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강행에 교육주체들 반발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거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출처 YTN 동영상 갈무리]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 이 학교에서 유일하게 역사를 담당한 서모 교사가 “검정교과서로 수업하겠다”는 뜻을 유지하자 재단과 학교장이 기간제 교사를 13일까지 채용한다는 공고를 발표, 연구학교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로 구성된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신입생 학부모 2명과 재학생 학부모 3명을 청구인으로 해 지난 2일 경북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취소소송을 대구지방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 입학식에서 '국정화 거부'를 주장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사진 출처 전교조 경북지부]

이처럼 학교장과 대책위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입학식이 취소되고, 신입생 4명이 입학을 거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대책위는 “학교장과 교육청이 학생을 마루타로 삼아 혼란을 부추긴다”며 연구학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문명고 학생회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아고라 이슈청원을 통해 받은 연구학교 철회 서명 1만3000여 명과 경산 지역에서 받은 1108명의 서명을 김태동 교장에게 전달했다. 대책위는 또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자보 10여 장을 학교 건물 현관과 벽 곳곳에 붙이고, “연구학교 지정이 철회가 될 때까지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여기에 이른 것은 학교장이 교육 주체들과 협의 없이 국정화를 밀어붙인 데 기인한 바 크다. 단적인 예로 문명고가 경북교육청에 연구학교를 신청하면서 교원들의 ‘동의율’이 73%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문명고 교사 70%가 연구학교 지정 운영에 반대하는 성명서에 자신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학교측의 ‘동의율’ 보고가 조작임이 드러났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거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사진 출처 전교조 경북지부]

또 지난달 14일 문명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연구학교 신청 관련 안건을 통과시키는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회의 첫 심의에서 ‘반대 7, 찬성 2’로 연구학교 신청은 부결됐다. 그런데 학교장이 정회 시간에 학부모 위원들과 면담을 거친 다음, 동일 안건을 재심의해 ‘반대 4, 찬성 5’로 뒤집어버렸다. 이에 대책위는 “이미 표결을 마친 사안을 이유 없이 다시 표결한 것은 무효다. 한번 가결된 안건을 뒤집기 위해서는 2/3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과반으로 재심의된 것은 부결이다”며 민주적 절차를 위반했다는 주장과 함께 회의록과 녹취록 원본 공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문명고의 국정화 지정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앞서 재단과 학교측은 시간 강사를 채용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 수업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내정됐던 강사가 “수업을 하지 못하겠다”는 뜻과 함께 출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학교는 현재까지 국정 역사교과서를 신입생들에게 배포조차 못한 상태다.

한편, 교육부가 6일 국정 역사교과서를 83개 학교(공립 21개교, 사립 62개교)에, 총 3,982권을 보조교재로 일방적으로 배부한다고 발표해, 연구학교 지정 실패로 외면당한 애물단지를 재활용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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