 작용했을 수 있다. 조만간 한국은행이 발표할 1분기 성장률이 연초 예상보다 높을 경우 이런 낙관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통계수치만으로 우리 경제 전반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대졸실업자는 50만 명을 돌파했다. 20년 만에 고용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상반된 자료로 있지만 대부분 1회성 건설업 일자리가 늘어난 때문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용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에 집중돼 있어 내수회복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가계부채 한계가구가 200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지만 현 정부 내에서 주택담보대출(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강화는 불가능해 보인다. 기업대출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중소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 기업들이 빌린 돈은 사상 최초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는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합해서 구한다. 이 경제고통지수는 올 1분기 6.4로 2012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초고치를 기록했다.

서민 체감경기가 이 지경인데도 몇몇 경제지표가 좋아진 것은 일부 대기업과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코스피 37종목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시장도 뜨거워서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사상최초로 6억 원을 넘어섰고, 강남권은 10억 원을 웃돌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도 3억 원을 넘어섰다.  

이런 경제상황이 계속될 경우 추가경졍예산(추경) 집행으로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도 있지만 1분기에 이미 재정의 31.7%를 쏟아 부은 상황이다. 그래서 4분기가 되면 돈을 쓰려해도 남는 재정이 없는 경기절벽이 올 수 있다. 유 부총리를 포함한 관료들은 경기호조를 근거로 하반기 추경편성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일부 유리한 통계를 이용해 하반기 추경을 막아 자신들이 무리하게 재정을 당겨쓴 책임을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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