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경제미디어 비평/3.27~31]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실패 한탄하는 보수언론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 확정 및 2016년 국민계정 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2만7171달러)보다 1.4% 늘어난 2만7561달러였습니다.

그러자 보수언론들은 하나 같이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 넘게 3만 달러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가 이 지경인데 성장을 강조하는 대선후보는 왜 없냐고 열변을 토하고 있네요.

조선일보는 29일자 사설에서 “이런 상황인데 우리 사회엔 '국민소득 높아봤자 뭐하느냐'면서 '나눠 먹고 보자'는 퇴행적인 사고방식이 횡행하고 있다. 국민소득이란 한 나라가 만들어내는 파이의 크기를 나타낸다. 파이를 키우지 못하면 나눠 먹을 것도 없다. 경제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자는 주장은 인기 없고 분배·복지로 나눠 먹자는 주장은 표를 얻는다. 인기를 잃을 각오를 하고 '아직 우리는 성장해야 한다'고 외치는 정치가 한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고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중앙일보는 28일 사설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 노동시장 개혁, 좀비기업 퇴출, 사양산업의 소프트 랜딩, 4차 산업혁명기에 적합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조합 등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동반성장·균형성장·공정성장 같은 대선 경제공약 브랜드가 미사여구에 그치지 않으려면 경제의 구조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마스터 플랜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동반성장 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초점은 성장에 맞춰져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29일 사설에서 “대선 주자들의 성장담론은 구호만 ‘성장’이지 속내는 경제민주화나 분배정책에 가깝다. 이런 정책으로는 그나마 남은 성장의 불씨마저 꺼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만 잘해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대선 주자들은 퍼주기에 더 신경 쓴다. 여기서 성장이 멈춘다면 3만 달러가 아니라 2만 달러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국경제는 29일 기사에서 “지난해 정부소득 비중은 23.1%로 2015년보다 1.1%포인트 커졌다. 가장 큰 원인은 세수 증가다. 법인세뿐 아니라 근로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이 늘면서 정부 곳간이 두둑해졌다”라더니 “소득이 줄어들면서 가계의 심리는 얼어붙었다” 또는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기업 주머니도 가벼워졌다”라며 마치 정부가 세금을 늘려서 기업과 가계가 쪼들리는 것처럼 표현했네요.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보수언론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민소득이 1만 달러는 돼야 분배가 가능하다”며 선성장 후분배 논리를 펴왔습니다. 그러나 진즉에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 2만 달러 중반을 넘어서도 여전히 파이가 적다는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국민소득이 4만 달러, 5만 달러를 넘어도 여전히 같은 소리가 나올 것 같네요.

게다가 국민소득이 정체된 주요 이유를 보수언론 스스로도 가계소비 부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계가 소비를 늘리려면 가처분 소득이 늘어야 합니다. 분배정책이 발달하면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이것이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그런데 원인은 소비부진에서 찾으면서 정작 대안은 이름만 번지르르한 노동개혁, 사실상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낳는 비정규직 확대에서 찾고 있네요. 더욱이 서민들이 불안한 미래 때문에 소비를 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면서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나쁜 일자리’가 점점 늘어가는 현실을 지적하는 보수언론은 없습니다. 

대기업들은 매일 불경기다, 불황이다 앓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실제 사내유보금 액수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상황은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보수언론과 재벌들은 “사내유보금도 다 투자에 묶여있는 돈”이라는 논리로 피해가려 하지만 이마저도 여러 차례 논박당한 적이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가계에 돈이 돌게 하려면 임금을 높이거나 세율을 늘리는 것 외에 무슨 대안이 있을까요? 

게다가 한국은 트럼프 정권에게 환율조작국 지정대상으로 검토될 만큼 수출호조를 위해 높은 환율을 지속해왔는데 이것은 명목상 GDP를 그만큼 낮게 유지토록 합니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무작정 달러로 추산되는 GDP가 정체됐다고 비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닐까요? 유능한 경제전문기자가 많은 언론사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얘기하지 않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더 이상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성장과 분배는 결국 하나이고 둘 사이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체질을 갖출 수 있습니다. 보수언론들도 이제는 수십 년째 계속해온 구태를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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