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의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대응] (2) 한국에서의 4차 산업혁명 도입 사례

▲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VR을 통해 접근이 어려운 공장 내부를 볼 수 있는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글로벌 ICT 기업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국내에 진출해 있다. 구글은 검색, 번역, 포켓몬 고 등을 제공하며 광고비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고, 페이스북은 1600만 명이 넘는 한국 가입자들에게 개인 패턴에 맞게 기사를 올려준다. 가천대 의대와 부산대 의대 등 국내 5개 종합병원에서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하여 암 진단 등에 사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네이버 등이 인공지능으로 통역/번역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하여, 통번역 대학원(이화여대, 중앙대) 진학율이 10% 감소하였다. 마이드앱 등 국내 기업들이 음성비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현재 은행, 보험사의 콜센터에서 사람 전화 한 통에 1500원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인공지능은 한 통당 150~500원이면 가능하다.

금융산업은 개인고객의 카드 소비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사람 대신 로봇이 투자방향을 정하고 자산관리를 해주는 robo-advisor, 은행 지점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생체인증 P2P, 모바일 결제, 인터넷전문은행, 블록체인 등이 이미 도입되어 있고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이다. 케이뱅크는 사흘만에 10만6천개의 계좌가 개설되었는데 이는 시중 모든 금융기관이 한달동안 개설되는 계좌 수의 4~5배에 이른다. 이런 추세면 향후 은행 점포가 사라지고 대규모 금융시장 고용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전력 등에서는 사물인터넷을 이용하여 고장 예지, 수명 예측, 고장 자동복구 등을 위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제어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시간 계통진단을 위한 전력정보 시각화를 이용한 “송변전 종합 예방 진단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 제조업에서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도입 현황을 보면 전자산업이 가장 앞서 있고, 자동차산업 등 모든 산업에서 대기업들이 뛰어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부터 조리기기, 식기세척기 등 프리미엄 주방가전 패키지의 디자인을 통일하고, 전 제품에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했다. 이 제품들은 패밀리허브2.0 기술이 적용돼 음성인식을 통해 제품을 제어·관리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제품의 작동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4월 출시하는 스마트폰 S8은 음성비서 서비스 빅스비가 개발되어 “빅스비 지금 내 스마트폰 캡처해서 김OO에게 메시지로 보내줘”라는 명령이 가능하고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해서 정보를 주는 비전(vision) 기능도 추가되었다. 

엘지전자의 딥러닝 기술 ‘딥씽큐’ 탑재한 에어컨과 로봇청소기, 냉장고 등은 사용자의 사용습관과 제품 사용환경 등을 스스로 학습하여 최적의 기능을 제공한다. 에어컨은 사용자가 머무르는 공간을 스스로 파악해서 집중 냉방하고 로봇 청소기는 사람의 발과 일반 장애물을 구분하여 같은 높이의 물체라도 사람의 발이면 넘지 않고 대기하거나 우회한다.

두산중공업은 8곳의 발전소를 원격으로 운영 중인데 올해 말까지 16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보통 발전소는 2000년대 초까지 각종 정비나 부품 교체를 위해 1년에 10~20일 정도 가동을 중단하는데, 하루 중단시 20억 원의 매출 손실이 있다. 그러나 원격관리 서비스(RMS)를 적용한 뒤에는 ‘쉬지 않는 발전소’가 되었다. 발전소 내 온도, 압력, 유량 등 5만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장이 날 만한 징후를 사전에 알려주면 부품 교체나 사전 수리를 하여, 셧다운 없이 정비가 가능하다. 이로써 당진 화력발전소 5호기는 RMS 도입 후 21억 원의 경비를 절감하였다고 한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2017년 2월 가스터빈 사후관리 및 서비스 부문을 BG로 격상(부사장급)시켜 GE(제너럴 일렉트릭)와 같은 사후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효성은 전력설비 유지보수 분야인 Asset Management 솔루션 개발에 IoT,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하여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장과 유지/보수시기를 예측하여 고객 설비의 수명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스마트쉽 오션링크를 개발하여 선박에서 생성된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하여 운항 효율 향상과 기자재 수명관리(인공위성으로 육지에서 선박의 기기, 장비 고장 등 탐지)를 할 수 있다. 이로서 기존 생산 중심에서 리스, A/S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하여 △조업관리 △품질관리 △인공지능 △버추얼 팩토리 △안전관리 등 다섯 가지 이점을 누리고 있다. 조업관리에서는 압연설비에서는 설비에 장착된 압연기에 IoT 센서 부착하여 롤 사이 압력, 진동, 롤 스피드, 윤활 상태 등 모든 데이터 수집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실시간 자동제어가 가능해 최적의 조업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버추얼 팩토리는 3D 가상설비에 실제 조업환경을 부여한 사이버 공장 구현해 생산공정 시뮬레이션하고 신제품 품질 예측 등 조업조건을 사전 검증한다. 이를 통해 빠른 시일 내 고품질의 생산체계 구축할 수 있다.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자는 사이버공장 설비 운전방법을 학습해 작업 오류를 최소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조 원을 투자하여 스마트공장을 2020년까지 1만개 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2015년에 발표하였다. <그림 1>과 같이 전자(삼성, LG), 자동차(현대), 기계(두산, 효성) 등 업종별로 대표기업을 설정하여 납품사/계열사 등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그림 1> 정부의 스마트공장 확대 계획

▲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 발표자료 인용(2015.3.19.)

그러나 산자부의 계획은 목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전자산업과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선진국 수준의 기술과 시스템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하였고, 중소기업은 훨씬 느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이 본격화될 예정이었던 2016년 하반기에 촛불혁명이 폭발하면서 박근혜, 최순실 등 국정농단 세력들이 주도했던 모든 사업들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정치색이 옅은 경제 및 산업 차원의 사업은 부처간 조정을 통해서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동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다. 미래과학부는 중소기업에 1만 개 스마트공장 시스템 보급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고(1조 원 투자 계획) 또한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정밀의료, 신약,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자율주행,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경량소재, 스마트시티)를 1조6천억 원을 들여 추진하겠다고 2016년 하반기에 제출하였다.

미래과학부의 사업에 대해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17년 1월31일 예비타당성 심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확인된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미래부의 인공지능 세계시장 진출 목표에 대해서, 한국은 현재 선진국 기술격차를 따라잡기도 벅찬 상태이므로 '격차 해소'로 목표를 수정하라고 지적하였다.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되어 기획부터 다시 해야 하는 실정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 이용가능성 조사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전체 평균(5.9점)에도 못 미쳤다. 최상위권은 핀란드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등 구미 선진국이 차지했고 일본도 6.2점으로 우리를 훨씬 앞섰다. 정보기술(IT)강국이라 자부하며 첨단 기술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온 자기평가와 객관적 실력 사이엔 꽤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실제 10개 내외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에서 한국이 존재감을 보이는 분야는 모바일·인터넷·앱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영역의 글로벌 톱 업체들을 보면 한국 업체는 사실상 전무하다. 인공지능의 경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AI브레인 등 미국 업체들이 1~5위를 석권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3D 프린팅도 마찬가지다. 로보틱스에선 일본이 잘나간다. 화낙, 야스카와, 가와사키, 나치 등 상위 5개 업체 중 4개가 일본 기업이다.

<그림 2>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전략

▲ 자료 : 미래과학부(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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