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모순 심화되는 이때 ‘n포세대’는 3월14일을 무엇으로 기억할까?

▲ 화이트데이는 한 일본 제과업체의 신제품 판촉 전략으로 시작됐다.[사진출처 : 이시무라 만세이도 홈페이지]

해마다 2월14일이 되면 온라인 등에서 논란이 되는 게 있다. 이날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발렌타인 데이로 알려져 있지만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이기도 하다(사형집행일은 3월26일). 그래서 이날 초콜릿이나 주고받을 것이 아니라 안 의사의 정신을 기려야 한다는 식의 게시물들이 여기저기 올라오곤 한다.

3월14일은 화이트 데이로 알려져 있다. 이번엔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다. 하지만 이날은 <자본론>의 저자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의 기일이기도 하다. 하필 자본주의의 필멸을 예언한 사람의 기일에 자본주의가 가장 흥성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아이러니한 날이다.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는 철저히 자본주의적 상술의 산물이다. 발렌타인 데이는 19세기 영국의 초콜릿회사 캐드버리가 마케팅 전략으로 연인들끼리 초콜릿은 주고받는 날로 만든 것이다. 물론 이날이 복무기간 동안 결혼이 금지됐던 로마제국 시대 병사들의 결혼식을 몰래 열어주던 주교 성 발렌티노의 축일이라는 설도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는 않다.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관습이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전래된 것은 1950년대 일본의 제과업체 모리나가 제과의 마케팅부터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중매결혼이 많이 남아있고 여성이 남성에게 쉽사리 사랑을 고백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날만큼이라도 마음껏 사랑을 고백하라, 물론 초콜릿을 주면서”라는 식의 마케팅이 통한 것이다.

1970년대 일본의 또 다른 제과업체 이시무라 만세이도의 대표는 신제품 마시멜로(하얀 과자 안에 초콜릿이 든 제품)를 널리 홍보할 방법을 고민하다 한 여성잡지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뭔가를 주는 날만 있고 남성에게 받는 날이 없어 불공평하다”는 글을 읽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는 백화점에 찾아가 남자가 여자에게 받은 초콜릿을 마시멜로로 되돌려 주는 날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백화점 측은 연중 제일 식품이 안 팔리는 3월로 하자고 해서 발렌타인 데이 한 달 뒤인 3월14일로 정하게 됐다. 처음엔 마시멜로의 겉 색깔인 흰색을 따서 화이트데이라고 하던 것을 전국사탕공업협동조합이 흰사탕으로 바꿔 전국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는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에 널리 퍼지게 된다.

예전에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심지어 친구 만나 커피 마실 돈도 아까워 인간관계마저 피폐해진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좋아하는 여성은 있지만 사탕 사줄 돈이 없다고 하소연할 청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모순이 갈수록 심화되고 그 폐해로 인한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젊은이들은 3월14일을 화이트 데이로 기억해야 할까, 마르크스의 기일로 기억해야 할까?

카를 마르크스의 묘비 상단에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공산당선언>의 마지막 문장이 박혀 있다. 그리고 하단에는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다양하게 해석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 중 11번째 테제가 선명히 박혀 있다.

▲ 영국 런던에 있는 마르크스의 묘소 (사진출처: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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