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만한 결기를 갖지 못하면 다 죽는다

방금,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철회 속보가 떴다. 잘 된 일이다. 당은 ‘박근혜 퇴진’을 공식 입장으로 ‘변경’했다고 해 놓고서 그 당의 대표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영수회담’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그럼 이제 더불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어떻게 박근혜를 끌어내릴 수 있을까?

그까짓 국회의원 자리, 집어던져라!

이명박 정권 시절, 오랜만에 만나는 선배가 먼저 인사를 했다. “이명박 치하에서 요즘 살기 어떠냐?” 박장대소를 했다. 그리고 다시 침울해졌다.

요즘 딱 그 꼴이다. 박근혜 치하다! 그 치하에서 국회의원 했다는 것이 그리 자랑스러운가?

집어 던져라! 아니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사퇴서라도 제출해라! 그 정도도 하지 못하면서 무슨 정권을 끌어내리겠다고 각오를 하는가?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원이라는 직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가? 하고 묻는 이에게 답하겠다. 국민은 이미 이 정권을 탄핵했다. 이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뜻과 같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항의의 의미로 던져라! 그 뜻을 국민이 알아줄 것이다.

▲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가 노무현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추대표는 노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많은 공분을 산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김대중의 결기를 배우라

1990년 10월 8일,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거대여당인 민자당의 횡포에 맞서 목숨을 건 단식을 감행했다. 당시 윤석양 이병이 폭로한 보안사 민간인 사찰로 노태우 정권이 위기에 몰려 있던 시기에 “내각제 포기, 지자제 실시”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김대중 총재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요원하다 생각하고 지자제 실시에 온 힘을 기울였으나 소위 3당 야합 이후 민자당은 지자체 실시 합의를 번복했으며, DJ가 이를 극복하고자 단식으로 맞선 것이다.

결국 당시 민자당 김영삼 대표는 김대중 총재를 방문했고, 10월 20일 여야합의 요구사항이 타결되면서 김대중 총재는 단식을 풀었다. 정국이 고조됐던, 조마조마했던 상황이 13일 만에 해결된 것이다. 이듬해 기초의회 선거가 실시되고 95년에 전면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됐다.

원래 정치인 김대중은 소심하고 겁이 많았다. 그에 비해 김영삼은 배짱이 두둑하고 겁이 없었다. 하지만 역사는 김대중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왜? 그의 이 한 마디 때문이다.

무서운 것을 무섭지 않다고 하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무서워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진짜 용기다.

▲ 평화민주당 총재 당시 1990년 10월 8일부터 13일간 지방자치제 실시를 요구하면서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역사 앞에 겸허히 자신을 던지는 것이 용기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을 끝내기 위해 바깥에서는 국민들이 싸울 것이니, 국회의원들은 단식으로 맞서라! 가장 평화롭고 가장 강력한 투쟁이다. 국민을 감동시켜야 이번 ‘추미애 헛발질’을 만회할 수 있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일제히 단식투쟁을 시작하라!

첨언하자면,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새누리 원외위원장 5명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단다. 기존 새누리당에서 단물까지 쪽쪽 빨아먹은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가증스럽지만, 그들은 이렇게라도 하면서 어떻게든 탈색하려고 몸부림치지 않는가? 아마 다음 선거 때 이들은 ‘보수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다’며 단식 사진을 홍보물에 버젓이 실을 것이다.

‘사기치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 앞에 겸허하게 몸을 던지라는 것이다!

탄핵을 하던 하야 투쟁을 하던 제대로 좀 싸워라!

국회의원직 집어던지고 싶지 않고, 단식도 하고 싶지 않거들랑, 투쟁이라도 제대로 하라! 언제까지나 청와대 돌격에 젊은 청년들을 앞장세울 것인가? 아! 당신들이 앞장세우지 않았다고?

그럼 당신들이 이제라도 앞장서라!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청와대를 향해 돌격을 하고 국민들 앞에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라! 이 와중에 국회의원 ‘체면’ 운운하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대략 지금 국회의원들의 나이쯤 되면 적어도 전두환 정권시절, 화염병은 던지지 않았더라도 최루탄은 맞아 보았을 터, 당신들이 이제 국민들의 맨 앞에서 청와대를 향해 하야투쟁 하라! 당신들은 국민을 대신하는 머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유례없는 21세기 시민혁명

다시 한 번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은 전 세계 유례없는 21세기 시민혁명이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우리시대가, 우리 민중이 수십 년 동안 독재와 맞서 싸우면서 키운 반독재 투쟁의 맷집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풀이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버텨왔다. 처절하게 버텼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성취했다. 또 동시에 우리는 할 일을 했다. 전 세계인들이 경외의 눈초리로 쳐다볼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일궈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신생국으로서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다. 이제 화룡점정! 마침표를 찍을 때가 도래한 것이다.

김진태가 10대들의 ‘혁명정권 세워내자’ 라는 플랜카드를 꼬투리로 잡아 배후조종 운운하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만, 이건 분명 혁명이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 힘든, 전무후무한, 각성된 시민들이 스스로 조직해서 헌법을 유린한 권력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을 깨뜨리는 것이다.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고 권력자의 궐위 이후 60일 이내 선거니 뭐니 하는 잡소리는 끼어 들 수 없다.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비상(非常)한 시기, 전 국민적 불복종 시민운동을 제안하며

JTBC가 또 특종을 보도했다. 최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를 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 달 16일~18일에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비서관은 조직적인 은폐를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했음이 압수된 핸드폰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틈만 있으면 치고 나오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기회만 있으면 증거인멸이다 뭐다 달아나려고 하는 이 정권의 목을 꺾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사조처럼 되살아난다.

다행히도 깨어있는 대학생들이 15일부터 서울의 각지에서 동시다발 집회와 거리행진을 벌인다고 한다. 17일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더 젊은 친구들이 이 투쟁에 결합할 것으로 보이고, 19일과 26일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더 큰 규모의 투쟁이 예고되어 있다.

이 비상한 시기, 역사의 부름에 야당은 각성해야 한다.

전 국민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박근혜를 퇴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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