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시스템이다 ⑬ 대선후보들에게 국회 상설 상임위원회 도입 요구

국회 상임위원회 개최의 현실

국회는 입법과 정책을 만들고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상임위원회는 국회활동의 모든 것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는 정기화된 2, 4, 6월의 임시국회와 국정감사, 예산안 심의를 포함한 9~12월의 정기국회를 통해 개최된다. 중요한 현안이 있을 경우 별도의 임시국회가 개최되지만 다루는 사안은 현안에 따라 한정될 수밖에 없다.

외형적으로 국회는 늘 열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듯이 실상 국회 상임위원회는 그다지 많이 개최되지 않는다. 임시국회마다 5일 내외,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 20일, 예산, 결산 심의 등 포함해서 50일 내외가 개최될 뿐이다. 더구나 상임위원의 숫자가 많아 개인당 발언은 1일 10분 내외다.

연간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발언 총량이 5시간 내외에 불과하다. 질의와 응답이 통상 일괄로 이뤄져서 국민이 속기록이나 국회방송을 통해 보더라도 이해하기에 매우 어렵다. 한마디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입법이나 정책이 논의 되는 실정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상설화가 되지 못한 이유

국회 상임위원회의 상설화 논의는 오랜 기간을 걸쳐 주장되어 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국회상임위원회 상설화의 가장 큰 반대 요인은 바로 국회의원에게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상설화를 못한 까닭을 정리해 보면 첫째, 국회의원의 권력 문제다. 상임위원회를 통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정부의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오히려 국회의원이 독점해 온 정보를 통한 권력 강화에 배치된다. 국회의원이 독점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 권력의 강화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활동을 상임위원회를 통해 다 드러내지 않는다.

둘째, 국회의원실의 실력이 부족하다. 현재 국회의원실은 보좌직원, 인턴을 포함해 9명까지 둔다. 그러나 일반 사무와 정무적인 역할의 직원을 제외하면 정책은 많아야 4명 정도가 담당하는 현실이다. 보통 두 개 부처 정도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에서 중앙부터 공무원만 1,000명이 넘는 사업을 단지 4명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들(특히 전문가와)과 거버넌스를 통해서 국회 정책운영의 국민 참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보좌직원의 역할은 전문성보다는 협력을 위한 허브 역할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셋째, 앞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실제 상임위원회를 상설화할 방안이 어렵다. 늘 국회를 열어 공무원들을 출석시켜 상임위원회를 개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것이 온라인을 활용한 ‘사이버 상임위원회’를 여는 것이다. 현재 국회법 제12조의 정부에 대한 서면질의 조항을 활용해서 온라인상의 Q&A 형태의 가상 상임위원회를 일상적으로 여는 것이다.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일정. [국회 누리집 갈무리]

국회상임위원회의 상설화 방안

‘사이버 상임위원회’는 정부와 국회 간의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 국회법에 따라 일상적으로 서면으로 질의하고, 정부는 답변하고, 이를 정보통신망 즉 인터넷을 통해 게시해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16일 현재 20대 국회 접수의안 총 5,131개 진행 현황.  [참여연대 열려라국회 누리집 갈무리]

정부부처별로 상임위원회 관련 게시판 중심의 홈페이지를 열거나 국회 상임위원회 홈페이지에 별도의 사이버 상임위원회 페이지를 여는 것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정부든 국회든 국민이 상임위원회를 통해서 명료하게 정리된 자료들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상임위원회처럼 일괄 질의응답으로 혼란스러운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따른 명료한 답변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이버 상임위원회가 바탕이 돼야 현재의 상임위원회가 정책의 방향에 대해 좀 더 깊은 토의로 이어질 수 있다.

사이버 상임위원회를 통해 국민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국민과 전문가, 관련 단체 등의 활발한 정책 논의와 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국민의 참여를 통한 집단 지성이 국회 정책 과정에 녹여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국회가 시민의회로 나아가는 기본이 될 것이다. 정부 역시 개방형 직위나 민간 행정위원회 형태의 도입을 통해 국민 참여형 정부가 되는 것이 시대의 요구이다.

그러나 개방형 직위의 대부분은 전직 관료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책에 대해 참여해본 국민들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이버 상임위원회 도입은 국민들의 정책 참여를 통해 거버넌스에 맞는 인사들을 양성할 수 있다. 이를 정부는 활용해서 국민이 참여하는 정부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결국 국회 제도의 개혁은 정부와 국회의 정책 구조를 국민과 시대가 원하는, 광장에 모인 국민이 원하는 시민의회, 시민정부의 길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사이버 상임위원회는 국회의 원활한 정책 기능을 통해서 국회의 특권을 내려놓는 실질적 제도이다. 국회의 역할이 강화되면 국회의원의 질적 평가도 가능해진다. 정책에 따른 국회의원의 평가가 없는 게 현재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구조다. 그리고 공무원의 무리한 국회 출석이 줄어든다. 상임위원회만 열리면 대거 공무원들이 참여하던 관행은 정책 내용을 중심으로 상임위원회가 전환되면 책임자들만 참여해도 충분해진다. 이미 중요한 정보는 사이버 상임위원회를 통해 공유됐기 때문이다. 국민 역시 사이버 상임위원회를 통해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제도이다.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국회감시전문사이트 '열려라국회' 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회 입법 현황이나 위원회 활동, 국회의원 회의 출석 여부 등등. 이 이상의 정보가 국민에게 제공돼야 한다. [참여연대 열려라국회 누리집 갈무리]

2017년 대통령 선거 정치개혁의 핵심

다가오는 조기 대선의 핵심 과제는 정치개혁이다. 재벌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정치개혁의 구조에서 가능하다. 양극화와 국가 운영을 개혁하는 것도 정치개혁의 틀에서 가능하다.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개혁의 본질은 시민의회, 시민 정부이다. 이는 국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시민의회로 가기 위한 국회 제도의 개혁이 가장 우선한다. 사이버 상임위원회 형태의 국회 상임위원회 운영 구조의 개혁이 바로 핵심이다. 상임위원회 제도의 개혁은 단지 국회 구조의 변화만이 아니라 정부 운영 체계의 전반적인 국민 참여를 위한 기본인 것이다. 국민 참여의 장을 여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들에게서 이런 공약이 제안되기를 희망한다. “국회 상임위원회 상설화를 위해서 정부는 온라인을 통해 일상적인 상임위원회 형태의 ‘사이버 상임위원회’ 개최를 국회에 제안하고 이를 실현할 것을 약속”하자는 것이다. 정부도 국회도 국민들이 정책 결정과정에 투명하고 실효성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광장에서 촛불을 든 국민들이 원하는 국가다. 지금 대선 후보 진영은 각자 일부 전문가들을 통해, 또는 국회 경험이 있는 이들을 통해 공약을 만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공약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관성적인 형태로 하고 있다. 국가의 운영에 대한 근원적인 개혁의 대책이 없다. 결국 국회의원이나, 전문가라 하는 이들이나, 국정 운영의 경험을 가진 일부가 다시 정권을 인수하는, 쳇바퀴 돌 듯하는 개혁이 진행돼선 안 된다. 국가 운영의 근원적인 변화가 우선이다. 

 

 

김종선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보좌관(1996~2004)/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화정책담당 행정관(2003) / 문화관광부 문화행정 혁신위원회 간사(이창동장관 정책보좌역) /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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