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이 본 1119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11월 19일, 행진의 시작

지난 주에 호되게 혼이 났기 때문에 오늘은 각오를 좀 하고 나왔다. 각지에서 2시부터 행진을 한다고 해서 제일 결합하기 빠른 곳은 삼각지로 지하철을 탔다. 삼각지를 나가니 이미 깃발을 휘날리며 시민들이 모여 있다. 약 200여명 정도, 주로 정의당 쪽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 같다. 정의당 깃발이 가장 많이 휘날린다.

간략하게 결의를 다지는 발언이 이어지고, 2시 정각이 되자 드디어 출발! 삼각지에서 광화문으로 행진이다.

저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오늘은 왜 이렇게 생경하든지.... 아무튼 묵직한 배낭을 메고 대오 좌우에서 사진을 찍으며 서울역 쪽으로 향했다. 서울역 쪽에는 박사모가 모여 있다는데...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저 기우였다. 멀리 스쳐지나갔다.

중고생 혁명

사실 중고생들을 만나고 싶었다. 서울역에서 대오를 빠져나와 서울시내 중고생들을 찾아 헤맸다. 하염없이 걷다보니 조잘거리는 한 무리의 여고생 떼가 모금함을 들고 지나간다. 어디에 본진이 있냐고 물어보니까 보신각 앞에 있단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찾았다. 중고생 혁명! 

이 친구들 외침이 당차다. 400여명의 중고생들이 “수능 끝~ 하야 시작!!”하고 외친다.

혁명의 역사적 소임을 가지고 있으며 지치지 않고 정의의 함성을 외치겠다고 한다.

또 다른 중고생 한 무더기 

이번에는 청와대 앞으로 가기로 했다.

‘청와대 앞은 오후 5시 30분까지 허용했다’는 뉴스가 떴기 때문이다.

광화문 앞에 젊은 청년 넷이 재미난 팻말을 들고 있다. 

중앙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왼쪽부터 백선재, 정지욱, 오병규, 박원형이다. 선재가 제일 먼저 나가자고 했단다. 피켓은 젊은 친구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선재는 지난주도 나왔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 물었더니 돌아오는 당찬 대답,

“제가 들고 있는 상식, 정의, 민주주의를 모두 죽여(?)버린 분인데, 이제 그만 적당히 하고 내려왔으면 좋겠어요.”

병규가 끼어든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네 명 모두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참가했단다. 그리고 같은 또래 고등학생들에게, 지금 공부도 중요하지만, 토요일 하루 시간 내서 나라를 바로잡자고 이야길 한다.

속으로 미안하다, 사과했다.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법원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서촌 방향인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인근과 북촌 방향인 재동초등학교 인근 행진은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허용한단다. 청와대로 향했다.

멀리 무장한 의경들이 지키고 있다.

‘평화로운 집회, 성숙한 시민의식’이라 쓴 플랜카드 아래, 무장한 의경들이 무표정하게 서있다. 

속으로 좀 아니꼬웠다. 저렇게 중무장해서 지킬 권력이면서 무슨 평화로운 집회 운운하냐... 배알이 뒤틀리는데, 갑자기 두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턱 하니 자리를 펴더니 책을 읽는 거다.  

한사코 이름과 얼굴을 밝히기 거부하는 두 여성과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했다.

“여성 두 분이 책을 펴들고 앉아 계신데, 무슨 일이세요?”

“이벤트가 있길래 책이나 읽자, 라고 해서 왔어요.”

“플랜카드에 평화로운 집회,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써 있는데, 혹시 그런 평화로운 집회를 지키기 위해서....”

“저는요, 저 말이 굉장히 폭력적으로 들리거든요? 저 의식이라는 것은 국가가 개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저희가 사실은 청와대 앞에서 책읽기를 했어요. 저희가 문화예술 시국선언을 갔는데, 당시에 예술인들이 텐트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끌어내려고 했어요. 저는 정당방어를 했지만, 그러느라 온 몸에 멍이 들었지만 이 국가폭력에 순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폭력에 순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항의 한 방법으로 저희가 책을 읽기로 한 겁니다. 해시태그로 ‘멍하니청와대’라고 검색하시면 우리 활동을 보실 수 있어요.”

국가는 시민의 의식을 규정할 수 없다는 말이 귀에 꽂혔다.

그렇다! 국가는 시민의 의식을 규정할 수 없다. 그런데 끊임없이 국가는 시민의 의식을 규정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방송과 언론은 시민들의 자유는 물론 그 의식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고, 이 선까지는 허용할 수 있다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정부여당 뿐 아니라 야당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은 정권을 탄핵하고 현재의 상황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진실을 모두 다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정부는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은 무슨 계산기 자판을 두들기고 있나? 당신들이 권력을 쥘 것을 계산하고 있나? 다음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을 미리 대비하고 있나?

끓어오르는 분노, 제어하지 못하는 제도권

다, 모두 다 그만 둬라!

박근혜 정권 아래서 진행된 모든 것은 무효다. 화투판으로 이야기 하자면 나가리, 라는 거다.

주권자가 그만 두라고 하면 다 그만 두는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설령 자신들이 만든 ‘질서있는 퇴진’이든 ‘거국내각’이든 그것이 아무리 합리적이라 할지라도 국민이 그만 두라면 그만 두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무효를 선언하라!

새누리는 공동정범이니 해체하는 것이 답이다!

정권을 퇴진시키자고 하는 의원들은 촛불을 들고 쫓아가든지, 아니면 자리 깔고 누워 단식을 하든지, 국민이 달아준 배지를 더 이상 모욕하지 말고 행동하라!

국민이 당신에게 위임한 의무중 하나는 이럴 때 국민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거다.

마지막으로 정권에 고한다.

법치주의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지 말라, 헌법정신 운운하며 더 이상 국민을 조롱하지 말라! 어차피 이 모든 역사적 상황은 종료된다! 당신들은 역사적 패배자로 기록될 것이다!

양심선언으로 살 길을 찾으라!

전두환도 사실 도망가려고 했다.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그는 이 착한 국민들이 살려둔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닐 터, 양심선언 하라.

우리 국민은 그 양심선언을 한 이들에 대해서는 정상을 참작 해 줄 것이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몇몇 인사들과, 그 누가 뭐래도 가장 책임이 큰 대통령은 그 죄과를 단단히 받을 것을 각오하라.

아니면, 양심선언으로 살 길을 찾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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