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각자 입장만 강조해 소통 외면 비판도

▲ 사진제공: 뉴시스

경영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할 경우 국가경제적 손실 추정치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간에 격차가 커 향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대우조선 지원방안을 설명하면서 대우조선이 파산할 경우 손실 추정치는 약 59조 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피해액을 최대 17조6천억 원 규모로 추정한 산자부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피해액 추정치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산자부는 대우조선의 완전한 도산이 아닌 법정관리를 가정하고 금액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우조선이 수주한 선박 114척의 경우 도산을 한다면 건조가 중단되고 고철로 팔리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법정관리 기간 또는 타 회사로 양도된 이후에 선박건조를 완성하고 판매할 수 있다.

금융위는 대우조선의 현재 선박수주가 완전히 취소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선박투입원가 약 32조 원, 금융권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RG) 21조 원, 근로자 대량 실직(2조8천억 원), 상거래 및 협력업체 매출 피해(2조8천억 원)로 액수를 추산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회생을 가정한 법정관리를 상정했으므로 선박투입원가나 대량 실직에 따른 피해액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산자부는 또한 수주 취소에 따른 선박원가 32조 원과 선수금환급보증 약 14조 원 사이에 중복과다계상이 있다고 주장한다. 선수금환급보증은 대우조선에 선박수주를 맡긴 선주가 선박 완성과 인도 이전에 미리 입금해 준 금액에 대해 금융권이 보증을 서 준 것인데 이것은 원가에 이미 들어가 있는 금액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대우조선이 선박건조를 계속하려면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산자부의 추산방식이 맞지 않으며 설령 피해규모가 17조 원에 머문다 하더라도 결코 국내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59조 원은 어디까지나 최대 추정치이고 물론 실제 피해는 그보다 적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본래 우리의 일”이란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금융위와 산자부의 추산에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결국 각자의 입장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최근 대우조선에 2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지원을 결정하면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쏟아 부은 금액은 15조8000억 원에 달하게 됐다. 대우조선이 이대로 도산할 경우 공중으로 증발할 16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가망 없는 사업에 과도한 지원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의 충격을 강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면 산자부는 조선산업의 과다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입장차는 지난해 10월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금융위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빅3’가 골고루 몸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산자부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6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했다. 하지만 23일 진행된 ‘제1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주형환 산자부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조선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해서 금융위와 산자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들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만 강조할 뿐 책임 있는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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