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민주주의 파괴

▲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2년을 맞아 이정희 전 대표 등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12월 19일, 대한민국의 합법정당이던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시켜 민주주의를 유린하였다.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박근혜 정권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은 국정농단 세력인 최순실 일당이 주도한 것이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에 있던 한 당직자는 <코리아데일리> 취재진에게 “통합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의원 구속의 뒤 배경에는 최순실이 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TV토론에서 박근혜를 질타하니 이를 보고 있던 최순실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제일 먼저 통합진보당 XXX들을 해산시키고 감옥에 처넣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당직자는 청와대에서 “통합진보당 해산과 현직 국회의원을 간첩혐의로 구속시키는 것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정부 외곽 조직으로 좌천되어 청와대를 떠났다고 한다.

제 아무리 최순실이라 하더라도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을 1년 4개월 만에 해치우려면 여러 공범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 대표적 공범은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주도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국무총리에 임명되었다. 정당해산을 이끌어 내어 최순실 일당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공범은 헌법재판소였다. 헌재가 정당해산의 근거로 삼은 헌법 제8조 제4항은 원래 정당해산을 어렵게 해 정당을 보호하려는 목적의 조항이었다. 따라서 정당해산 사유로 규정되고 있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그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문을 보면 구체적 증거도 없이 추측과 단정으로 해산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의 내용을 모두 부정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최종목표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1999년 이후 통합진보당과 아무런 접촉도 없던 김영환 등 변절자들의 증언에 기초해 통합진보당 전체 당원들의 사상과 신념을 재단하였다. 헌재는 정당해산의 전제조건인 ‘구체적 위험성’은 제대로 따지지도 않았다.

헌재는 전광석화의 속도로 진보당 해산을 날치기 처리하였다. 무려 17만 페이지에 달하는 재판 자료를 최종 변론 후 24일 만에 읽고 판단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독일에서도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에 5년이 걸렸다. 얼마나 바빴던지 헌재의 판결문에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내용들도 다수 들어가 있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박한철 헌재소장은 2014년, ‘연내 처리’ 의지를 밝히더니 끝내 12월 19일에 해산 결정을 내렸다. 이미 오래전에 최순실의 개입으로 해산 결론이 내려진 상황에서 형식적인 재판만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통령의 눈빛 하나에 정당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헌재는 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면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을 지역구, 비례대표 가리지 않고 박탈했다. 이는 헌재의 월권행위이다. 헌법, 헌법재판소법, 정당법에는 정당해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당 해산 결정 시 소속 국회의원의 자격이 상실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헌재의 결정이 있은 후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비례대표로 뽑힌 광역비례 의원들에 대해 의원직을 박탈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선관위의 월권행위다. 통합진보당 의원의 자격 박탈은 김기춘이 검토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최순실의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권이 진보당을 해산시킨 것은 그들의 영구집권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성 야당들은 청와대의 협박이 일정하게 통했지만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권에게 눈엣가시였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쉴 새 없이 공안탄압, 분열 공작, 여론조작으로 공격했지만 자주와 평등, 민주와 통일 노선을 바꾸지 않았고 진보적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게다가 ‘종북정당’으로 완전히 낙인찍었음에도 일정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을 계속 배출하였다.

박근혜 정권이 기득권을 영원히 누리기 위해서는 진보당을 철저히 파괴해야 했다. 진보당 핵심성원들을 사법 처리하고 정치활동을 금지하면 진보당은 물론 진보당과 연대해온 진보적 단체들도 위축될 것이며, 새민련 내에서 통합진보당과 손잡던 진보적 인사들도 움츠러들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은 대통령이 지켜야 할 헌법을 무시한 폭거였다. 한국사회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망하였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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