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대량해고, 참담한 상황 처한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의 절규

▲ 조선소 노동자들 [사진출처 : 뉴시스]

노동자가 대체 뭘 잘못했냐

조선소 노동자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눈앞에 일감은 줄어들고 채권단과 정부의 정책은 더 속을 타게 한다.

그나마 최근 대우조선에 자금 지원이 결정되면서 조선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의 좌초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조건이라 것도 노동자에겐 여전히 가혹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채무조정안을 내 놓으며 인력감축과 생산직 임금 10% 삭감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2015년부터 대우조선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임금삭감은 물론 인적 구조조정의 아픔까지 겪고 있는 사업장이다.

애초 대우조선의 위기 원인은 산업은행의 부실관리감독과 정부의 낙한산 인사투입, 회계법인 분식회계 등에 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또다시 노동자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 이름표는 놔둘 테니까 손과 발을 잘라내라’는 요구다. 수주잔량 110척 등 2년 치 물량이 있는 대우조선을 운영해 나가야 할 노동자들에게 할 요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채권단은 운영자금을 지원할 때마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에만 혈안이 돼있다.

여기에 일부 여론은 차갑다. 현재의 위기가 노동자 때문이 아님에도 일부에선 노동자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회사도, 채권단도 일부 여론까지 노동자에게 칼날을 세우고 있으니 노동자들이 자금지원 소식에 한시름을 놓으면서도 또 다른 의미로 깊은 한숨이 나온다.

그토록 듣고 싶은 RG발급

대우조선은 그나마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중형조선소의 상황은 참담하다. “선주사와 계약 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RG발급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고 있다” 한 중형조선소지회 간부의 이야기다.

RG(refund guarantee)는 선수금환급보증으로 선주가 선박을 주문할 때 선수금을 지급하는데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 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보증을 서는 개념이다. 선주사 입장에서는 RG발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수주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RG발급이 이뤄지지 않아 중형조선소 회생에 발목을 잡고 있다.

중형조선소를 비롯한 조선소의 채권단은 선박 수주시 1%의 이익이 나지 않으면 RG발급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세계 조선시장에서 1%의 이익은 나올 수 없는 이익이라는 것이 정론이다. 게다가 회생관리 하에 있는 사업장의 RG발급 수수료는 최근 0.7%에서 4.7%로 인상되었다. 사실상 1%의 이익이 난다고 해도 –3.7%의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은 배를 계약하기 위한 필수요소인 RG발급 기준에 1% 이익을 고수하고 있으니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은 눈앞에 일감을 두고도 계약을 맺지 못 해 일손을 놓아야 할 판이다.

이미 성동조선은 노동자들은 지난 2월부터 휴직에 돌입했으며, 상시고용인원 6천여명이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오는 11월이 되면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앞서 일터를 떠난 인원도 472명으로 25%의 인원축소가 이뤄진 상태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된 STX조선도 오는 4월부터 휴직에 돌입한다.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은 RG발급이 이뤄진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수주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배를 짓기 위한 공정을 생각한다면 지금 수주를 한다고 해도 설계 등의 이유로 수개월 뒤에나 작업에 돌입할 수 있지만 RG발급이 이뤄져 수주가 된다면 휴직은 하더라도 다시 조선소의 망치소리는 지역사회를 울릴 수 있다.

하지만 RG발급이 되지 않으니 수주가 되지 않고, 수주가 되지 않으니 일감이 없다. 그리고 고통은 노동자들이 짊어지고 있다. 한 조선소 노동자는 “이건 배 짓지 마라는 이야기”라며, 현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4월5일 서울로 간다

금속노조는 조선업종연대를 중심으로 투쟁계획을 잡아나가고 있다. 앞서 지역에서는 성동조선을 살리기 위해 경남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성동조선 살리기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조선소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바꿔내야 한다. 조선산업 지원, 육성과 유동성 해고를 위한 자금지원은 물론 채권단의 지배간섭을 떠나 노사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보장해야 한다. RG발급의 수주기준을 현실성 있는 기준으로 변경해 RG발급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조선소 규모별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저가수주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중형조선소의 실질적인 고용안정 대책을 수립해 정규직 노동자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담보해야만 한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요구를 정부와 채권단에 전달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다음달 5일 서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 대선국면에서 조선업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정책이 새정부에서는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선예비후보와 지역 조선업 노동자간의 간담회가 실시되었으며, 금속노조도 제조업발전방안을 마련하여 조선업 회생의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선업 전문가들은 환경규제 등의 이유로 오는 2018년이면 조선업종이 다시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조선업종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노동집약산업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조선강국으로 인식되어 왔고, 그 이면에는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작업장에서 일해 온 조선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에게 망치를 빼앗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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