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석 3.8.6 드로잉展

작가가 날로 먹는다는 말을 하기가 참 민망한데 그는 스스로를 ‘날로 먹는 화가’라고 지칭한다. 자신을 ‘기생 미술의 창시자’라고까지 하며 잔잔한 쓰임새로 세상의 언저리에서 살짝 드러낸 작업의 물건(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물건이라고 했다)을 내놓았다. 그래도 미술가로서 살고 작가로 활동을 했으니 물건들은 갤러리에서 전시의 형식을 빌었다.

전시제목은 <배인석 3.8.6 드로잉전>. 오는 12월 26일부터 1월 1일까지 부산 해운대에 있는 화인갤러리에서 전시에 들어간다. 전시된 작품은 그의 말처럼 다이소에서 산 액자에 끼웠으니 다이소값인 3천원, 6천원, 8천원으로 정했다. 제목의 ‘386’이 386세대인 작가의 세대를 지칭하는 줄 알았더니 전시작품의 판매 금액이다.

‘편의상, 작업상 쓰였던 그림을 짜잔하게 모았고,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온 단상들을 추가’해서 열게 됐다는 전시의 주최자는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사무총장 배인석씨다. 부산동아대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나를 둘러싼3가지상념들’, ‘퇴계하여 평택을 생각한다’, ‘학생대백과사전’, ‘용산 레아 끝나지 않은 전시’, ‘청와대 라이터 프로젝트_제 값에 팝니다!’ 등의 개인전과 ‘85호 크레인 - 어느 망루의 역사’, ‘액티비스트 리포트’,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 ‘티베트를 생각 한다’, ‘백두대간 지리산전’, ‘경기 국도1호선’, ‘딜레마의 뿔’, ‘코리아 통일 미술전’, ‘조국의 산하-평택 평화의 씨를 뿌리고’ 등 다양한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저서 <신속한 파괴 우울한 창작> 등을 낸 작가이기도 한 그는 이번 전시의 의도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림을 하면서 대중들과 허물어야 하는 과제와 그림의 깊이는 배치되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 곧, 대중들이 그림이란 이런 거라는 고상하게 알고 있는 것들의 허위의식에 대해 의심을 권하는 방편’이라고 살짝 밝혀둔다. ‘그림이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과 예술의 가치는 어느 지점에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말이다.

예술의 주된 목표인 표현과 발표와 자유의 관계 속에서 자신같이 머리와 심장과 간이 튼튼한 예술가들의 헛짓거리가(어쩌면 풍자 같은) 한국사회에서 계속되길 바라는 작가는 국정원 댓글공작을 풍자한 댓글티셔츠를 만들었고 창문에 놔둔 4개의 감을 보며 4월 16일을 연상하고 작품을 만든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연관성을 가지고 작가의 시선으로 들어오고 곧 작품이 되는 것이다.

2014년 앗싸라비아 창작단이 만든 ‘청와대 침몰’이란 작업이 북한 tv에 소개되고 박근혜 탄핵정국에 맞게 선보인 박불똥화백의 87년도 작품을 합성해 패러디한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담)스럽습니다’가 북 로동신문에 화보로 게재되자 미술의 남북교류라며 너스레를 떠는 작가는 단 일주일만 하는 전시회를 통해 ‘날로 먹는 화가’의 진수를 보여준다.

광고지위에 스티커를 붙인 ‘7시간 밝혀라’, 종이위에 연필로 작업한 ‘감나무집 화분’, 광고지에 혼합재료로 작업한 ‘겨울 속 4월 16일’, 종이위에 아크릴로 작업한 ‘눈감으면 보여 나의 꿈’, 신문지에 실크스크린한 ‘도종환 시 귀가 중’, 패널위에 스티커와 펜으로 작업한 ‘스타탄생’, 광고지에 출력한 ‘임을위한행진곡’ 등의 작품을 다이소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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