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의 LP로 듣는 한국현대사(19) 윤수일 : 아파트 (1982)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9년 주거조사에서 아파트 비율은 5.2%에 불과했던 것이 2012년 아파트 비율은 무려 47%로 올랐다. 그리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주거 형태가 대부분 아파트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아파트 비율이 50%가 넘어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인의 의식조사에서 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 소득 500만 원 이상에 2000cc급 이상의 차를 몰고 통장 잔액 1억 이상에 필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30평대 아파트를 담보 없이 가지고 있어야 중산층으로 생각한다. 중산층에게 아파트는 당연한 주거형태로 되어 버린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아파트가 최초로 등장하게 된 것은 64년 마포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부터였다. 일제 강점기부터 아파트가 있었지만 당시 아파트는 대규모 단지 조성으로 이뤄진 사업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아파트 문화의 시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아파트가 초창기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받아온 것은 아니었다. 당시 마포아파트가 만들어지고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에 와우 시민아파트가 1970년 건립되었다. 무리한 건축으로 이 아파트는 입주 당시부터 하자가 발생해 민원의 대상이 되었고, 급기야 아파트가 무너지는 대규모 참사가 일어나면서 당시 서울시장이 경질되기까지 했다. 국민들에게 아파트는 들어가기 싫은 주택이었다.

당시 이화여대 이효재 박사는 아파트가 한국인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에 맞지 않고, 아파트 거래에는 땅이 포함되지 않으며, 많은 가구들이 한 건물에 거주하기에 생활수준이 그대로 노출된다며 한국인이 아파트를 망설이는 이유를 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싫어하던 아파트가 이제 한국인들이 꼭 가져야 할 필수품이 되어 버린 건 1970년대 이후이다.

▲ 한 때 국민들이 들어가기 싫어하는 주거형태인 아파틑 70년대 이후 한국인의 필수품처럼 됐다. (사진출처: 유튜브 화면캡쳐)

여의도의 시범아파트와 동부이촌동의 한강맨션, 강남 개발의 여파의 틈 속에서 건설된 압구정과 반포의 아파트, 잠실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설립되면서 아파트는 부동산 신화를 만들어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아파트는 이제 중요한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강남과 잠실 개발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전두환 정권의 주택500만 호 건설 발표를 계기로 택지개발촉진법이 만들어지면서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드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

택지개발법에 의한 공영개발은 개포지구와 상계지구, 목동 일대 등을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버렸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수원, 안양, 부산, 대구, 인천 등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자연녹지 공간은 사라지고 아파트 숲이 지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아파트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아파트에 대한 오랜 인식을 점차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리고 있는 윤수일의 ‘아파트’도 이런 시기에 등장한 곳이다. 삭막할 것 같던 아파트가 그리운 연인이 기다릴 것 같은 장소가 아파트였던 곳이다. 그러나 이 노래에는 당시까지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아파트의 정서가 쓸쓸함과 고독함의 정서적 표현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강남 개발로 시작된 아파트 건립이 시대적 대세임에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윤수일의 노래에 나오는 아파트가 강남이라는 말과 여의도의 한 아파트라는 말이 있었지만 윤수일 씨는 특정 지역의 아파트가 아니라 그저 보편화된 아파트 중에 한 곳이라고 말했다.

▲ 가수 윤수일은 자신의 노래 '아파트'에 나오는 아파트는 특정 지역의 아파트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출처: 유튜브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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