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표시제도 전면재검토가 필요한 이유

▲ 사진출처: 소비자TV 유튜브 화면캡쳐

흔히 된장, 고추장도 수입산 콩으로 만든 것은 GMO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민플러스 ‘GMO, 제발 '제대로' 표시하자’(2016. 11. 10.)부터 읽어보시길<http://www.minplu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63>). 거기에서 더 나아가 GMO 표시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길까? 그것은 표시제의 문제와 비의도적 혼입률의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전제로 해야 할 것은 비의도적 혼입률은 농민 보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비의도적 혼입률은 왜 인정되어야 하나? 비의도적 혼입률이란 말 그대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섞인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먼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바로 GMO를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것이다. GMO를 먹는 소비자? GMO를 수입하는 나라? 아니다. GMO를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GMO를 재배하는 나라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GMO를 재배하지 않는 농민이다. 그들은 GMO가 아닌 작물을 재배하지만 자신의 인근에 GMO를 재배하는 사람이 있으면 항상 그 꽃가루가 날려 자신의 땅에서도 GMO가 자라게 될까 봐 걱정해야 한다. 그럴 경우 우선은 그 종자에 대해 특허를 가진 기업이 특허침해 소송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해야 하고 또 그로 인해 일반작물로 팔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의도적 혼입률은 이런 걱정에 대해 소비자가 함께 걱정을 감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농민의 노력으로는 불가항력인 일에 대해 소비자들이 그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제도인 셈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소비자들이 무조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비의도적 혼입률이다. 즉,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감수할 것인가의 양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니 나라마다 비의도적 혼입률이 같을 수는 없다. 나라마다 그것을 먹어야 하는 소비자들이 참을 수 있는 한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비의도적 혼입률이 농민을 보호한다면 그 농민이 누구인가이다. 일차적으로 그 농민은 GMO를 재배하는 나라에서 GMO를 재배하지 않는 농민이다. 그러니 GMO를 재배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굳이 비의도적 혼입률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초기부터 GMO반대운동을 해왔던 단체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GMO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GMO를 재배하지 않는 나라이고 따라서 GMO를 먹지 않아도 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수입농산물로 인해 GMO의 피해를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0%를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O를 재배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비의도적 혼입률을 3%까지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식량자급률이 100%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바가 크다. 수입농산물을 들여와야 하는데 비의도적 혼입률을 인정하지 않고 수입하면 충분한 양을 수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심지어 식량자급률이 20%남짓인 나라에서 가려서 수입할 처지가 아니라고, 수출하는 나라가 수출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을 정부기관에서 한 적도 있다.

이런 정부 입장과는 별개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0%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비의도적 혼입률에 대해 강하게 반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유통과정에서 생겨나는 낙곡으로 인해 우리나라 농지도 100% 완전히 GMO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 결론은 같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이유 내지는 과정은 다르다는 것이다. 어쨌든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비의도적 혼입률이 어느 정도 용인된 상황에서 오늘에 이른 셈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결국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예컨대 비의도적 혼입률을 얼마로 하는 것이 옳은가의 문제로 비화하기 일쑤이다. 유럽은 0.9%인데 일본은 5%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이다. 비의도적 혼입률의 문제는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 내지는 국민들이 얼마나 용인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마치 비의도적 혼입률이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는 듯이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른 나라가 그러하니 우리나라도 그러하자고 말하는 것도 올바른 방식은 아니다. 마치 미국이 매번 우리에게 일본이 5%이니 한국도 5%라고 요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유럽이 0.9%이니 우리도 0.9%로 하자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의도적 혼입률의 핵심은 그 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이고, 그것은 우리 국민들이 얼마만큼을 용인할 수 있느냐가 가장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처음 비의도적 혼입률을 정할 때부터 그러지 못했다. 애초에 정부가 임의대로 3%라고 정했고 그것을 앞으로 1%까지 낮추겠다고 정한 것도 정부이다. 그러니 비의도적 혼입률을 낮추는 것은 정부가 이행해야 할 약속인 셈이다. 그런데 당시 1%가 유럽의 기준이었고(이후 유럽은 0.9%로 낮추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유럽의 기준이 최선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지금 0.9%가 마치 정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0.9%로 낮추자고 법 개정안을 낸 국회의원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문제는 몇 %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얼마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비의도적 혼입률의 주장이 난무하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버렸다. 지금까지의 표시제도는 GMO를 표시하는 것이고 표시할 때 비의도적 혼입률 3%를 인정하여 그 이하인 경우에는 GMO 표시를 안 해도 되도록 정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수입산 콩으로 된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GMO 표시가 안 돼 있다. 그럼 이 된장에는 GMO가 들어 있을까, 안 들어 있을까? 3% 이하로 들어있을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문제는 그것을 GMO라고 말하려면 비의도적 혼입률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비의도적 혼입률을 인정하려면 3% 이하로 들어 있는 경우는 GMO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딜레마에서 소비자들은 헷갈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GMO가 위험하다고,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할 때는 3% 이하라도 들어 있으면 그것은 GMO라고 주장하게 된다. 그러다가 비의도적 혼입률 이야기를 할 때는 또 비의도적 혼입률은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어떤 글은 된장, 고추장도 GMO라고 하고 어떤 글은 된장, 고추장은 GMO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혼란을 피하려고 쓰이는 영어가 Non-GMO와 GMO-free이다. Non-GMO는 비의도적 혼입률을 포함하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로 치면 3% 이하면 Non-GMO이다. GMO-free는 비의도적 혼입률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0% 여야 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율적으로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인정하지만 0%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혼란은 더 가중된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큰 걱정이 이 글로 인해 더 헷갈리는 게 아닐까이다. 그럴 정도로 이상하게 별 것 아닌 듯하면서도 복잡한 것이 GMO 표시제도이다. 농촌진흥청이 GM벼 상용화를 발표한 이래 국민들은 오히려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0.01%라도 GMO가 섞인 것은 섞인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내 땅에서는 적어도 GMO를 재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GMO 표시제도, 국민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하자!

▲ 사진출처: 소비자TV 유튜브 화면캡쳐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