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17)

▲ 트럼프 내각 [사진출처 CNN 동영상 갈무리]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궁금해 하고 있다. 트럼프의 차기정부 주요 직책 인선은 그 정책 방향의 가늠자였는데, 그 내용이 전례 없이 파격적이다. 트럼프 차기정부의 정책 방향과 윤곽이 점차 드러나는 순간이다. 트럼프 대외정책은 ‘고립주의’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키신저 식 ‘현실주의’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외정책이 동북아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한국 방위비 분담증액 문제나, 한-미, 중-미 통상마찰의 문제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판단된다.

1970년대 미-소 냉전 중심의 세계 질서를 중-미 관계 개선으로 극적으로 변화시킨 인물이 있다. 닉슨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미소 냉전이후 세계 외교의 기본 틀을 바꾼 ‘닉슨 독트린’과 ‘닉슨 쇼크’로 상징되는 대외정책과 유사한 파격적 외교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냉전종료 이후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이 추진한 세계질서의 기본구도를 다시 한 번 뒤흔들 조짐이 보인다. 트럼프 대외정책의 성격과 방향을 전망해보자.

1 트럼프 대외정책은 더 이상 럭비공이 아니다.

선거기간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좌충우돌과 오락가락을 반복했고, 힐러리 클린턴후보로부터 자주 공격받는 취약분야 중 하나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화당 유력주자로 등장하는 지난 5월 이후부터는 양상이 달라졌다. 빠르게 외교정책의 방향을 잡고 기본 내용이 정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외교노선이 ‘닉슨과 헨리 키신저’의 정책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슬로건에 맞추면서 세련되게 다듬어 가는 모습이었다. 그 방향은 기존 국제주의자(globalist)의 제국주의적 ‘개입주의’를 벗어나면서도 동시에 빠르게 기존 ‘주류 세력’과도 타협이 가능한 방향이라 말할 수 있다.

폴 매너포트 선대위원장은 지난 5월 공화당 전당대회 트럼프의 후보 수락연설이 48년 전 닉슨의 연설을 본보기로 삼았다면서 “당시 연설은 오늘날 대부분의 이슈와 궤를 같이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도 “닉슨은 세상이 무너져 갈 때 사람들이 미국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1960년대는 진짜 안 좋았다. 지금도 진짜 안 좋다. 미국인들은 1960년대의 혼돈이 다시 찾아왔다고 느끼고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 외교·안보팀의 수장이었으며, 최근 차기 내각의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제프 세션스의 지난 5월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음미해보자. 그는 "국가방어와 외교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기본적 철학과 접근은 키신저 식 모델에 가깝다"고 했다. 즉,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정통 보수주의를 이탈한 '신(新) 고립주의'라기보다, 철저한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라는 이야기이다. 5월 18일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트럼프와 키신저의 회동이 단순히 트럼프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언론 홍보용만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 미국 패권주의 몰락과 새로운 트럼프 ‘현실주의’ 정립과정

트럼프의 지난 발언을 추적하면 그의 정책이 여러모로 ‘닉슨의 발상’을 채용할 것이라는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향이 단순히 위기에 처한 미국 대통령 선거 전략을 넘어서서, 대통령 당선 후 더 파격적 국제관계와 대외정책으로 전환될 가능성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는 냉전붕괴 이후 미국이 공세적으로 추진하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기존 대외정책 실패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면서도, 위대한 미국의 부활을 슬로건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트럼프 현실주의(realist)’로 다듬어 가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네오콘이 벌이는 IS와 시리아 전쟁의 기만성을 폭로하며, 국제외교와 관련된 자극적 발언을 자주했으나, 유세기간 미국 외교정책에 관해 의미 있는 기조연설을 한 적이 별로 없다. 그의 의미 있는 몇몇 주요 발언을 역추적 해보자. 4월 27일 트럼프는 워싱턴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로 명명한 자신의 외교정책을 발표하며 다음과 같은 말은 한다. “나는 필요하지 않으면 전투에 우리 병력의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는 한 말이다.” 또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들과 적대국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2월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연설에서는 "미국은 체제전복 시도를 중단할 것이며 정권과 사람을 전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9월 7일 필라델피아에서 의미 있는 연설을 했는데, 이 연설은 트럼프의 좌충우돌 정책이 미국 주류 군산복합체의 요구와 어떻게 절충하며 정립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전까지 국방비 감축을 주장하던 트럼프는 그 연설에서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로널드 레이건의 대선 공약을 다시 부활시켰다. 그 연설에서 트럼프는 육군과 해군, 파병군 규모의 확대를 주장했다. 중동에서 지상군을 철수시키는 정책을 감안하면 증군(增軍)은 실제로 불필요하다. 그럼에도 그는 해군력 강화와 군무기의 현대화를 약속했다. 국방비 중강 문제는 주류정치권의 최대관심사였는데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선거구호로 이를 절충해 연결시켰다.

3 트럼프의 현실주의 대외정책의 기본방향

트럼프 최근 언행과 차기 정부 주요 인사 인선과정을 종합하면, 그의 대외정책이 보호무역주의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세계질서의 방향전환을 파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 소련붕괴 이후 네오콘이 추진한 대 러시아 무력화와 적대정책을 전면 전환한다.

2 이에 따라 유럽의 반러 대치전선과 정치지형도 전환한다. 나토(NATO)의 기능과 역할도 중립적으로 전환하거나 해체한다.

3 시리아, 중동문제를 러시아와 협력하여 풀어가며, 중동 도처에서 사실상 미국의 대리전을 치르는 IS를 실질적으로 정리한다.

4 중국의 급속한 부상을 저지하고 미국의 태평양 지배권을 방어한다. 이에 따라 대만의 가치를 재평가한다.

5 북한(조선)의 핵, 미사일 문제의 시급성과 전략적 의미를 재평가한다. 실패한 오바마의 기다리는 전략을 폐기하며 대북 적대정책의 전환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평화협정을 위한 준비협상을 임기초반에 개시한다.

이러한 트럼프 대외정책 경향에 대해 미국의 정치 분석가 그레그 로슨은 지난 3일자 '더힐'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역(逆)닉슨(Reverse Nixon) 전략'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과거 적대적 중국과 친교를 맺으며 부흥하는 소련을 저지했듯이, 트럼프의 현실주의 외교노선은 다시 러시아와 친교를 맺으며 중국을 저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1970년대 급성장하는 소련, 제3세계 사회주의 확산, 베트남전의 위기, 오일쇼크와 세계 자본주의 경제 위기, 미 달러위기 등에 대처해서, 미국은 ‘불개입 원칙’을 표명한 ‘닉슨독트린’과 금본위제를 폐기한 ‘닉슨쇼크’로 대응한 것과 유사한 행보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트럼프 외교노선이 방향전환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결코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의 성격을 결코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크게 보면 1991년 소련붕괴 이후 지난 25년간 미국 네오콘이 초당적으로 밀어붙인 일극 패권주의 대외정책으로부터의 후퇴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시대의 등장 배경은 영국의 브랙시트 현상 출현과도 유사하다. 미국 주류 기득권 세력과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세계와 미국국민의 반발에 대한 새로운 지배세력의 출현과 대응이다. 당선이후 트럼프 대외정책은 미 기득권 주류세력이나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와 정면충돌하기보다는 협조하면서도 새로운 대외정책을 빠르게 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4 주요 외교정책의 실행자들; 플린-키신저, 틸러슨, 리차드 하스

트럼프는 정치적 빚이 별로 없다. 미국 기득권 정치 엘리트와 혼자 싸워서 이겼다. 그래서인지 내각 인선의 특징도 노골적이며 강경하며 파격적이다. 언론에서는 차기 트럼프 내각을 ‘3G’ 내각이라 한다. 미국 금융계,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군 장성을 뜻하는 제너럴, 그리고 초갑부를 의미하는 가질리어네어 이렇게 세 단어의 영문 첫 글자 ‘G’를 뜻한다.

여기서는 주로 대외정책과 관련된 일부 인물만 살펴보자. 그가 대통령 당선자 확정 후 처음으로 내정한 사람은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오 중앙정보국 CIA 국장, 그리고 법무장관 세션스 등이다.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장관, 국방장관과 함께 미 대외 정책의 3대 축으로 꼽히는 중요한 자리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미국 외교안보 분야 총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플린은 군인출신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DIA(국방정보국) 국장을 역임하다 중동 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해임됐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커다란 실책이며 전략적 실패였다"고 지적했다. 플린은 대외적으로 친러파라고 한 적은 없으나, 러시아와 푸틴에 우호적인 사실상 친러 성향으로 볼 수 있다. 또 2013년 국방정보국장 재직 시기, 연방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조선(북한)의 미사일이 핵탄두 장착능력이 있으며, 미국 본토방위의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현실적 평가로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플린은 강경파라기보다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보인다. 트럼프의 ‘제2의 키신저’라 불릴만한 핵심인물로 판단된다.

국무장관 내정자인, 엑손모빌 CEO 렉스 틸러슨은 미국의 대표적 친러파 인사이다. 엑손모빌은 록펠레 계열의 대표적 회사이기도하다. 록펠러는 재계뿐 아니라 정계와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움직이는 세계적 재벌이다. 엑손 모빌은 러시아와 다양한 합작 사업을 해왔으며, 틸러슨은 2012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Order of Friends)'을 받았다. 틸러슨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도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언론은 그의 발탁을 ‘푸틴의 승리’라고 말하고 있다.

또 눈여겨 볼 사람이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국무부 2인자 자리인 부장관에 미국 외교협회(CFR) 리처드 하스 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12월 15일보도 했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렉스 틸러슨이 외교 실무에 경험이 없는 것을 보안하기 위해 하스가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트는 여러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외교정책통으로 불리는 "하스를 존경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스 회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역임한 외교 전문가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정통하다. 하스는 지난 9월 의미 있는 CFR 대북정책 특별보고서 작성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다. 그가 의장으로 참여한 이 특별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적대정책의 전환과 한반도 평화협정을 권고하고 있다.

▲ 트럼프 내각 [사진출처 the ONION’ VIDEO 동영상 갈무리]

5 러시아 적대 정책의 실패와 새로운 러시아 전략

만약 트럼프가 큰 그림을 구상하며, 대 러시아 적대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한다면 이는 유럽과, 중동, 세계 정치사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1991년 소연방 붕괴 이후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을 요약하면 러시아 ‘흡수 무력화’ 전략이었다. 미국의 목표는 동구권과 해체된 소연방 국가들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신속히 편입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는 연방의 중심국인 러시아가 대국으로 등장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미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반(反)소 군사동맹이던 나토(NATO)를 해체하지 않고 거꾸로 구소련 연방 국가들을 분리해 이들 나라를 단계적으로 나토에 가입시켰다. 종국에는 러시아마저 몇 개의 지역으로 분할해 재기불능의 중간 규모국가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을 기치로 내건 푸틴의 등장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미-러는 유럽이 핵전쟁을 우려할 정도로 격렬하게 대결했다.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대리전이었다.

결과적으로 푸틴이 오랜 기간 미국과 대립하며 추진하는 전략은 성공하고 미국의 대러시아 전략은 실패했다. 이미 미국의 지원과 추동력을 상실한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 주도로 종결되는 국면이다. 트럼프는 힐러리가 거부하고 유지하려던 ‘대러 적대전략’을 우호 협력의 역방향으로 전환하려하고 있다.

6 새로운 유럽, NATO의 성격변화와 해체 가능성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반(反)러시아·동맹의 중요성 등 국제 정치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란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푸틴의 친구’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으로 유럽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발트 3국을 포함한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막아줄 방패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극도의 불안감에 빠졌다. 오바마 행정부와 정반대로 미국 외교 노선을 '친(親)러시아'로 바꿔놓으면서 유럽 정치·외교 근본 틀이 크게 흔들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때 "(나토는) 용도 폐기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럽은 나토마저 흔들릴까 봐 우려하고 있다. 유럽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와 나토(NATO)를 통한 군사적 대응 등에서 미국과 손발을 맞춰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양자 회담에서 "대러 경제 제재 연장"에 합의했다. 그러나 틸러슨은 "대러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미국과 유럽의 대러 공동 전선은 이미 엇박자이다.

트럼프는 유럽이 나토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라는 차원을 넘어 나토를 해체하거나, 나토의 성격과 기능을 변화사킬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적대적 미-러관계가 정리되고 새로운 미-러관계가 추진될 경우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다. 트럼프가 푸틴을 만나 국제테러에 중심을 둔 ‘새로운 유럽 안보기구’를 제안하고 러시아를 이 기구의 일원으로 포함시키는 구상이다. 미-러간 대립의 산물인 러시아 국경 주변의 MD를 후퇴하고 러시아는 구소련 발틱 국가들에 대한 안보문제 해소를 약속하는 방안이 현실화 될 수 있다.

7. 긴장하는 중국과 부상하는 대만카드, 한반도 MD

중국은 소련 붕괴 후 미국의 패권전략에 러시아와 다극화 전략으로 맞서며 밀착해왔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도록 놔두면 안 된다“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고 했다. 오바마 정부의 러시아 적대전략이 결과적으로 중·러 밀착을 도왔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푸틴의 절친을 국무장관으로 앉힌 트럼프, ‘연아제화(聯俄制華·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억제하다)에 나서나'라는 기사를 게재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은 다소 과장이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친러 반중' 외교 전략을 펼치면서 중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중·러 관계에 균열이 일어날 것을 내심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를 한 배경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가 대만 정상과 통화한 것은 1979년 양국 간 수교 단절 이후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키신저는 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일부 미국 언론은 키신저가 중국에 화해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키신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측이 일으킨 작은 행동으로 국제사회에 이미 형성된 ‘하나의 중국’이란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의 이중성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그대로 밀고 나갈지가 사드 배치를 늦출지 여부가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사드배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협정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연관된 중-미관계의 핵심문제로 트럼프 외교정책의 가장 어려운 난제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8 닉슨의 베트남, 트럼프의 북한(조선)문제

차기 트럼프 내각은 플린 내정자를 비롯해 제임스 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등 강경파 인사로 채워진 상태다. 한국 주류 언론 보도 분석에 의하면, 향후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의 정책보다 훨씬 강경해질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새로운 대외전략 가능성과 내각 인선의 의미를 좀 더 깊이 파악하면,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가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통으로 불리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11월 14일(현지시간) CFR 뉴욕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실 산하 동북아평화협력 의원외교단'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미국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밝혔다고"트럼프 당선자는 선거와 국정을 구분해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대북정책문제가 차기 정부가 해결할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38 노스’로 한국에 잘 알려진 조엘 위트 연구원은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와 함께 11월 17∼19일 제네바에서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 등 북한 외교라인의 핵심 당국자들을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하고 돌아왔다. 그가 플린과 직접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예상한다. 그가 시사잡지 애틀랜틱 기고문을 통해 미국 차기 정부에 권고한 내용을 살펴보자.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후 직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대화 재개를 위한 구두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취임 100일 안에 북핵 위협에 관한 현 상황을 평가하고 관련 대북정책을 입안해 행동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런 다음 △2월 초 1차 북미 탐색 대화 △2월 중순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또는 수정 발표와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 △2월 말 신뢰구축에 초점을 맞춘 2차 북미 대화 △3월 중순 북미협상 공식 재개 및 양측의 담대한 조치 필요성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서한 발송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영변 핵시설 사찰활동 복귀 △4월 북한 대화 재개 미준비시 제재 강화 등의 일정표를 제시했다.

조엘위트는 오바마 행정부 초기처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북미간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첫 단추가 내년 2월 시작되는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우려처럼 만약 차기 트럼프 정부의 대북 초기 대응이 실패할 경우, 북-미간 재격돌과 전쟁위기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16 국민혁명이 겨울을 넘어 줄기차게 진행 중이고, 내년은 정권교체기와 맞물려있다. 이어질 2017년 촛불 혁명과 함께 또 하나의 국제 질서의 격변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독트린’이 다가오고 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