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누리당이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의 내년 4월말 퇴진과 6월말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서로를 비방하며 결별 수순을 밟던 친박, 비박이 담화발표 후 불과 3일 만에 한자리에 앉아 공동의 결정을 채택한 것이다. 끓어오르던 탄핵열기가 갑자기 식어버렸다. 탄핵의결을 확신하던 야당은 비박의 배신에 어쩔 줄 모르고 국민은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새누리 일파의 본색을 다시금 확인했다.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전개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바이기도 한다. 지난 달 29일 박대통령의 3차 담화는 이전 1,2차 담화와 성격이 다르다. 1.2차 담화가 국민항쟁에 놀라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이번의 3차 담화는 상황의 반전을 노린 수구보수세력이 합심하여 준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그간 서로 결별 수순을 밟던 친박, 비박들이 일시적일 수도 있겠지만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의미를 잘 모르던 비박들이 잠시 허둥대기도 했지만 비박의 사령탑 노릇을 하던 조선일보와 친박계 그리고 청와대가 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탄핵 없는 국회 합의에 의한 조기퇴진’을 내세운 것을 보면 사전에 합의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들은 사전 각본에 따라 지난 달 27일 전직 국회의장단들이 모여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과 개헌을 제안하고, 28일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경환의원 등이 대통령 명예퇴진 건의를 하는 것으로 모양새를 갖춘 다음 29일 대통령이 3차 담화를 발표했다. 그리고 1일 비박, 친박이 한데모여 4월 퇴진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여론조성을 위해 연일 사설과 칼럼을 통해 이 입장을 옹호하고 야당에도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불과 며칠 전 만 해도 친박에 날을 세우고 야당에게 탄핵일정을 빨리 제시하라고 다그치던 조선일보가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최근까지의 전개과정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어제까지 서로에게 칼을 겨누던 자들이 오늘 갑자기 손을 잡은 데에는 이를 강제할 만한 힘이 작용한 결과다. 그 결과 수구보수세력이 내부의 갈등을 일단 봉합하고 야권을 교란시켜 개헌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기위해 치밀하게 짜인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청와대발 ‘질서 있는 퇴진’이다. 기존 ‘질서 있는 퇴진’의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총리 선임이었다. 이를 대통령이 먼저 나서 퇴진하겠다고 함으로써 장벽을 없애버린 것이다. ▲ 새누리당 분당을 막았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의원이 직접 나서 이정현대표 교체를 공언하고 비대위 구성을 수용했다. 비박의 탈당명분을 없앤 것이다. 수구보수세력은 민주당 주류가 개헌을 완강히 반대하는 조건에서 탄핵을 통해 새누리당이 분당된다면 결국 개헌선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새누리당을 온전히 유지하려는 이유이다. ▲ 야당 추천 거국총리를 요구하고, 야당 내 개헌세력에게 개헌논의 개시를 요청했다. 이를 위한 명분으로 소위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을 미끼로 제시했다. 개헌공론화를 열기위한 덫이다. 야3당은 임기단축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2일 탄핵이 무산되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사실 새누리당이 내년 4월말 퇴진을 당론으로 정한 것은 탄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비박은 9일까지 대통령이 내년 4월말 퇴진일정을 명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탄핵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국민과 야당을 배신한 것에 대한 얄팍한 변명이다. 벌써부터 다음 주에 대통령 4차 담화가 나올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박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을 해명하고 퇴진 일정 등 로드맵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박은 탄핵불가로 돌아설 것이요 탄핵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야당이 탄핵에 성공하면 내 손에 장 지지겠다”는 말이 허풍만은 아닐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박대통령이 내년 4월까지 현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2선 후퇴하고 개헌 성향 거국총리를 세워 권력구조 개헌을 하자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초기 제안 그대로다. 여기에 내년 4월 퇴진 약속이 불안하면 임기단축 개헌하자는 미끼까지 던졌다. 참으로 간교하다.

이제 전선은 분명해졌다. 그간 조선일보, 비박이라는 부역자 집단이 마치 야당이라도 된 듯이 정권을 비판하고 탄핵을 주장하여 국민을 헷갈리게 했는데 이제 그 본색을 드러냈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다. 야당은 이제 어디에 설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중간은 없다.

야당이 국민과 함께하려 한다면 저들의 교란책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문제 많은 검찰조차도 이미 박대통령을 최순실의 공범으로 규정한 상태다. 범죄자인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범죄혐의가 분명한 자를 대통령에 계속 놔두는 경우는 없다. 이제 특검이 시작되면 그보다 더한 비리와 추문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당장 구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열릴 것이다.

임기단축 개헌이 없어도, 탄핵의결이 안되어도 국민의 함성과 그 죄목으로 얼마 안 있어 내려올 수밖에 없다. 국민과 야당은 그 힘으로 새로운 국민과도내각을 내와야 한다. 야당은 국민을 믿고 국민에 의거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작은 이해로 부역자들과 손잡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국민의 당은 국민이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광장에 200만이 나오는 초유의 사태에도, 즉시 하야하라는 국민의 명령에도 수구보수세력은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하여 자신들의 살 길을 열기 위한 간교한 술책을 부리고 있다. 애초부터 국민은 탄핵보다는 즉시 하야였다. 그럼에도 법질서를 존중하여 탄핵에 지지를 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수구세력의 농간에 의해 무위로 돌아간다면 광장에는 300만이 나오게 될 것이다. 더욱 커지고 더욱 거세어진 ‘즉시 퇴진’ ‘새누리당 해체’의 함성을 듣게 될 것이다.  

▲박근혜퇴진 청년결사대, 좋은대한민국만들기대학생운동본부 촛불집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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