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술로 읽다(18)

▲ 사진출처. 유튜브 캡처. 여성독창 - 우리는 천리마 타고 달린다 (김원균 작곡) 노래 황은미 연주 러시아 21세기교향악단&은하수관현악단

북측을 상징하는 노래는 단연 애국가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는 무엇일까? 바로 ‘김일성 장군의 노래’이다. 이 노래는 ‘조선의 별’, ‘동지애의 노래’와 함께 3대 가요라 칭해지고 있을 만큼 북측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북측에서는 과거 행사에 앞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시작으로, 끝날 때는 ‘김일성 수령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를 부르며, 애국가는 대외관계 행사에서 관현악으로 연주되곤 했으나.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에는 정부 공식행사에서 실연되고 있다. 여기서 애국가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작곡한 이가 바로 김원균이다.

1917년 1월 2일 원산시 상동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김원균은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재능을 보였다. 철공소 막노동자로, 광산 막장의 인부로 생활이 힘들었지만 바이올린, 하모니카, 기타 등을 연주하며 음악가의 미래를 꿈꾸었던 그는 마침내 일본 유학길에 올라 음악학교에 입학했으나 결국 경제 사정 때문에 졸업을 못하고 귀국한다. 이후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장군 환영식에 참가해 연설을 듣고 감격해 김 주석의 노래를 만들 것을 결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1946년 7월 경복중학교 출신으로 와세다대 영문학부를 졸업한 수재인 월북시인 리찬이 작사한 내용으로, 김정숙의 지도와 김책의 격려에 힘을 얻어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김원균은 해방 직후 평안남도 선전부 미술계장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며 강습생들에게 노래도 가르쳐 주면서 음악가들과 함께 선전대를 조직해 활동하였다. 1946년 평양시음악가동맹 조직부장으로 전문 작곡가의 길에 들어서, ‘조선행진곡’(1945) ‘김일성 장군의 노래’(1946)와 "애국가"(1947), ‘민주청년행진곡’(1947), ‘강철의 대오는 전진한다’(1950), ‘우리의 최고사령관’(1951) 등을 작곡하였다.

1952년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음악원에서 59년까지 유학했고, 유학 기간 ‘바이올린 소나타’, ‘현악 4중주’와 졸업 작품인 교향시 ‘향토’를 비롯해 여러 편의 기악소품을 창작하였다.

1961년 평양음악대학 학장 취임 후, 1970년 조선음악가동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1977년 피바다가극단 총장, 1989년부터 조선음악가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1992년 김일성 훈장, 1972년 김일성상 계관인이자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유네스코 국제음악이사회 명예위원, 조선민족음악위원장 등 행정가로서도 폭 넓게 활동했다. 범민족음악회 때에는 북측 위원장의 자격으로 황병기 교수 등 남측 관계자 17명을 초청하기도 하였다. 

2002년 4월 5일 심부전증으로 사망한 그를 위해 국가장이 치러졌고, ‘애국렬사능’에 안치가 되었다. 그렇지만 음악가로서 북측이 그에게 베풀어준 가장 큰 영광은 평양음악대학의 김원균 명칭과 탄생 기념음악회의 개최일 것이다.

2006년 5월9일 평양 대동강변에 새로 준공된 평양음악대학을 둘러보던 김정일 위원장은 학교 명칭 문제에 있어 의외의 결단을 내린다. “우리 민족의 자랑인 김원균 선생의 이름으로 명명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당시 김일성종합대학에 이어 김정일음악대학으로 명명하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여서 관계자들은 당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대학 구내에 조각상을 만들어 그를 기억하고 추모할 것은 주문하였다.

이에 따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2006년 6월27일 정령을 통해 평양음악대학을 '김원균 명칭 평양음악대학'으로 명명한다고 발표했다. 정령에서 "김원균 동지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애국가를 창작하여 해방 직후 우리나라 음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를 했고 그 후에도 명곡들을 창작하고 음악예술인 후비(후진)를 키워내는데서 공로를 세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현재 학교 교정에는 손에 악보를 쥐고 팔짱을 낀 모습의 김원균 반신상이 세워져 있다. 

2017년 1월 26일 동평양대극장에서는 “김원균 생일100돐 기념음악회”가 채주혁의 지휘와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 평양제1음악학원 학생들의 찬조출연, 만수대예술단 및 국립교향악단의 연주로 개최되었다. 1945년 10월14일 평양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김일성 장군 및 소련군환영 시민대회’ 화면으로 시작을 알렸다. 

음악회는 영생불멸의 혁명송가인 ‘김일성 장군의 노래’ 합창으로 시작되어, 그가 해방을 맞아 처음으로 작사·작곡한 ‘조선행진곡’, ‘조선청년행진곡’이 공연되었으며, ‘우리의 최고 사령관’(1951년, 작사 김북원), ‘우리는 천리마 타고 달린다’ (1958년, 작사 박세영) 합창이, 혁명가극 <금강산의 노래> 중에서 ‘금강산의 목란꽃’, ‘아버지원수님께 영광드려요’(1966년, 작사 김광국)가 아동 중창으로 이어졌다. 

인상적인 것은 1997년 “김원균 생일 80돐 기념음악회” 녹화 영상을 상영해 당시 생존 중인 김원균과 둘째아들이자 만수대예술단 작곡가인 김건일 인터뷰와 넷째 아들이자 피바다가극단 작곡가인 김경민의 작품을 보여준 것이다. 작고한 김건일이 창작한 ‘김정일 동지께 드리는 노래’(1992년)가 허명권 지휘로 김은희 독창과 합창으로 불려졌다. 그리고 이후 무대는 대를 이어 작곡가로 활동한 아들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남성중창 혁명영화 <조선의 별> 중에서 ‘기쁨 싣고 달리는 말발구’(1987년, 작사 리종순, 작곡 김건일), 만수대예술단 배우 엄송애의 여성독창으로 예술영화 <열네번째 겨울> 중에서 ‘봄을 먼저 알리는 꽃이 되리라’(1980년 작품, 작사 최희건, 작곡 김건일), 한혜옥과 김웅삼 혼성 2중창으로 예술영화 <우리를 기다리지 말라> 중에서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 1984년 작품, 작사 전동우, 작곡 김건일), 남성 5중창으로 예술영화 <우리를 기다리지 말라> 중에서 ‘하늘의 방패 우리가 되리’(1984년 작품, 작사 전동우, 작곡 김건일), 박미영이 연주한 피아노협주곡  ‘백두산의 눈보라’ (1986년 작품, 작곡 김건일),  강은주와 림영철 혼성 2중창과 합창 ‘사회주의는 우리생활 우리생명’(1993년 작품, 작사 류동호, 작곡 김건일), 장송미와 오은정의 여성 2중창과 여성합창 ‘흰눈덮인 고향집’(1989년 작품, 작사 오영재, 작곡 김건일), 혼성 6중창 ‘우리의 래일이 말해줄 거야’(1998년 작품, 작사 정은옥, 작곡 김경민)가 소개 되었다.

대미는 피바다가극단 예술부총장으로 재직 중인 아들 김경민이 유가족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김원균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작곡한 노래인 ‘어버이 품’을 부르는 것으로 공연을 마쳤으며, 끝으로 2016년 17세 미만 여자월드컵경기에서 우승한 여자축구선수들이 무대에 올라 출연자들과 함께 애국가를 합창했다. 

무대에 오른 리해연 선수는 “체육선수들이 국제경기에서 우승하여 공화국기가 휘날릴 때마다 부르는 것이 김원균 선생님이 작곡한 ‘애국가”라며, “김원균 선생님이 바라던 뜻이 무엇인가를 심장으로 절감하고 앞으로 국제경기에서 연전연승하여 세계의 창공높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남홍색 공화국기와 함께 우리 애국가가 더 높이 더 힘차게 울리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밝히기도 하였다. 

한편 김원균이 기틀을 만든 북측의 음악계는 김원균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새로운 국제적인 교류사업을 시작했다. 오는 2018년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총상금 3만1천 달러가 걸린 국제성악콩쿠르를 개최하기로 한 것. 김 위원장의 출생지로 거론되는 ‘백두산 밀영 고향집’ 뒤편에 있는 정일봉(正日峰)을 기리는 의미로 “정일봉상 국제성악콩쿠르”를 2018년 2월11일부터 18일까지 평양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 음악당과 모란봉 극장에서 제1회 대회를 열기로 하였다. 1등 수상자는 1만 달러, 2등(2명)은 5천 달러, 3등(3명)에게는 3천 달러씩의 상금이 주어지며 연기상과 기술상 각 1명에 1천 달러씩을 수여한다. 행사는 격년제로 실시한다. 

▲ 사진출처. 유튜브 캡처

아동3중창 - 혁명가극 <금강산의 노래> 중에서 금강산의 목란꽃 (김원균 작곡)

여성독창 - 우리는 천리마 타고 달린다 (김원균 작곡) 노래 황은미, 연주 러시아 21세기교향악단&은하수관현악단

피아노협주곡 <백두산의 눈보라> (김건일 작곡) 피아노 강명혜, 연주 조선국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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