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앞세워 기념곡 지정·제창 거부… 5.13회동 합의 사실상 번복

▲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 전경[사진출처 : 5.18민주묘지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기념곡 지정 요구를 거부해 여당에서도 재고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물론, 비판 여론이 급속 확산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형국이다.

야당이 ‘5.13청와대 회동’의 합의에 대해 무효를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물론, 청와대 회동 참석자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결정에 대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5.18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예상됐던 일. 제36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5.18행사위)는 보훈처의 결정에 반발,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국론분열 조장하는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5.18행사위는 성명에서 “박근혜 정부에 변화를 기대했던 광주시민들과 우리 국민들은 분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허탈할 뿐”이라며 “박근혜 정부야 말로 국론분열의 핵이요, 5.18기념행사의 훼방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역사의 심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5.18단체들은 박근혜 정부의 방침에 반발해 18일 당일 기념식 행사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거나 행사장 입구에서 침묵시위 등 항의행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를 앞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방침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 여론도 확산될 기세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명박 정권 이후 민주주의 역사가 단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며 “독단적 국정운영을 심판한 총선민의를 반영해 야당과 협치와 소통을 하겠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검토한다 해놓고 도로 원점으로 돌려버린 정권의 오만함에 할 말을 잃는다”고 어이없어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기념곡 지정 거부는 5.18광주민주항쟁의 역사와 정신을 부정하고픈 박근혜 정권의 속심을 그대로 드러낸 반역사적 결정”이라고 비판하곤 “광주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보훈처의 잘못된 결정은 바로잡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5.18민중항쟁 36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기 전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 성명은 전국적으로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불통’을 선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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