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의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대응] (4) 작업공정의 변화

한국 제조업의 생산방식은 1998년 IMF 구조조정 이후 자동화가 시작되었고 이것이 정보통신혁명(전사자원관리시스템, 무선통신망 등)과 연결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자동차, 전기전자 등 가공조립산업은 자동화, 모듈화, 외주화, 글로벌생산을 통한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했고 석유화학, 철강, 조선, 기계 등 중화학 부분은 설비 자동화, 무선 원격제어 검침, 간접부서 외주화 등을 실행하였다. 전 산업에서 자동화, 외주화, 글로벌생산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자본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도입되면서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첫째, 자동화가 엔지니어와 로봇이 주도하고 비정규직을 투입하는 숙련 배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경우 자동화율이 차체용접 100%, 도장 70%, 의장 14%이다(헤럴드경제 2016. 3. 31). 가공 라인의 90% 이상은 로봇에 의해 자동화되어 프레스, 용접, 도장, 사출 등 3D 작업에서 수작업이 사라졌다. 일부 공정에서 재료를 투입하는 정도만 사람이 수행하고 있다.

[그림 1] 품질 검사장비 비전

▲ 사진출처: envision 홈페이지

조립라인은 사람과 로봇이 혼재되어 있다. 의장라인은 아직 수작업이 많으나 품질관리 장비인 비전, 토크 매치, 하이비스(터치스크린) 등으로 검사공정이 자동화되고 있다. 비전은 이물질, 긁힘, 흠집 등 불량을 파악하는데 인공지능 기능이 들어 있다. 현재 완성사에서는 도장 품질검사, 무인공정 품질검사에 설치되어 있고 부품사 등 제조업 전반에서는 압력, 습도, 색깔, 조임 강도 측정(피스톤 홀, 다이캐스팅 내부 결함, 제품 표면, 부품의 조립, 도금, 베어링 결함, 엔진블록 결함 등)에 사용되고 있다. 

하이비스는 품질 문제점을 전자펜이나 터치스크린으로 기록하여,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예전에는 품질문제 등을 키퍼공정에서 볼펜으로 기재하여 정보공유 속도가 느렸다. 이 시스템은 IT기술을 이용해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공정에 즉시 통보를 하고, 불량 수정 여부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불량제품 사전 방지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전자펜에 GPS 등 위치센서가 달려 현장감시 논란 도입 늦어졌고 현재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하여 대부분 공장에서 도입되고 있다. 당시 “개개인의 작업이력이나 실수 등이 전산기록으로 남아 악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하이비스 정보로 개별 불이익 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설치되었다. “작업량이 늘어 불편하다”는 주장도 있다. 회사 측은 해외공장에서 생산과정 불량 방지율이 적용 이전 85% 수준이었지만 최근 약 96%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 현대차그룹은 2015년 9월23일 대전 리베라호텔에서 '스마트공장 추진 발대식'을 개최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마트공장 ‘제조업 혁신 3.0’ 지정공장인 현대자동차(아산)에서는 생산과정을 ICT와 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웨어러블 스마트워치를 자랑스럽게 공개하였다. 아산공장은 7개 차종이 한 라인서 혼류 생산되므로 이종 발생 가능성 차단 목적으로 스마트워치에 3가지 항목 즉 차종, 부품명, 세부정보가 표시된다. 작업자는 모니터를 미처 못 보더라도 시계를 통해 정확한 부품 장착을 할 수 있어 이중으로 스크린 할 수 있다. 이종이 장착되면서 스마트워치가 알람을 통해서 알려준다. 이상훈 아산 공장장(전무)은 기존 1.2% 불량률에서 50% 이상 절감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팔뚝에 부착하면 불편함과 감시 우려 등으로 반발이 있었고, 현재 기술적인 문제로 중단된 상태다. 

또한 신제품 투입시마다 자동화 공정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자동차 앞 유리를 사람을 들어서 끼웠으나 이제는 로봇이 들고 장착한다. 기존에는 자동차 앞뒤 좌석을 사람이 모두 끼웠으나 이제는 앞좌석은 로봇이 장착한다. 

정비는 자동차 진단 장비인 OBD 커넥션에 연결하면 고장 발생 부위가 화면에 표시된다. 과거 숙련 정비공이 고장 부위를 찾고 수리하던 역할은 거의 사라졌고 모듈단위로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이 대부분이다. 정비작업이 수리에서 볼트를 풀고 조이는 교체 작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전기전자제품은 PC와 같이 원격수리도 가능하다.

판매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정규직이 있으나 딜러가 늘어나고 있고 삼성전자서비스, 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은 모두 딜러 체제이다.

둘째, 외주화/별도법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핵심 공정을 제외한 간접부서를 사내하도급, 파견, 아웃소싱으로 외주화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청소, 경비, 포장, 운송, 설비 보수, 영업판매, 정비 등의 간접부문이 대부분 외주화되었고 직접생산의 조립라인도 외주화되고 있다. 최근 불법파견 등으로 논란이 되자 조립라인과 가공라인을 통째로 자회사 등 별도법인으로 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 사내하도급은 노동부 고용형태 공시 자료에서 비정규직 통계가 잡히지만, 별도 법인은 대부분 도급이나 파견업체에서 인력운영을 하고 있지만 소규모이고 대기업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비정규직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외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에 3교대 근무 등 장시간 노동과 일방적인 고용조정(2년마다 재고용, 11개월 근무 후 재계약으로 퇴직금 기피 등)으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다. 

셋째, 부품공급 조달을 통한 먹이사슬이 고도화되고 있다. 먼저 모듈업체 중심의 관리방식이다. 모듈업체가 공장(부동산)과 설비를 투자하고 아이템까지 결정하면 인력 운영업체(파견근로)가 와서 생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비정규직 모듈공장이 존재한다.

다음으로 물류업체 중심의 관리방식이다. 주간연속 2교대가 진행되면서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진 부품사들의 창고보관, 서열작업 등을 서열업체가 대신하였다. 여기서 G기업 등은 명의만 빌려주고(프랜차이즈) 수수료를 받는다. 서열업체 사업주가 자기 땅에 공장 짓고 설비투자하고 인원관리까지 해서, G기업 명의로 완성사에 납품한다. 완성사 물품대금에서 K기업에 수수료로 제하고 서열업체에 지급된다. 

결과적으로 최종 조립회사의 계열사인 모듈업체와 물류업체가 부품사의 물량을 가져가게 되므로 부품사들의 작업량이 감소되고, 중간착취가 증가되며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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