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공식 서명 없어 법적 구속력 없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1년뒤 종료 가능"

▲ 사진출처: 정대협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와 함께 조기대선의 가능성이 열리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적폐청산’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박 정권의 적폐에 대해서 내치와 외치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안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외교 부문에서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는 역시 12.28 '위안부' 합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일 것이다. 12.28 합의는 자칫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처럼 국제사회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유사시 일 자위대의 한국 주둔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사안 모두 확고하게 뒤집을 의지를 가진 정권으로 교체만 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적폐 청산과 개혁입법을 위한 국민토론회’에서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12.28 '위안부' 합의의 실체는 양국 외교장관 기자회견이 전부다. 외교문서로 즉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혹은 비준권자의 비준을 거친 문서가 아예 없다. 조약이 아니라 MOU 요건조차 충족치 못해 지키고 싶어도 지킬 근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만약 일본이 이 합의를 근거로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의 불가역적 해결을 주장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외교용어로 ‘benign neglect', 즉 점잖게 무시하기만 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주장하는)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은 정치적 수사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비엔나 협약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조약은 ‘서면 형식’으로 국가 간에 체결하는 국제적 합의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60조에 따르면 조약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헌법 제82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서 하게 돼 있다. 또한 헌법 제89조는 중요 대외정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12.28 합의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자가 공식적으로 서명한 문서도 없고 국회동의와 국무회의의 심의 또한 없었다. 공식합의문서가 있냐는 시민사회단체의 정보공개청구에 외교부는 “서명문서가 없다”는 공식답변을 한 적도 있다. 마치 공식적인 합의문인 것처럼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니는 자료는 단지 기자회견문일 뿐이다.

그렇다면 배상금도 아닌 거출금(인도적 국제원조 성격의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일본 정부가 화해와 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은 어떻게 될까? 이 교수는 “애초에 합의 자체가 법적 실체가 없으므로 10억 엔을 출연하건 말건 아무 효력이 없다. 다만 논란이 될 수는 있으니 반환하는 절차는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협정의 경우도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협정 제21조는 “이 협정은 1년간 유효하며, 그 후로는 어느 한 쪽 당사자가 다른 쪽 당사자에게 이 협정을 종료하려는 의사를 90일 전에 외교경로를 통해 서면 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1년씩 연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법적 효력을 인정한다 해도 1년만 기다렸다 종료의사를 밝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위안부' 합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모두를 확실히 부정할 의지를 가진 정권이 들어설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안희정 등 야권 대선후보 중에서도 이 두 협정에 대해 확실한 ‘폐기’가 아닌 ‘재협상’ 등으로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결국 촛불시민 등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들이 이런 부분에서 확고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고 또 그러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야만 하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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