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의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대응] (1)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전개과정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아직 학문적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다. 학자들에 따라서 이를 '3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자본의 이데올로기로 쓰이는 것을 방지하여 '기술적 신자유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혁명이라는 용어는 사후 평가에 기초하여 쓰이는 것이므로 4차 혁명이 될 지 아니면 3차 혁명의 2라운드 버전이 될지는 수십년 후에 역사가 정리해 줄 것이다. 진보진영에서 아직 합의된 정의가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통상적으로 쓰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향후 더 적절한 용어를 진보적 독자들이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이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실체, 그리고 노동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겠다.   [저자 주]

<연 재 순 서>

1.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전개과정

2. 한국에서의 4차 산업혁명 적용 사례

3. 4차 산업혁명으로 신제품 출현과 사업모델의 변화

4.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작업공정에서의 변화

5. 노동배제 기술혁명은 재앙

○ 연재를 들어가기에 앞서

최근 정치이슈는 촛불혁명과 대선이고, 경제이슈는 제조업 쇠퇴와 4차 산업혁명이다. 경제침체와 정경유착으로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어야 할 경제계 수장들이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고, 언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자동화’, ‘생산성’, ‘자원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어 협소하게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에서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을 1만개로 확산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스마트팩토리는 ‘분권화’, ‘자율화’, ‘네트워킹’ 개념이다. 중앙통제시스템에 의해 획일적으로 돌아가는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니라, 각 부품과 기계·설비가 독자적인 기능과 목적을 가지고 서로 대화한다. 중앙집중식 컨베이어 시스템이 아니므로 하나의 공정이 멈추어도 전체가 멈추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독일 스마트팩토리의 기저에 어떤 사상과 철학이 있는지, 변화를 추동하는 원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독일은 공동결정법에 의한 수평적 의사결정구조와 노동의 인간화를 중시하는 철학을 배경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설계하였다.

클라우스 슈밥은 예전과 변화의 속도, 깊이, 폭이 다르고 하나의 혁신이 아니라 여러 개의 혁신이 묶어서 일어나고, 하나가 변하면 전체가 변할 수 있으므로, 4차 산업혁명은 제조공장의 변화를 넘어, ICT융합에 따른 물류, 금융, 에너지 등 산업계와 의료 및 건강, 교통, 교육 등 일상생활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주체의 철학과 목적에 따라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사고와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경제적 풍요와 여가를 주며, SNS와 블록체인 등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소수가 독점하여 다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고, 로봇에 의해 상시고용이 사라지고 단기 계약이 일반화 되며, 극소수의 거대한 승자와 대다수의 패자가 양성되어 민주주의가 파괴된다면 재양이 될 수 있다.

언론은 한국의 제조업 쇠퇴를 극복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료적인 행정 절차나 정보이용의 폐쇄성 등의 규제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고용, 환경, 복지, 안전, 노동보호 등과 관련된 규제까지 삭제한다면 곤란하다.

현재 산업계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은 '노동의 인간화', '사회적 안전장치', '공공성 확대' 등의 문제를 배제한 채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 4차 산업혁명의 개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제조 4.0)에서 출발하였다. 세계 제조업의 최고 강자인 독일은 대부분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숙련공들은 감소되나 기술을 전수받을 젊은이들이 많지 않고, 미국의 ICT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자국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산업의 미래(산업협회, 정부, 노조의 합의기구)가 주최가 되어 2011년부터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였다. 스마트팩토리는 전통제조업의 컨베이어 대량생산을 넘어서는 차세대 맞춤형 생산체제를 지향하며, 몇 개 기업이 아니라 전 국토를 네트워크형 스마트공장 산업단지로 재편한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스마트팩토리 시범공장에서 성과가 나타나자 OECD에서는 생산공장을 넘어서 제조업 전체에 이러한 실험을 확대하는 차세대 제조혁명을 제기하였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 의료, 물류 등 전체 산업으로 확대하여 적용하면서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림 1] 4차 산업혁명의 개념 확대 (출처: KDI 2017)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사물과 인터넷, 인공지능이 연결된 초지능화된 시스템을 뜻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낸 혁명 시대를 말한다.

최동석 한국 ICT융합네트워크 소장의 <독일 인더스트리 4.0이 인사조직에 끼치는 영향(2016)>에 의하면, 4차 산업혁명을 한국 언론에서는 인공지능에 맞추어 선정적으로 보도하지만 실제 제조공장의 혁신적인 변화는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이 주도한다. 현실의 물리시스템을 사이버시스템으로 전환시켜서 모의실험을 통해 최적의 상태를 추출하여, 사이버세계의 디지털기술을 현실(물리)세계에 적용하는 것이다. 즉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사이버시스템과 물리시스템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이 인류에게 주는 함의는 물리시스템이 사이버시스템처럼 움직이도록 하기 때문에 인간의 의도적 명령이나 명시적 개입 없이도 부품들과 기계·설비들이 스스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인간이 출발지와 목적지를 지정하면, IoT가 전반적인 교통상황을 빅데이터로 수집하여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한다. 이를 사이버세계에서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최적화된 운행경로를 알려준다. 이에 따라 현실세계인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실행된다. 이럴 경우 네비게이션 안의 최적화된 사이버 세계와 사람이 이동하는 물리적 공간(현실 도로)이 일치하게 된다.

○ 산업혁명의 시대 구분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산업혁명을 4단계로 구분하였다. 1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증기기관이 발명되어 기차와 방적기가 등장하였다. 최초로 말과 사람의 힘을 기계로 대체한 것이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전기가 발명되어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3차 산업혁명 시기는 정보혁명으로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이 출현하여 공장이 자동화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기는 기계와 제품이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연결되는 초지능, 초연결 사회이다. 이는 202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림 2] 산업혁명의 시대구분

○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

세계의 데이터 량은 2년마다 2배로 증가하고 있어 10년이면 32배가 된다. 컴퓨터의 데이터 저장용량과 CPU의 처리속도는 지수함수적으로 진화하였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능하여 클라우드 서버에 빅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개인 컴퓨터와 연결시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환경의 변화는 과거 4차 산업혁명의 원리가 이론에 머물러 있었던 것을 현실에서 실행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인공지능은, 기계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여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고도의 판단(연산)과 예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복잡한 함수 알고리즘으로 기계학습, 딥러닝 기법을 사용한다. 인공지능은 음성 인식(시리), 사람 얼굴 인식, 알파고(바둑), 인공지능의사 왓슨(암 진단), 통역과 번역(구글), 페이스북(이용자의 패턴 파악), 제조공정의 품질검사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ntenet of Thing)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인터넷과 연결하여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말한다. 최근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공간, 작업장, 수송기기, 도로, 건물, 가전제품 등에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무선통신은 사물, 사람, 기계설비 등 모든 것을 연결시켜 준다. 현재 3G보다 훨씬 빨라진 4G(4세대 LTE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되어 있으나 지하철, 백화점, 광화문 집회 등 도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트래픽 체증이 있고, 향후 전 세계에 500억 개 이상의 센서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면 이를 빠르게 처리하기 어렵다. 이에 4G보다 20배나 빠른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25GB 초고화질(UHD) 영화를 10초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속도, 1㎢ 내 100만 개의 기기에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지국 내 어디에서도 100Mbps 이상 속도로 데이터도 주고받을 수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의 명칭을 IMT-2020이라고 정했고, 주파수는 2019년 분배하며 국제표준화는 2020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이 2020년부터 본격화된다고 한다.

위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의 모든 활동과 모든 생각이 사물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실시간 빅 데이터로 수집되고, 이러한 데이터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인공지능으로 분석되어 과학적인 예측과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표 1] 4G와 5G 핵심 성능비교(출처: 미래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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