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내 고향

곧 설이다.

아직 누군가는 차가운 물속에 있고,
누군가는 머나먼 타국에 있고,
누군가는 돌아갈 고향이 없고,
누군가는 돌아가도 반겨줄 엄마가 없고,
또 누군가는 돌아갈 자신이 없고, 그 누군가는 돌아갈 자기를 잃었다.

나는 가난했던 그 어릴 적이 늘 그립고 더 행복했다. 식구들과 이웃들과 친구들이 밥을 나누고, 인정을 나누고, 우정을 나눌 줄 알던 그 때가. 

닭장 같은 각자도생의 아파트, 원룸, 고시원, 골방이 아니라,
경쟁, 경쟁, 경쟁, 쉼없이 밀려드는 경쟁의 파도를 넘어, 천애고아 같이 각개약진의 불안과 공포에 떨며 살아가는 외로운 생존이 아니라
내미는 손길이 있던, 지켜보는 눈빛이 있던, 잘 났든 못 났든 배제하지 않고 품어주던 인정이 남아있던 그 공동체가.
때론 싸우고 고통스럽고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외롭지는 않았다.

곧 설이다.
집에 가는 사람도,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도, 까치발로 꿈꾸는 고향(공동체)이 사라진 시대의 서러운 설이다.

 

 

황경민 작가는 카페 헤세이티 종업원, 물장수, 입간판쟁이, 야매싱어송라이터이자 야매시인. 2012년 4월 물장사를 시작하면서 입간판 쓰기 시작, 지금까지 4년3개월 동안 2000편 이상 썼음. 세다가 헷갈려서 지금 안 셈. 카페 헤세이티는 부산의 부산대학교 앞에 있는 카페로 인문학강좌, 강연, 공연, 전시, 시인학교, 기타(노래만들기) 교실 등의 행사 및 프로그램 운영중. 주로 사회부적응자, 이탈자, 탈락자, 불만세력 등이 출입함. 맨날 적자니 누구든 와서 매상 올려주길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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