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의 문화정책 돌아보기 4

문화체육관광부 게이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축소판은 문화체육관광부 게이트이다.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문화창조융합으로 포장된 갖가지 이권개입, 평창 올림픽의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이르기까지, 실질적 농단이 일어났다.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장관과 함께 대통령의 애완견으로 마스코트를 변경하기 위해 IOC를 찾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등 웃지 못 할 국정농단의 코미디가 펼치진 것이다.

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충분한 의심을 받고 있는 조윤선 장관과 정관주 차관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종 전 차관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대통령의 관련 지시가 있었음이 밝혀질 것이다. 만기친람의 대통령은 게이트의 모든 의혹을 안고 가려는지 모른다. 배신을 가장 증오하는 이가 수족 같은 이들의 배신을 기획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관되게 청와대 참모진이 그녀를 배신하고 있는 것이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아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종결이 아닌 이유가 그것이다.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 또는 스캔들’인 문화체육관광부 게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장차관을 하고 있는 지금, 문화체육관광부 게이트는 종결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이트와 국회의 방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관한 상임위이고 현재는 29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번 문화체육관광부 게이트(이하 게이트)에 국회는 공범이다. 아니 최소한 도둑질을 보면서 가만 뇌둔 방조범의 혐의는 면할 수 없다. 연일 게이트의 새로운 사실들을 증언하고 의혹을 제기하고는 있지만 뒷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 조윤선장관은 정무수석 시절, 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책임자로 지목됐으며 그 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임명됐다. 한복의 날에 조윤선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이미 현장에서는 충분히 의혹으로 제기돼 오던 것들, 관련 인사들에게서 이미 많은 말들이 나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정유라의 승마 문제는 이미 2014년 정윤회 게이트 때부터 제기된 것으로 3년째의 사항이다.

창조경제라는 외피를 쓰고 문화콘텐츠 산업정책이 허장성세로 달려온 것 역시 2013년부터의 일이다. 결국 아무리 양보해도 국회는 최소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당의 책임을 강조하며 게이트의 본질을 흐리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이참에 국회 상임위 운영 시스템의 체계적인 구조화를 통해 국회의 역할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새누리당 13명, 더불어민주당 12명, 국민의당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국민의당 유섭엽 의원이 맡고 있다. 야당이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임위원회다. 그런데도 현재 게이트는 계속되고, 단지 의혹제기나, 소위 차은택 예산의 삭감 등 소극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 장관과 차관이 게이트의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알려졌음에도 아직 그 자리에서 게이트의 수습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어떻게 용인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결국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의심하기 충분하다.

사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가장 어려운 곳 하나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이다. 너무나 광범위한 업무 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더구나 업무의 차별성이 무척 강하다. 예술의 광범위한 장르와 독자성을 비롯해 영화, 게임, 대중음악, 애니메이션, 출판, 미디어 등 문화 콘텐츠 분야의 다양한 장르와 상이한 산업의 형태들은 업무의 파악조차 힘들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내부의 직원들 역시 부서별로 업무 영역의 상이함에 힘겨워 하고 있다. 국회의원실에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규 보좌직원은 전체 7명 중 3~4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2개 부처를 담당하고 있으니 이 또한 나눠야 한다. 기본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 결국 제보나, 언론의 보도를 중심으로 상임위원회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를 개선해서 구조적으로 국회 상임위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집단지성과 팀플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활동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집단지성의 활용이다. 특히 현장 네트워크를 활용한 집단 지성이다. 15대 국회로부터 정책업무를 담당할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현장의 전문가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영화로부터 대중음악, 문학, 미술 등 현장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상임위원회 일을 했다.

국정감사를 위해 자료를 뒤지기 보다는 현장의 정책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대안의 제시에 중점을 뒀다. 이는 실제 법안으로 이어졌고, 1998년 영화진흥법을 비롯해 문화개혁 4대 입법을 해냈다. 보좌진 1,2명이 담당할 수 없기에 현장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대의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회 상임위 활동을 보면 과거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정책의 파트너가 돼야할 현장의 목소리가 민원으로 전락했다고 할 정도이다. 15대 국회이후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입법을 통한 제도개혁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일정한 진척이 있었지만 개혁이라고 할 만큼의 성과를 보인 정책은 단언컨대 없다. 국회 문화체육관광 상임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이 현장의 네트워크와 연대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민원인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중요한 사항은 팀플레이이다. 문화체육관광의 업무가 방대하고 복잡한 만큼, 상임위 의원실 공동의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이는 국회의 특성상 소속 정당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지난 15, 16대 국회에서는 상임위원 내의 팀플레이가 일정하게 작동됐다.

그러나 현재는 팀플레이보다는 같은 당이라도 서로 정보를 나누지 않을 정도로 개별화됐다. 매주 보좌진 회의가 개최됐고 논의 결과는 의원 간담회에 상정되고 가감되어 다시 보좌진 회의에서 일을 나눴다. 역할을 나누고 심화시키고 현장 네트워크와 확인 거쳐 정책은 내실을 갖게 됐다. 팀플레이는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단 하나의 대안이다.

국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국회가 문화체육관광부 게이트를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은 과거 국회가 게이트가 될 수도 있었을 일을 방지한 경험에 의해서다. 또한 이는 현장의 집단 지성과 함께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뮤지컬이나 연극 등 공연을 예매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운영하는 예매사이트에서 해야 한다.

그럼 5%내외의 예외수수료가 예매 사이트 운영 기업에게 간다. 그러나 영화는 예매 수수료가 없다. 극장이 예매 시스템을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공 관리하기 때문에 통합 전산망 운영 명목의 예매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는 고스란히 영화 산업의 재원이 된다.

지난해 영화 관객수가 2억 명을 기록했다. 전체가 예매를 이용했다면 수수로만 1,000억 원대이다. 반만 이용했더라고 500억 원, 한국영화 평균제작비 기준 10편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규모이다.

원래 영화 통합전산망 사업자도 민간 사업자로 지정됐었다. 1997년 김영삼 정부 때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부터 1999년 통합전산망이 영화진흥위원회로 공공화될 때까지 국회는 집요하게 3년에 걸친 통합전산망 비리의혹을 제기하고 정상화를 위해 사업 중단을 요청했다.

영화제작가협회, 씨네 21 등 영화계와 협력을 통해 끈질긴 싸움을 했다. 특히 최희준의원(15대 국회의원, 새정치국민회의)은 3년 동안의 지루한 공방을 이겨냈다. 이 사건은 국회가 자칫 게이트가 될 수 있는 사건을 현장과 연대해서 이겨낸 중요한 사례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비전과 전략 체계도

또한 현장과의 연대가 성과를 낸 것 중의 하나가 ‘요식업소에서 공연자유화’ 곧 라이브클럽의 합법화 정책이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에 걸친 정책 협의 끝에 보건복지부의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라이브 공연이 합법화되는 결과를 이뤄냈다. 홍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 음악계와의 연대가 가장 중요한 힘이었다.

영화 통합전산망의 공공화와 라이브클럽의 합법화는 국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이트를 딛고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도 국회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문화 현장과 문화수용자인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정책 시스템이 문화체육관광부 게이트 해결의 열쇠라면 더욱 국회가 결실을 맺도록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국회가 그동안의 오명을 딛고 제 역할을 회복하는 길이다.  

 

 

김종선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보좌관(1996~2004)/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화정책담당 행정관(2003) / 문화관광부 문화행정 혁신위원회 간사(이창동장관 정책보좌역) /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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