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 4만 택배기사들의 권리를 찾아 줄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 출범

“점심시간 보장, 주50시간 근무, 휴일 쟁취”

70년대 전태일의 외침이 아니다. 10년 새 물량이 27배 늘어난 택배기사의 절규다. 이들은 실제 주70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택배기사의 47.5%가 점심을 거른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물량이 많은 화요일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고,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밀린 물량을 배달해야 한다.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은 스스로 ‘노예’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택배기사들이 하차 물량의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출처 택배노조준비위]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결심을 했다. 민주노총 산하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을 1월8일 창립한다는 계획이다.

택배기사들은 왜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걸까? 노조 창립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CJ대한통운택배기사권리찾기전국모임과 택배노조준비위 관계자는 그 이유를 3가지로 요약했다.

노동조합 만들어 택배기사는 '배송만' 하고싶다.

택배기사들이 배송일만 하면 하루 8시간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터미널에서 분류작업에 6시간가량을 소비한다는 데 있다. 분류작업이란 물량을 하차하고 주소지별 분류 후 택배차에 싣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런데 분류작업엔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차분류가 되지 않으면 배송을 할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직접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분류작업을 담당하는 별도의 직원이 있어 택배기사들은 아침에 출근해 바로 배송을 시작하면 된다. 택배기사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체교섭을 통해 ‘무임금 하차분류’를 별도 업무로 분리하려 한다.

▲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량의 배송 경로 [사진출처 Creative Journal]

노동조합 만들어 ‘배송지연’ 없앤다.

배송이 지연되는 이유는 허브터미널에서 지역터미널로 물량이 넘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간선하차의 지연'이라고 한다. 급증한 택배물량을 허브터미널이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지역터미널로 옮기는 시간이 지연돼 생기는 문제다.

해법은 간단하다. 운송사가 대분류 허브터미널 시설을 확충하면 된다. 지금은 운송사가 시설확충에 투자하는 대신 택배기사들의 노동력만 착취하는, 말 그대로 '마른 수건을 짜고 있는' 셈이나, 노동조합이 결성되면 배송지연의 원인을 밝혀 운송사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노동조합 만들어 운송사에 '직고용' 되자.

택배기사는 개인 자영업자인가? 운송사의 직원인가? 택배기사는 운송사 대리점과 1년 단위로 고용 계약을 체결하니, 명목상으로는 직원이 맞다. 그러나 기사들은 “의무는 자영업자, 권리는 직원”이라고 말한다. 차량구입비, 보험료, 유류비 등 모든 사업비용은 택배기사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배송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운송사가 아닌 대리점이 지고, 대리점은 택배기사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대리점을 폐점해 버린다. 결국 운송사는 중간에 대리점을 내세워 택배기사를 개인사업자로 만들어 놓고, 투자비용과 위험 부담에선 쏙 빠지는 ‘봉이 김선달’식 이윤 착취를 하는 셈이다.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생기면 운송사와의 직접고용을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 사진출처 민주노총 홈페이지

“먹고 살겠다고 죽을 동 살 동 일하지만 가족들과 밥 한끼 같이 먹을 시간이 없고, 애들 얼굴 보기조차 힘든 신세,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 말 한마디 못하고 죽어라 일만 하는 세상, 우리 택배기사도 노동조합이란 걸 한번 만들어서 할 말은 하고 주어진 권리는 찾아 먹으며 살고 싶다” 라고 '노동조합 건설을 앞두고 택배기사들의 절박한 처지와 심경을 담은 글'을 보도자료를 통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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