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일기 '김천사드, 택도 없다'
사드배치결사반대 김천시민촛불집회 ●제142회● (2017. 1. 9)
날씨가 춥다. 겨울 날씨는 추워야 하지만, 이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는 따뜻한 겨울을 은근히 바란다. 지구를 생각한다면 참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사회자인 박경범 기획위원장이 “천막 안으로, 불 옆으로 모여서 집회하자”고 했다.
오늘은 세월호 1,000일이 되는 날.
‘2014년 4월 16일 그날 너는 무엇 했느냐?’ 고 묻는다면 그날 나는 아이들과 소풍을 갔다. 그 사고가 우리 교사들에게 더 아찔하게 느껴졌던 것은 우리에게도 그런 사고가 닥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돌아와서 계속 TV를 지켜보았고, 이상하게도 해경은 구조를 안 하는(못하는 게 아니고) 모습을 보였고, 가장 기막힌 장면은 배에 올라가서 구명선도 풀어주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배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아, 이거 뭐지 하는 생각. 나중에 그게 언딘이 구조하도록 기다린 것이란 걸 알고 더 아찔했다. 고층 빌딩에 큰불이 나 사람들이 갇혀 있는데 소방차가 와서는 “잠깐만요! 불을 끄는 회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
게다가 두 기간제 선생님이 순직 처리가 되지 못했을 때 기간제 교사들은 자신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그 세월호에게 나눠주는 마음으로 우리 촛불을 함께 든다. 먼저 묵념을 하고, 율동맘들이 율동 ‘격문’을 했다.
사회자가 말했다.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아침밥 먹을 때 사고를 당했다. 처음엔 다 구조되었다고 했으나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재난이 일어나면 컨트롤 타워가 가동되어 매뉴얼대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아이들을 구조한 것은 어선이었는데 해경은 오히려 그를 방해하고 선장과 선원만 구조하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천 일을 지키면서 요구한 것은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과 책임자 처벌이다. 유민아빠가 광장에서 단식하고 있을 때 ‘일베’라는 인간들은 폭식투쟁했다. 사드 반대 현수막을 우리가 붙여 놓으면 ‘서북청년단’들이 확 떼고 ‘사드는 가장 중요한 국방의 무기다’고 붙여놓고 간다."
영상을 보았다.
‘기억할게’
나의 마음이 아직 너를 보내지 못해/ 빛나는 별들 그 가운데 니가 있다 생각해/
아직 많은 걸 몰라 너를 보내지 못해/ 그곳에서도 알고 싶을 진실이 밝혀지길
사회자가 다시 “특검에서 반드시 세월호 7시간과 진실,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 유가족과 단원고 학생들 마음에서 치유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했다.
백필숙, 장혜선 모녀가 나와 도종환 시 ‘화인’을 낭송하고 노래를 불렀다.
시 ‘화인’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
자식 잃은 많은 이들이 바닷가로 몰려가 쓰러지고/ 그것을 지켜보던 등대도/
그들을 부축하던 이들도 슬피 울었다/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화인의 뜻을 찾아보니 ‘불에 달구어 찍는 쇠로 만든 도장. 또는 그것으로 찍은 표지’라고 한다.
노래 ‘화인’
이제 4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노래가 끝나니 박수는 있었으나 함성이 없으니 엄마가 “앵콜은 안 해도 한 곡 더 하겠습니다” 라고 말해 웃었다.
힘이 들땐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
비로소 앵콜과 환호가 나왔다.
박경범 사회자가 “그저께 광화문 세월호 집회에서 천 일 동안 아무 것도 확인 안 된 울분에 정원스님이 소신공양(분신)을 하여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는데 유서에 연명치료를 거부한다고 쓰여 있었다. 오늘 내일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고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다시 영상을 보았다. 세월호에서 생존된 학생들이 집회에 나와서 발언한 내용이었다.
"시민들 앞에 서는데 3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 참사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민 여러분 덕분에 진상 규명의 길이 열린 것에 감사드린다.
저희는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했다.
우리가 잘못 한 것은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이렇게 친구가 보고 싶은데 부모님들은 오죽하랴 죄송해서 만나지 못했다.
대통령의 사생활을 알고 싶지 않다. 다만 그때 제대로 보고하고 지시했더라면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았을 건데 그 7시간 동안 무얼 했기에 그런 건가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길 소망한다.
(먼저 간 친구들에게)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해줄게. 다시 만났을 때 18살 때 모습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어."
사회자가 “진실을 밝혀 달라,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 이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저들에 대한 최소한 도리와 책임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국민이 만들어내는 것이다”고 했다.
평화나비합창단이 나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노래했다. ‘진실은...’을 할 땐 특별히 아이들 셋이 나와 먼저 노래했고, 노래 끝에 “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를 함께 외쳤다.
율동맘들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했다. 촛불을 앞에 놓고 시작해서 2절을 할 땐 초를 들고 무대에서 내려와 내려놓고 율동을 했다.
이렇게 오늘은 세월호를 생각하며 촛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