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

북한이 지난 12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새로운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을 시험 발사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처음이다. 특히 미일 정상이 만나 북한에 핵과 미사일 포기를 촉구하고 화기애애한 만찬을 벌이는 시각에 발사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보내는 경고로 보인다.

발사 소식이 알려지자 한미일 정부는 물론 대부분 언론들이 연일 북한에 대한 강경 대처를 예고하고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국 내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과거보다 더 커지고 있다”고 전쟁위기 가능성을 부채질하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언론들은 이를 기화로 사드만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쏟아냈다.

유감스러운 것은 현 정부나 기존 수구보수 성향의 정당과 언론들이야 그렇다 쳐도 명색이 남북화해와 협력, 개성공단 재개 등을 주장하는 야당들과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들마저 하나같이 북한의 행동만을 규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권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무모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식의 단선적 반응은 실망을 넘어 과연 대통령으로서 주변국들을 잘 다독이고 남북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군사는 정치의 연장이다. 섣부른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그 동안 자제해오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였는지, 또 미국이 가장 우려하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먼저 시험 발사한 것인지 등을 주의 깊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과 관련 있어 보인다. 지난 13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에서 미국이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을 위해 “조선반도(한반도)에 핵전략 자산들을 비롯한 각종 살인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말살해보려는 미국의 침략위협이 눈앞의 현실로 되고 있다”면서 “우리의 핵불벼락을 피할 수 있는 최상의 방도는 우리의 존엄과 안전을 건드리지 않고 자중, 자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북한의 ‘북극성-2형’ 시험발사가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미국이 새해 들어 지속적으로 한반도 인근에 각종 첨단무력을 배치한 데 따른 대응책임을 짐작케 해준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말 이래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추가적인 미군과 첨단 군사장비들을 배치해 왔다. 또 지난 8일 자신들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시험 발사해 북한을 위협했다. 30분 안에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한국 국방부는 이번 키리졸브 연합훈련에 미국의 F-22 스텔스전투기, 칼빈슨 핵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B-1B 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의 전개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자랑하는 3대 전략 핵무력(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핵폭격기, 핵추진잠수함)이 모두 동원되는 훈련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방부는 미국의 최신 구축함 줌왈트까지 한반도 수역에 배치해주길 바라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현실적 위협으로 느낄만한 상황 전개이다.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 당국의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틈을 타 이뤄졌다면 ‘도발’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 당국이 북한을 자극하고 위협할만한 군비 태세를 준비하는 상황이었다면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체의 군사적 긴장조성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게 평화애호세력으로서 기본 입장일 것이다.

사실 이번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한미 당국의 태도는 불분명한 점이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이번 한미연합훈련부터는 기존 미군 주도의 연합훈련이 아닌 한국 합참주도의 연합훈련으로 바뀐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기존 한미연합훈련의 틀을 바꾸는 근본적 변화다. 미국은 전 세계 각 곳에서 다양한 연합훈련을 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들이 주도하지 않는 연합훈련에 참가한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예외적으로 한국군 주도의 연합훈련에 참가한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이번 연합훈련에 대한 미군의 참여규모와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한미 당국은 이번 훈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발표해야 할 것이다.

만약 국방부 발표대로 미군의 전략자산이 대거 동원돼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된다면 북한은 공언한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만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도 전쟁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소수의 호전세력을 제외한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사실 이번 ‘북극성-2형’ 발사로 북한은 미국이 미완성이라고 주장해 온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시 예상되는 요격에 대한 회피기술까지 시험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북한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이 안 된 상태이기에 ‘북극성-2형’을 발사한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고난도의 첨단기술 공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완성했음을 시위하고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사전 경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 주류언론인 워싱턴포스트는 13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크고 큰 문제”로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밝힌 것은 “군사적 해결책”이 아닌 “협상을 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연합뉴스는 14일 중국 인민일보의 해외판 소셜미디어인 협객도(俠客島)가 ‘북한의 트럼프와 첫 통화… 미사일을 통해서’라는 제목으로 “이제 북한은 가급적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하며 미국도 북한 대화에 나설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중국은 북·미 대화의 중개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밝힌 기사를 보도했다.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야당과 야당 대권주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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