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규정상 불가피” vs "정부 책임 농민에 떠넘겨“ 주장 팽팽히 맞서

▲ 사진제공: 전국농민회총연맹

정부가 지난해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지급했던 공공비축용 벼 우선지급금 일부를 환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환수철회를 주장하고 나섰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납거부농가에 벌칙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우선지급금은 정부가 쌀 농가로부터 공공비축용 벼를 구매할 때 수확기가 오기 전에 쌀값의 일부를 선급금으로 농가에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우선지급금은 수확기 직전인 8월 쌀값의 90% 수준에서 결정되며 수확기 가격이 확정되면 우선지급금을 뺀 차액을 다시 농가에 지급해 왔다.

문제는 보통 8월 쌀값보다 수확기 쌀값이 오르는 것이 정상이지만 올해는 40kg 벼 한포대의 수확기 가격이 우선지급금으로 받은 4만5천 원보다도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농민들이 추가로 쌀값을 더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40kg 벼 한포대당 860원 씩 돌려줘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농가들이 서명한 공공비축 계약서에 분명히 “차액이 발생하면 농협이 환수한다”고 돼 있으며, 정부가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벼를 매입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한 우선지급금 반납 거부 농가는 올해 공공비축용 벼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벌칙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애초에 쌀값폭락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손 놓고 방관한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맞서고 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의장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수확기 쌀값이 이미 폭락한 상황에서도 밥쌀을 계속해 수입해 왔다”라며 “지자체와 농협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동조하지 말고 환수 업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올해 2월에 지급할 예정인 변동직불금에서 환수할 지난해 우선지급금을 빼고 지급하는 방식도 고려중이다. 그러나 전농은 “국가 지출의무인 직불금에서 농가 동의 없이 차액을 상계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회원들에게 동의서에 서명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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