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2세 세습을 염두에 둔 현대중공업 분사 중단돼야
현대중공업은 2월27일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구조조정을 완결 지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5일 발표한 현대로보틱스(주)를 꼭지점으로 현대중공업(존속)과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등 4개사는 인적분할 형태로 서비스와 그린에너지는 물적분할 형태로 한 분사 계획을 발표하였다.
14년부터 발생된 조선산업 수주 위기로 촉발된 구조조정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희망퇴직을 빙자한 정리해고로 지금까지 수천 명을 공장 밖으로 쫒아 내었고 물류와 보전업무 영역에서 자회사를 설립하여 경영합리화란 이름하에 임금과 복지에서 수직하강 된 근로계약서를 들이대며 전적을 강요했으며 전적 동의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은 자택대기라는 해괴한 말로 고용만 유지한 채 생존권을 흔들고 있다. 이 때문에 수백에 이르는 분사 거부 노동자들은 이 추운 겨울에 해를 넘겨가며 원직복직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인적 분할되는 노동자들의 규모는 4천 명 정도다. 고용조건의 수평이동을 보장한다고 번질 하게 말은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어줄 사람들은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할 뒤 임금과 노동조건의 하락은 불을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그룹의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오갑이 사장 시절 직접 서로 다른 운동선수 연봉을 비교하면서 구조조정되는 사업부의 임금 삭감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본질은 세습 1세대인 정몽준 부터 세습 2세대인 정기선(정몽준의 장남, 현 현대중공업 전무)으로의 권력이동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그룹의 구조조정의 꼭짓점은 바로 정기선이고 그 세습구도가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사회를 열어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100여 명이 조금 넘는 규모에 불과한 로봇사업부를 현대로보틱스(주)로 격상하고 그 아래에 현대중공업을 존속회사로 두고 인적분할회사도 두는 구조로써 현대로보틱스(주)에 현대오일뱅크를 함께 묶어 지주회사로 재편하는 그림으로 부의 대물림을 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분사는 정몽준 일가의 의지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사회란 재벌의 거수기에 불과하지만 노동조합이 너무도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해를 넘긴 교섭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합의 가능성도 낮고 무엇보다도 경제민주화법의 국회 입법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법이 주주총회(2월27일) 전에 법안 통과가 되면 구조조정의 본디 목적인 세습체계를 쉽게 만들 수가 없다. 어려움에 직면한다. 경제민주화법 중에 분할되는 인적회사의 자사주를 소각토록 하는 법안이 구조조정의 의미를 심각하게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개입하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정경유착과 재벌 특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박근혜는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기업의 편익을 제공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 대주주다. 이번에도 자기의 이익을 배신하고 삼성에 특혜를 선물한 것처럼 총수일가의 이해만을 반영한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을 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현대중공업은 재벌이다. 재벌의 특징 중의 특징은 족벌경영이다. 때마침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재벌개혁에 대해 입을 열고 있다. 경제민주화란 사회적 화두에 부응하여 재벌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혁과 투명한 기업경영과 재벌 적폐 해소를 위해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82년생, 36세 정기선으로의 경영세습, 총수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조선산업 위기를 이유로 길거리로 내몰리는 일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현대중공업을 세계적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켜 온 주역은 노동자들이고 유지시킬 주역도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금수저가 공통의 자산을 맡아서 키우려면 정당한 방법으로 정직하게 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대화하고 노동조합을 존중하는 노사관계를 열어야 한다. 총수일가의 이익에만 눈먼 근시안적 기업 운영은 그 자체로 자격미달일 뿐만 아니라 국민적 요구인 재벌개혁과 재벌해체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될 뿐이다.
류봉수 현대중공업 노동자
현대중공업현장조직 '우리함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