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의 LP로 듣는 한국현대사(26) 노래를 찾는 사람들 : 노래를 찾는 사람들3 (1991)

▲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와 들불야학 교사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사진출처 : 유튜브 화면캡처]

재야와 시민단체들이 행사를 시작할 때 정부의 국민의례와 다르게 치르는 의식이 민중의례인데 여기서는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이런 재야의 민중의례 의식은 1980년대부터 공식화되었고 각종 민중의례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동자, 농민, 학생들의 또 다른 애국가로 불렸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애국가를 대신해 불린 배경에는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가 친일파라는 이유에서 친일파가 만든 애국가가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기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애국가의 모태가 되는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이 일제 강점기 만주괴뢰국 축전음악으로 사용된 곡과 매우 흡사하게 만들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렇게 80년대 이후 재야단체를 중심으로 또 다른 애국가처럼 불려온 임을 위한 행진곡의 탄생은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맞선 5.18광주민중항쟁과 깊은 연관이 있다. 처음 이 곡이 만들어지던 당시인 1981년 5월은 광주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던 때였다. 전두환 신군부가 일으킨 광주학살을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해야 될 만큼 어려운 시기였다. 광주를 말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사람인 종교인까지도 광주의 비극을 사람들에게 전했다는 이유로 백주 대낮에 깡패들에 의해 다리가 부러져 나갈 정도로 맞아야 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광주의 참혹한 고통을 함께 겪었던 사람들에게는 1980년 광주의 비극 1주기를 아무일 없던 것처럼 보낸다는 것 자체가 먼저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이렇게 괴로워하던 지식인들 사이에 광주항쟁 1주기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쓰러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광주지역 들불야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1978년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이 유족의 뜻에 따라 올려진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빛의 결혼식’이라고 불린 이 영혼결혼식에서 쓸 노래를 찾던 중 재야의 지도자인 백기완 선생의 시에 작곡가로 활동했던 김종률씨가 곡을 붙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게 된다. 노래극 형식으로 ‘빛의 결혼식’ 테이프에 수록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녹음에 녹음을 거쳐 대학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대학가에서 5월 광주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노래로 불려지고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모든 집회 과정에서 광주를 넘어 전두환 정권의 잔인성과 독재를 폭로하는 대표적인 노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이 노래는 대학가와 노동현장에서 불리던 80년대만 해도 금지곡이어서 일반인들은 접할 수 없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각종 이유로 금지되었던 노래가 조금씩 햇빛을 보면서 이른바 ‘민중가요’가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민중가요 대중화의 주역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1984년 서울대의 ‘메아리’와 이화여대의 ‘한소리’ 등 대학가에서 활동했던 민중노래 동아리 출신들이 모여 만든 전문노래패다. 이 당시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음반제작에 도움을 준 사람은 가수 김민기였다. 김민기의 도움으로 첫 음반 ‘노래를 찾는 사람들1’을 제작했지만 이 음반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사장되었다. 이후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민중가요들이 조금씩 대중화되기 시작해 제도권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이 1987년에 다시 복각되어 나왔고 1989년에 나온 ‘노래를 찾는 사람들2’가 당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민중가요의 대중화를 불러왔다. 그리고 1991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3집에 그동안 구전으로만 불려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수록되어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렇게 대중화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광주의 원혼을 기리는 곡으로 해마다 불리게 되었다.

 

최현진 담쟁이기자 단국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매체인 ‘코리아포커스’ 기자로 일했으며 통일부 부설 통일교육원의 교육위원을 맡기도 한 DMZ 기행 전문해설사다. 저서는 <아하 DMZ>, <한국사의 중심 DMZ>, <DMZ는 살아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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