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하야정국에서 ‘퇴진행동’의 과제와 방향
하야정국이 국민항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전국적으로 결성되고, 12일 100만촛불에 이어 30일 국민총파업이 예고 돼있다. 민플러스는 퇴진행동의 대표자들을 만나 정국 진단과 각 진영의 계획을 들어 본다. 두 번째 순서로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를 만났다.[편집자] |
대한민국에 제일 바쁜 사람으로 통한다. 몸이 열두개라도 모자랄 박석운 대표와의 인터뷰는 시작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퇴진행동에서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로 워크샵을 마치고 나온 박 대표를 정동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났다. 점심도 거른 박 대표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빨리빨리, 핵심만…”을 주문했다.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을 결성한 주역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
“2016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12일 총궐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달 24일 jtbc 등에서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로 되면서 민중진영 뿐만 아니라 범국민적인 투쟁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민단체연대회의와 416연대, 민주행동, 백남기투쟁본부 등이 비상시국회의를 거쳐 퇴진행동이 결성됐다”
-87년 ‘국본’ 때의 경험도 있을 텐데, ‘퇴진행동’을 그때와 비교해 본다면?
“가장 큰 차이점은 하향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운동본부가 주도해서 국민들의 투쟁을 끌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광장에서 의견을 받고, 터져 나오는 힘을 상향식으로 모아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그래서 범국본과는 달리 지도부를 정하지 않고 운영위원회라는 개방적 의견수렴 기구만을 두고 있다. 지도부가 국민들 앞에 나서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지도부인 것이다. 여기에 퇴진행동은 ‘실무, 안내, 헌신, 조력’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향식 운영이 시대적 변화에 조응한 것인가, 아니면 민중진영의 투쟁역량이 부족한 때문인가?
“변화에 조응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후자의 영향이 없지는 않다. 자칫 조직논의에 빠졌다간 내부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말보단 실천을 항상 앞세운다. 다 말은 굉장히 잘한다. 하지만 말 잘한다고 해결 되는 건 없다. 말은 실천의 광장에서 모아진 공감대로 대신하면된다”
-하야 정국에서 민주노총 등 민중진영의 움직임은 어떻게 평가 하나?
“지금은 새롭게 등장한 ‘무소속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투쟁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들은 2008년 광우병 투쟁 때도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 등 조직된 대오들은 코아(골간)의 역할을 하면 된다. 즉 노농빈 민중진영은 투쟁의 코아가 되면서도 패권적 태도를 버리고 대오를 확장시키는데 헌신해야 한다. 철도 파업에서도 확인했다시피 지금까지 아주 잘하고 있다”
-19일 100대100(서울 100만과 지역 100만)항쟁 이후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
“민주노총이 30일 정치총파업을 결정했다. 농민들은 농기계 반납투쟁을 하고 있다. 빈민들의 생존권 투쟁이 거세게 불붙고 있다. 학생들이 30일 동맹휴업을 성사 시키면 말 그대로 국민파업으로 갈수 있다. 이어 12월 3일 대규모 촛불항쟁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필은 5천만이 모여도 박근혜는 퇴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퇴진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역사라는 것이 플레이어(일부 주도세력)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일당은 ‘내가 버티면 니들이 별 수 있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저들의 반항은 자신들의 무덤자리를 좀 더 깊고 넓게 파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대하는 거스를 수 없다. 국민들은 이미 박근혜를 버렸다. 어느 순간 ‘따닥’ 하면서 무너지게 돼있다”
-평화시위만을 강조하다보니 (박근혜가) 물리적 위협을 느끼지 못해 퇴진을 거부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시위의 방식은 시민들이 결정한다. 100만촛불 때도 일부 사람들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니까, ‘내려와 내려와, 비폭력 비폭력’을 외쳤다. 그러면서도 흩어지지 않았고, 겁내지 않고 완강하게 저항했다. 현 단계에서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투쟁을 선택했다.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면 또다른 방법이 나올수 있다. 이또한 국민들이 판단한다"
"농사짓는 분들은 논에 물길 낼 때, 길을 다 만들지 않는다. 물이 흘러갈 길목, 바로 ‘물꼬’만 튼다. 현재 국면에서 진보민중진영은 농부의 슬기를 배워야 할 때다”
-죽 쒀서 개주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많이 한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이점을 한결같이 우려한다. 하지만 지금 이 논의를 시작하면 혼란과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박근혜 퇴진만 외치는 방식은 넘어서야 한다. 그렇다고 차기 대안 모색을 전면화하면 김칫국물을 마신 소아병 환자들이 발생한다. 이는 국민항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박근혜 퇴진을 주선으로 틀어쥐고, ‘재벌도 공범이다. 언론도 공범이다. 검찰도 공범이다. 새누리도 공범이다’라는 공감대를 높혀가야 한다. 박근혜 일당의 총체적 적폐가 객관화 되고 있기 때문에 광장의 공감대만 형성되면 (죽쒀서) 개를 주는 일은 없다”
-87년에는 국본에 야당이 큰 역할을 했는데 ‘퇴진행동’에서는 어떠한가?
“퇴진행동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결합되지 않았다. 운영위원회에서도 이를 두고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1500개 단체로 결성되다보니 ‘야당을 신뢰할 수 없다’에서부터 ‘반드시 포함시켜야한다’까지 스팩트럼이 넓게 쳐져있다. 양극단의 태도가 있지만 대체로 합의가 되는 것은 박근혜 퇴진에 동의하는 제 세력이 힘을 함쳐야 한다. 또하나 야당을 견인하든, 압력을 넣든 방법은 다르지만 야당과의 협력은 필요하다. 그래서 조직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야권 대선후보(문재인, 박원순, 이재명, 안철수)의 최근 행보를 평가한다면?
“87년 죽 쒀서 개를 준 이유는 특정 후보의 가치를 의인화 시켰기 때문이다. 전략적 오류이자 뼈아픈 과오였다. 박근혜 일당을 최소화 시키고, 범야권을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가야지 특정 후보를 세력화하는 방식으로 가면 낭패를 본다. 특정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다. 굳이 말한다면 ‘이기는 황소가 우리 황소다’ 정도”
-‘퇴진행동’의 활동방향을 밝힌다면?
“열심히 기여하고, 실천하면서 자기 고집 부리지 않고, 힘을 모아가는 방향으로 사업하고자 한다. 전국대표자회의와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서 전국적인 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투쟁 속에서 새로운 씨앗을 만들고 우리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뤄낼 종자를 찾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물꼬를 잘 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이 있다고 본다. 퇴진행동은 국민항쟁의 지렛대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