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북, 해외 전민족에게 길을 묻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한미합동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기간 때마다 반복되는 위기 정세라고하기에는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 시리아 폭격에 이어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남쪽 앞바다로 되돌아오고 있고 미국 언론은 연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떠들어 대고 있다. 이것이 ‘북폭’이 될지 한국 대선 국면에서 ‘북풍’으로 그칠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 국민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미국의 일방적 고강도 군사 행위가 매우 위험수위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4월 위기설이 팽배한 일촉즉발의 정세 속에서, 4월11~12일 전민족대회 남. 북. 해외 제2차 실무위원회가 개최되었다. 민주노총은 실무위원은 아니었지만 남북 노동자 실무회담이 같은 일정에 개최되었기에 남. 북. 해외 제2차 실무위원회 회의에 동석할 수 있었다.

한국 대선이라는 정세 상황으로 인해 전민족대회에 대한 구체적인 상과 일정, 계획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 북과 해외측은 아무것도 확답하지 못하는 남측 상황에 대해서 안타까워했다. - 그러나 남. 북. 해외의 상호 조건과 전민족대회 성사를 위한 과정(방안)에 대해서 허심하게 토론한 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 뚜렷해 진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1948년 연석회의 이후 조국통일을 위한 수차례의 정치회합이 제안되었지만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나마 조국통일에 대한 뜨거운 마음으로 불허 속에서도 사선을 넘었던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 학생’이 남. 북. 해외의 조국통일 정치회합에 참여했던 정도였다.

그러나 역사적인 2000년 6.15공동선언의 탄생으로 비로소 남북은 ‘합법적으로’ 대규모 상봉과 의미 있는 정치적 회합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2005년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양에서 개최된 6.15 민족공동행사에 참석했고 그 후 서울 8.15 민족공동행사에 김기남 비서 등 북측 고위급 인사가 방남하여 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역사적인 사변들이 벌어졌다. 이것이 2007년 10.4공동선언 합의에 결정적 토대가 되었다.

이처럼 정부당국과 민간의 만남은 조국통일의 정치적 토대이자 기폭제가 되어왔다. 우리가 열어내고자 하는 전민족대회의 상은 이런 것이리라. 제2의 6.15를 열자는 것은 조국통일의 전환기를 열자는 것이며 무엇보다 정부당국과 민간이 함께 할 때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측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지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하에서 6.15와 10.4 공동선언 정신은 철저히 부정당했고 우리 사회에 대한 상식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종북’으로 매도당하고 탄압받아 왔다. 그렇기에 전민족대회 성사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간의 오해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당면한 정세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무회담, 군사회담 등을 포함하여 오랫동안 막혀 있던 민간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미 지난 2월 6.15 공동위원회 남. 북. 해외 의장단 회의에서는 6.15~10.4 운동기간을 선포했으며 노동, 농민, 여성, 예술, 종교 등 각계각층에서 다채로운 교류사업을 합의했다.

그리고 이번 제2차 실무위원회에서는 힘 있는 전민족대회 개최를 위해 남. 북. 해외 대표단 규모도 기 합의보다 대폭 확대하였으며 전민족 회의의 대표성을 상징하기 위해 ‘대표증’도 수여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6.15와 8.15 민족공동행사를 비롯해 다채로운 부문별 상봉 모임과 각계각층의 대표자회의도 진행하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북측 동포들의 서울방문이 예정돼 있는 ‘8.15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의 성사와 북측의 방남은 남북 화해와 만남의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 전민족대회 성사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2015년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박근혜 정권 때도 승인했던 만남이다. 5.24 조치가 엄연히 존재하는 속에서도 대규모 평양 방문을 허가하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서울로 오겠다’는 북측 대표자들의 방남을 새 정부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남북관계 회복과 평화실현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 질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의 한반도와 파탄 난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조국통일로 나아갈 길을 묻고 있다. 이 길엔 좌. 우가 없으며 당국과 민간이 없다. 누구라도 ‘조국의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전민족대회’에 참가해서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제기하고 허심하게 토론하는 장이 될 것이다.

남. 북. 해외 민족 구성원이 지혜를 모으는 자리. 조국통일을 위한 온 겨레의 정치 대회합인 전민족대회 성사의 역사적인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전민족대회 성사로 조국통일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토대를 마련하고 제2의 6.15 시대를 기필코 열어내자.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국장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