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치광이 이론'을 가동하나?

“매드맨 이론(Madman Thery)”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패망이 명백한 베트남 전쟁을 모양 좋게 끝내기를 원했다. 그런데 파리 평화회담에서 월맹의 호치민(胡志明)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1969년 10월 닉슨은 갑자기 미군에 3차 대전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군 지휘관들은 어리둥절했다. 어쨌든 핵을 장착한 전투기, 미사일을 적재한 잠수함들이 움직였다. 10월 27일에는 미 전략공군사령부가 핵무기를 탑재한 B-52 폭격기들을 소련을 향해 발진시키기까지했다. 작전명은 ‘거대한 작살’(Giant Lance)이었다. 이 작전은 3일간 계속됐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키신저는 소련을 방문하여 “우리 대통령이 미쳤다. 핵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닉슨은 미국이 핵전쟁을 시작할지 모른다는 위협을 보내면, 당시 북베트남을 배후 지원하던 소련이 위협을 느껴 미국의 말을 듣도록 북베트남을 설득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베트남의 호치민은 속지 않았다.

닉슨은 이후 비서실장 H.R.홀드먼에게 이를 '미치광이 이론'이라고 불렀다. “미치광이 이론”은 1950년대 핵불안 속에서 나온 게임이론의 산물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이제는 국제정치학에서 “협상 상대방에게 자신을 미치광이로 인식시키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미치광이 이론, 미치광이 전략”이라고도 부른다.

지금 트럼프가 한반도를 놓고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중국 시진핑을 불러놓고 차를 마시기 전에 시리아를 공습하고, 자랑스럽게 폭격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9일에는 칼빈슨, 레이건, 니미츠 등 3대의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집결시키도록 조치했다. 13일에는 미공군은 아프카니스탄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라는 별칭을 가진 GBU-43을 투하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는 “북을 겨냥한 것”라고 퍼뜨린다. “중국이 행동하라”, “중국이 하지 못하면 미국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는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중국과 북한이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금 행동을 보면 국제적인 “조폭같다.” 여기저기를 마구 부수며 근육자랑을 하면서 미치광이 흉내를 내고 있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왜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가 떠오를까?

주인공 현수(권상우)는 학교 건달 종훈(이종혁)의 행패를 참지 못하고 한 판 붙기 위해 몰래 절권도를 연습한다. 그리고 종훈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발생한다. 현수는 이렇게 말했다.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 해? 옥땅으로 따라 와!”

북한이 이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니 현실은 오히려 여기에 가깝다. 과연 미국은 옥상으로 올라갈 것인가? 체면이 있으니 안 올라갈 수도 없다. 영화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선방치는 놈이 이긴다”

한반도 상황이 딱 이렇다. 영화는 추억이지만, 전쟁은 공멸이며, 재앙이다.
트럼프가 미치광이 노릇을 할 때는 하더라도 결론은 “햄버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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