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 경찰과 부산 동구청 직원이 강제 철거

▲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을 경찰과 부산 동구청 직원들이 강제로 철거하고 있다. 소녀상은 부산시민의 모금으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반대해 마련됐다. “소녀상을 내려 놔라”는 시민들의 절규가 들린다.

▲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 이 소녀상은 설치 되자마자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 되었다.

한일 간 위안부 합의 1년이 되는 28일, 부산 동구에 위치한 일본총영사관 앞에서는 12.28위안부 합의를 규탄하는 수요 집회와 소녀상 건립 작업이 진행됐다. 시민 모금으로 설립되는 이날 소녀상 건립에, 구청이 돌연 철거 명령을 내려 경찰병력이 출동하는 등 시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날 소녀상을 지키던 대학생을 비롯한 시민 20여명은 방패로 무장한 경찰 100여명에게 둘러싸여 폭력적인 진압을 당했다. 경찰병력은 농성자들을 포위하는 한편, 차벽을 설치해 총영사관 앞 중앙대로 4차선을 차단하고 인도를 봉쇄해 소녀상 주변을 완전히 통제했다.

부산 시민들은 경찰의 강제 철거에 분노하면서 “소녀상을 설치하면 왜 안되냐? 소녀상 강제 철거 친일 경찰 물러가라. 12.28 위한부 합의 무효다”를 외쳤다. 또한 경찰은 소녀상을 지키려는 시민을 불법 촬영하는 등 위법한 채증으로 시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을 둘러싸고 부산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대치가 이어지던 오후 2시경 경찰은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하기 시작했다. 동구청 직원들까지 동원 된 폭력적인 연행 과정에서 시민들이 방패에 찍기고, 팔 다리 등이 비틀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동구청 직원들이 시민들을 끌어내 경찰 방패 벽으로 밀어 넣으면 다수의 경찰이 밀려나온 시민의 팔과 다리 등을 붙잡아 동구청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으로 실어 나르며 연행을 이어갔다.

소녀상 철거 차량이 진입하는 과정에 경찰측이 시민들을 밀어붙여 김 모씨(22세. 대학생)가 허리를 다쳐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들이 밀려나는 사이 소녀상을 도로에서 밀어낸 경찰과 동구청 직원들은 소녀상을 천막으로 씌운 뒤 대기한 트럭에 실어 달아났다.

철거 과정을 바라보던 시민들은 “1년 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바로 잡기위해 1만명의 성금으로 설립한 소녀상을 대한민국 경찰이 공무원과 협잡해 철거를 하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고, 누구를 지키는 경찰이냐”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지난 10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위한 8180명의 부산 시민 서명을 전달하는 등 소녀상 설립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왔다. 한편 모리모토 야스히로 일본 총영사가 소녀상 설치에 대해 “일본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게 될 것이다. 다수의 일본인이 찾는 부산 동구가 그 영향을 보다 크게 받을 것이다”라는 협박성 공문을 동구청에 보낸 것이 확인 돼,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저녁 7시 반에는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철거 규탄 촛불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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