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일기 13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람 수가 줄게 되고, 그럴수록 더더욱 촛불을 지켜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있었던 갖은 분열책들이 결국 촛불을 끄기 위한 것이라면, 촛불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사드배치를 막을 수 있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촛불만 지켜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래서 서울, 대구, 구미, 부산, 울산, 광주 등으로 가서 호소하고 여론을 모으려 애썼다.

12월 7일엔 3주체(김천, 성주, 원불교) 중심으로 소성리에서 연대집회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집회를 가지기로 했다.

▲ 김천 성주 농성단이 민주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롯데와 면담한 이후 22일부터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앞 1인 시위도 시작했다. 부지 협상에 대해선 국가 정책이기 때문에 기업이 반대할 수 없다, 교환 협의와 감정은 이미 실시하였고, 다음 주 말 감정 결과가 나오면 1월 초순경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김천에 있는 롯데마트에서도 1인 시위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리하여 1월 7일 롯데마트 앞에서 집회를 시작으로 1인 시위가 시작됐다.

임시 국회가 열리자 3주체+3(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 사드배치저지부울경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사 점거농성이 기획됐다.

11일 서울로 가는 길, 전날 16명 정도밖에 신청하지 않았다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당일엔 두 배가 훨씬 넘는 인원이 차를 탔다. 몇몇 엄마들이 열성적으로 전화를 돌리고 참여를 호소한 덕분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 길에는 특히 농소 어른들이 많았다.

농소 청년들이 준비한 회초리 300개를 놓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밝힌 요구는 다음과 같다.

1. ‘사드 배치 철회’ 를 당론으로 분명하게 정해달라.
2. 국방부와 롯데의 부지 계약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국회 동의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 사드 특위 구성하라.
3. 사드 부지 제공 관련한 롯데와 박근혜 정권의 정경유착 의혹에 대해 국회가 조사해 달라.
4.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달라.

그러나 첫날엔 김현권, 김영호 의원이 와서 개인적으로 몇몇 사람과 의견을 교환할 뿐, 우상호 원내대표와도 연락이 닿지 않아 밤샘 농성자를 남겨두고 30여 명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12일 아침부터 밤샘 농성자들은 국회앞 피켓 시위로 하루를 열었고(농성 기간 동안 피켓시위는 계속 되었다), 이날 있었던 야3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하는 토론회에서 퇴장하는 우상호 원내대표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더민주당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자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미 당 정책위에서 밝혔던 '사드배치는 차기 정권으로 넘기라'는 것을 사실상 당론으로 봐 달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사드문제를 언급하고, 심재권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내 사드특위를 재구성해서 가동하겠다는 것과 추후 필요시 언제든지 면담을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또 농성단 대표들은 송영길의원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날 저녁 더민주당사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13일엔 김경협 국회 외통위 간사와 심재권 외통위 위원장 면담등을 통해 국회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사드특위를 통한 야3당 공조를 요구하였다.

16일 오후 1시에는 더불어 민주당에게 사드배치 철회 당론 채택과 국회 사드특위 구성을 촉구하기 위해 성주 소성리, 김천 월명리, 노곡리 주민들이 더민주당사에 도착했고 2시 부터는 국회 본청 로비에서 추미애 당대표 면담을 요구하였다.

주민들은 “86세가 된 할머니가 추미애 대표를 만나겠다고 이곳에 왔다. 면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하여 결국 끈질긴 주민들의 요구에 다음날 오후 면담을 가졌으나 그다지 시원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18일 소성리 연대집회에는 평화를여는사람들(평통사)에서 대거 참여해 활기차게 진행되었는데, 촛불지킴이단장이 서울 롯데 앞 1인 시위 참석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올라갈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에 우리 부부는 가기로 해서 다음날 아침밥도 못 먹고 서울길에 올랐다.

일행중 박희주 공동위원장, 유선철 자문위원, 박경범 기획위원장은 국회에서 이철희(국방위) 의원과 면담을 가진 후 1인 시위하러 왔다. 이의원도 별다른 희망적인 답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다음날 설훈 의원과도 면담한 박경범 기획위원장은 ‘소를 잡으러 왔다가 개를 끌고 가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는 사이에 국방부와 롯데 사이 부지 교환에 따른 이사회 승인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교환할 거라고 우리 기를 꺾는 언론 발표가 나왔다.

이에 6주체는 1. 최고위원회 특위구성 결정까지 농성을 이어간다. 2. 롯데 본사 피켓팅은 이사회결정까지 이어간다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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