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시스템이다 ⑧ 촛불은 국회로 향한다
표창원 의원의 탄핵 찬반 공개는 당연하다
지난 12월 3일, 232만이 외친 ’박근혜 즉시 퇴진‘의 촛불은 대통령 3차 담화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시민들이 펼친 저항의 축제였다. 이문열 같은, 세상을 이미 논할 자격조차 없는 자의 마지막 발악이 있었지만 이 역시 환각에서 깨지 못한 대통령의 담화처럼 축제의 불길에 흔적도 없다. 애써 찾아보려 해도 없는 지지율 4%의 절박한 허깨비가 청와대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참에 국회는 꼼수를 둔다. 특히 새누리당의 꼼수는 시민들을 여의도로 이끌었다. 야당 역시 잘하고 있지 않지만 시민들의 준엄한 요청에 먼저 답을 해야 할 이들은 바로 새누리당이다. 그들은 공범이며 대통령과 같이 퇴진해야할 대상이다. 법 운운하며 애써 다르다고 주장해도 시민들은 알고 있다. 여기서 최근 화재가 된 표창원 의원의 탄핵 찬반 의원 명단공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표 의원의 탄핵관련 정보공개는 최소한 현재의 국회 시스템에서 옳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정보를 시민 앞에 공개하기를 꺼린다. 특히 탄핵과 같은 사안은 더 그렇다. 시민들의 손에 의해 부여된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에게 자신을 밝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권력으로써 시민 위에 군림해온 증거다.
표 의원의 공개는 이런 차원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국회의원의 정보공개 의무화 시스템이 없는 현실에서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이제는 나아가 국회에 표 의원의 정보 공개를 시스템화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촛불의 본질은 결국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서 비롯됐지만 이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국회의 책임을 묻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으려면 국회가 시민의회가 돼야 한다. 그 출발에서 표 의원의 탄핵 정보 공개는 촉매 역할이 되길 기대한다.
국회는 시민의회가 될 수 있다
시민정부, 시민의회에 대한 주장이 촛불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것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원론적인 대답밖에 없다.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시민들의 의지를 아는 집단 즉, 정당이 정치의 중심세력이 되는 것 정도이다. 돌이켜 보면 이런 내용은 국회의원 총선에서 빠져 본 적이 없다. 결국 슬로건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촛불 광장에는 많은 수의 신생 정당, 소수 정당들이 스스로 시민 정부를 하겠노라며 나와 있다. 지난 4월 총선에도 그러했다. 새누리당 조차 민심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결국 지금이다. 지금의 국회는 시민의회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시민의회가 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운영 구조를 가지고는 할 수 없다.
국회가 시민의회가 되는 것이 촛불이 요구하는 정치개혁의 가장 큰 하나이다. 대통령의 퇴진은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촛불의 단기적 요구이며, 촛불의 본질적 요구는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의 중심에 시민의회가 있다.
시민의 다양한 요구는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반드시 의회를 통해 표출된다. 그러기 때문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국회의원 선출의 방법에 대한 논의도 항상 있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회 제도에 대한 논의는 단지 국회의원의 선출 방법에 머물렀다. 이제는 국회 운영에 대한 것으로 시각을 옮겨야 한다. 시민의회는 지금이라도 가능하다.
정치 본질의 복원
지난 기고를 통해서도 말했었지만 국회의 개혁이야말로 정치개혁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정치는 단순히 정치인이라는 특정 집단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시민이 뽑은 대리인이 국회라는 공간에서 입법권을 바탕으로 행정부가 행할 제도를 만들고 행정부의 제도 운용을 감시하며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가 곧 정치다. 정치개혁 역시 국회가 본질이다. 정치개혁은 정치인이 주체가 아니고 정치인이 시민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정치인이 시민의 도구가 되는 시스템 구축이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정치의 본질을 복원해야 한다.
국회가 시민의회가 되는 길
시민이 국회의원의 활동을 알아야 한다. 국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서 제외돼 있다. 시민이 청구해서 공개하는 ‘청구공개’나 국회의원의 공적 활동 정보의 사전 공개인 ‘정보공표’를 하지 않는다. 시민은 국회의원이 뭘 하는지, 본인이 홍보를 위해 공개한 정보와 언론에만 의존한다. 여기에 언론의 공작까지 끼어든다. 정치의 사유화가 일어난다. 국회의원과 언론과 또 재벌 등 이익 관련자와의 사유화가 일어난다. 국회의원 정보공개는 시민의회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국회의 입법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사는 상임위원회를 통해 일어난다.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회의원 개인기의 장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거나, 짜고 치는 것 같은 수박 겉핥기와 주마간산식의 상임위원회 제도는 근본부터 개혁돼야한다.
인기의원은 개인기가 뛰어난 의원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프리젠테이션 잘하는 차은택과 같다. 물론 순수한 마음에서 노력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순수한 열정이 평가되지 않는 곳이 현재의 국회 상임위원회이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 122조의 서면질의 조항을 활용해서 상시 상임위원회를 시민들 앞에 펼쳐야 한다. 온라인 공간을 이용해 상시 국회와 정부 간 상임위원회 질의응답이 공개리에 이뤄져야 한다. 시민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민들의 집단지성 수렴이다. 온라인 공개 상임위원회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 수렴을 위한 기본조건이다.
시민들은 입법의 과정이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는 성과연봉제와 같은 입법을 개혁입법이라고 했다. 삼성 현대와 같은 재벌을 위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미르나 K스포츠 재단을 통해 뇌물을 수수했다. 촛불의 가장 큰 이유를 만든 것이다. 국회의 입법은 그 이력이 추적되어야 한다. 어느 집단이, 개인이 입법을 위해 제안하고 주장했는지 법이 상정되기 전에 알려야 한다. 입법이력추적제가 도입돼야 한다. 농수산물보단 입법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국회의장에게 요구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개혁을 이뤄낼 적임자다. 국회의장에게 요구한다. 시민의회가 되는 길이 촛불의 요구에 답하는 길이라면 그 길에 앞장서 달라.
△현재 국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활동이 공개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서 ‘국회의원 정보공개 제도화’를 할 것을 요구한다. △국회법 제122조 서면질의 조항을 개정해서 ‘서면질의와 응답 내용의 정보통신망 공개’를 통해 상설화된 사이버 상임위원회를 운영할 것을 요구한다. △국회법 개정을 통해 입법과정 이력의 국회 법사위원회 의결 이전 공개를 요구한다. △시민의회가 될 수 있는 국회 시스템의 개혁을 먼저 이루고 이를 더욱 잘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출제도 개선을 요구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촛불 화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