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민주주의 시리즈 연재④: “내 방에서 전 세계인과 토론을”

수많은 인구가 사는 현대 사회에서 한동안 직접민주주의는 실현이 불가능한 옛날 시스템으로 보였다. 이렇게 많은 인구가 광장에서 직접 토론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의 공간에 또 다른 광장이 생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디지털 기기만 있다면 내 방안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과 동등하게 토론을 주고받으며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폭 넓게 실험되고 있다. 국내 정치스타업 단체 와글의 홈페이지에는(wagl.net) 전세계적으로 실험되는 다양한 직접민주주의 플랫폼이 소개돼 있는데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루미오(loomio)

2011년 뉴질랜드 오큐파이(점령하라) 운동을 계기로 개발된 루미오는 가장 널리 알려진 의사결정 플랫폼 중의 하나이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시에서는 루미오를 시정에 적극 활용했다. 뉴타운 개발에 참여할 채무자들을 관리하는 대출신탁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루미오를 활용했는데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여 해당사업의 지역사회의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의 네트워크 정당 포데모스 역시 루미오 플랫폼을 당내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루미오 홈페이지(loomio.org)에 들어가 보면 루미오의 사용방법과 사례가 소개돼 있다. 실제로 누구나 그룹을 개설해 자신이 토론하고자 하는 의제에 대해 사람을 모으고 의사진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하나의 그룹만을 운영한다면 루미오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개의 그룹을 운용하거나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다면 한 달에 19달러, 혹은 99달러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루미오는 웹 기반으로 개발돼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전한 한글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기능은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 루미오의 토론방 개설 화면(사진출처: 루미오 홈페이지)

폴리스(polis)

미국 시애틀 출신의 젊은 개발자가 D3라는 데이터 시각화 기술로 제작한 시스템이다. 제시된 답변에 비슷한 응답을 한 사람들을 2차원 지도상에 그룹형태로 표시해주는 기능을 통해, 어떤 이슈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나눠지는지 즉각적으로 시각화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폴리스는 대만에서 우버택시를 도입하면서 정부, 택시업계, 시민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이스북 연동 기능을 제공해 이용자들의 성별이나 지역 등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지만 반대로 개인신상노출이라는 단점도 가진다.

▲ 대만의 한 유저가 우버택시 관련 폴리스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진출처: 폴리스 홈페이지)

브리게이드(Brigade)

페이스북 공동설립자 중의 하나인 션 파커가 2015년 개설한 정치 특화 소셜 미디어 서비스이다. 브리게이드 홈페이지(brigade.com)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면 국방, 환경, 이민 등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최소 3개 선택하도록 한다. 그러면 현재 진행중인 토론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거나 의견을 쓸 수 있다. 비슷한 성향으로 추천받은 사람들과 그룹을 만들 수도 있다.

브리게이드는 주로 미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2016년 미국 대선 경선을 앞두고 후보 연설이 있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후보의 공약에 찬반표시를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별로 선거가 열릴 때마다 해당 선거구 유권자들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미국 내 사용자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과 기능이 너무 많아 초기 이용자가 적응이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 브리게이드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현재 진행중인 토론의 남은 시간과 현재 찬반현황 등을 볼 수 있다.(사진출처: 브리게이드 홈페이지)

시티즌 버젯(citizen budget)

캐나다의 비영리 벤처인 오픈노스에서 개발한 시티즌 버젯은 시민들이 지자체의 예산을 직접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게 했다. 지자체가 입력한 예결산 자료를 바탕으로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와 구체적인 액수를 조정해보고, 이 결과는 서비스를 개설한 지자체 등에 전달된다.

2011년 캐나다 몬트리올 시의 소속구 중 하나가 시티즌 버젯을 통해 주민참여예산을 수립했다. 10만여 명의 주민 중 4퍼센트 정도인 4,500여 명이 참여해 공공예술 분야 예산 적정규모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가능한 예산범위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복수 예산안을 짜볼 수 있는 점과 주민들이 지차체 예산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엑스피라타, 아르헨티나의 대모크라시OS, 대만의 0시정부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빠띠나 P!NG Korea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 실험되고 있다.

▲ 시티즌 버젯 홈페이지 화면(사진출처: 시티즌버젯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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