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사드, 방빼로데이

11. 12. 오늘은 방빼로데이다.

간식 후원이 많이 들어왔다. 어제 말한 두유, 떡, 빵ㆍ음료수, 사과즙, 초콜릿과 카스타드, 게다가 후원금까지 들어왔다. 이모님이 낸 후원금은 대책위 후원금으로 내기로 하고 우리도 저녁 밥값을 거두어서 밥 먹고 남는 것은 후원금으로 내기로 했다.

출발하고서 인원수를 체크하니 200여 명. 먼저 올라간 김덕기 자문위원과 율동맘들, 개인적으로 올라간 사람들도 10여 명. 우리 차에 탄 사람들 체크가 끝나고서 돌아가며 인사를 했다.

포도농사 짓는데 너무 세상이 ‘엿’같아서 왔다고, 그러나 우리 민족은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잊지 말자는 류모님.

박근혜 하야가 곧 사드철회라며, 파란 나비를 꼭 달기를 강조하고 끝까지 투쟁하자는 박모님.

“가자 청와대로!”라는 멋진 구호를 외친 육모님,

구미 시민인데 농소 연명출신이고 오늘 근무를 빼고 왔다는 시민. 우리 차를 담당한 설동현님은 토요 근무를 하는 곳도 많다면서 자신도 오늘 휴가를 내고 왔다 한다.

늘 5살 애기를 데리고 오는 신음동 권모님은 대통령이 알아서 내려와야 한다 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 권력이란 신경 안 쓰면 부패하니, 신경 쓰고 감시해야 한다는 배모님. 배씨는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왔다 한다.

동생과 같이 온 부곡동 최모님은 서울서 다른 자매들도 합류한다 했다. “딸이 집회 가서 가져온 전단지를 보고 이는 젊은이들이 할 게 아니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고 (이긴 후) 거한 잔치 벌여야 한다.”

늘 천막을 지키는 함모님은 오늘 세계 30개 도시에서 동시 집회를 가지며, 60개 이상 도시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고 한다.

부곡동 박모님은 김천 토박이로 향토사 연구가 취미인데, 대구 10월항쟁 때 지도부가 김천 사람이었으며 4.19혁명 때 김천 출신 100여 명이 비중 있는 인물로 활동하여 수유리 묘역에 묻혀 있다고, 김천은 절개와 투쟁의 도시였다고 했다.

이렇게 자기 소개가 끝나고 차가 천안을 지나고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휴게소로 들어가는 입구는 버스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죽 늘어서 있어 우리는 차 안에서 김밥을 먹기로 했다. 가다보니 길 가에 차를 세워두고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리 옆에는 경우회 버스가 계속 함께 달려 ‘맞불집회하러 가는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보과 형사가 0호차를 탔다 해서 내가 팔짝 뛰었다. 우리 차 타고 우리가 제공한 밥을 먹고 정보를 수집한다? 굳이 우리 동태를 파악해야 한다면 장소를 아니까 자기네들끼리 찾아와서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밥 한 끼라도 나눠 먹고 싶은 농촌 인심이랄까?

운전기사가 빙빙 돌아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줘서 툴툴 거리며 왔더니 벌써 ‘사드배치반대’집회가 시작돼 김종대(정의당) 의원의 발언이 막 끝나가는 중이었다. 사회는 김천과 원불교에서 맡아 번갈아 한다. 김천은 우리 김덕기 자문위원이 맡아 했다.

성주 예그린과 평사단(평화를 사랑하는 예술단)의 힘찬 춤.

김종경 공동위원장의 발언.

“국정원 부정선거로 정통성 없는 박근혜 정권 4년간 지켜보았는데 최순실이 대통령이었다. 헌법을 철저히 유린한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탄핵해야 한다. 북핵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정당성, 절차적 합법성 무시한 사드배치. 어떠한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가열 차게 투쟁하겠다. 국정에 손대려 하는 새누리당은 야3당 제안 100% 받아들이고, 야3당은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라. 평화를 지향하는 원불교 성지에 전쟁무기를 어찌 수용하겠는가. 이는 종교 탄압이다. 사드는 필요 없다. 남북대화를 재개하라.”

사회자가 “오늘은 하야하기 좋은 날, 평화하기 좋은 날”이라 덧붙였다.

이재동 성주투쟁위 부위원장 발언.

“오늘은 방 빼기 좋은 날. 이 잘못된 나라를 민주의 나라, 평화의 나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나라로 해야 한다. 까도 까도 비리 쏟아져 나오는데 검찰을 믿을 수 있나? 검찰에서 한 일은 차은택이 대머리라는 걸 밝힌 것뿐이다. 경찰도 마찬가지 정권의 견찰일 뿐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백성이 나라 지킨다. 국민을 농락하는 집단은 사라져야 한다.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의 힘으로 이 땅을 지키자.”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정동영(국민의 당)의원이 조용히 들어와 앞자리에 앉았다. 이어 이재명성남시장의 영상 인사를 들었다.

“사드는 잘못된 결정이다.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위해 할 뿐, 한국의 국익을 침해하는 것이다. 사드배치로 국제 공조 무너져 안보에 피해가 올 뿐이고, 북한이 반사적 이익을 얻을 뿐이다. 국가 권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분탕질한 박근혜 퇴진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우리 율동맘들 첫 전국무대 데뷔. ‘사드반대가’, ‘격문’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정동영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울역 들어가는 옆문에 세월호 리본과 박근혜 퇴진과 관련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나오니 사람들이 계단위에 많이 서서 정동영의원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리에 돌아오니 “우리는 저 대륙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성주 참외, 김천 포도를 대륙열차에 싣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자. 승리하자!”고 했다.

“사드배치는 누가? 최순실! 국방 외교는 누가 결정? 최순실과 린다김!”이라 사회자가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곤의원의 발언.

“아내가 의성에서 소 키우는데 소 맡기고 아들도 함께 왔다. 내가 어디 있어야 하는가가 중요할 때가 있다. 바로 이 자리, 저녁 광화문에서 촛불 들고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해야 한다. 헌정 질서를 파괴한 몸통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본인이 대통령인 줄 몰랐다. 이런 대통령은 필요 없다. 헌법을 제대로 지켰으면 물러나라 했겠는가. 대통령은 자기 결단으로 물러나야 한다.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시민의 힘으로 물러나야 한다. 결단하도록 촉구한다” 하니 여기저기서 “하야 해! 방 빼라! 집에 가!”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남북 간 화해와 평화가 대한민국 살 길인데 사드배치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나는 아들에게 대륙으로 가는 철도승차권을 끊어 줄 수 있길 소망한다. 미래를 위해 평화로운 한국을 이끌어야 한다. 사드 반대는 그 시작이다. 여러분은 그 전선 맨 앞자리에 있다.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파도타기를 한 후 하주희 민변 변호사가 사드배치저지 전국행동과 관계한다며 소개받고 발언을 했다.

“오늘 박근혜 퇴진 국면 시작은 여러분이 했다. 국방ㆍ외교ㆍ안보 사안에 대표성 없는 자가 개입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은 배치하겠다 협박하는 걸 보니 우리 것이 아닌 것이다. 필요 없다. 사드가 오면 포대ㆍ기지ㆍ군인이 같이 온다. 지역 주민 안전과 평화는 우리가 정해야 한다. 사드배치 우리에게 물어봤나?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평화냐? 전쟁이냐? 평화와 주권 넘치는 사회를 만들자.”

“우리 3주체가 252일 동안 사드를 막아냈다”고 사회자가 정리했다. 이어서 사드저지 전국행동과 김천, 성주, 원불교 3주체가 함께 나와 성명서를 낭독했다. 김천은 유선철 자문위원이다.

“사드 대신 대안 내놓으라 협박했으나 비선 실세가 결정했다. 성산포대 지정도 비선에서 정한 사항을 국방부 입을 빌려 했으며 성주 주민의 투쟁에 밀려 롯데 CC를 빼앗다시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무기 거래의 깊은 의혹을 갖게 한다.

사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미국을 위한 것이니 철회되어야 한다. 박정권과 새누리당이 국민을 무시하니 배신감에 사드투쟁에 적극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성숙한 평화주의자로 거듭 나서 평화운동으로 확산한 것이다.

전쟁 위기 고조와 평화 위협은 백지화해야 한다. 원불교 정산종사 성지를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끝까지 평화 지킬 것이다. 사드배치를 위한 모든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무기 거래 의혹을 밝히도록 하라.”

“국정농단 사드 의혹 밝혀내라! 국회에서 논의하라! 사드 계획 백지화해라! 종교성지 사드배치 즉각 철회하라! MD체계 철회하고 평화협정 체결하라!”

다들 일어나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행진을 했다. 행진은 시청도 못가고 막혔다. 사람들이 시청 앞을 메웠기 때문이다. 우리 앞은 농민회 사람들. 사람들을 헤치고 가다보니 인도까지 꽉 메운 사람들 때문에 도저히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서 돌아왔다. 돌아오기 직전에 성주투쟁위 김충환공동위원장이 발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오니 박경범 농민회장이 전라도농민회 차를 잠깐 빌려 대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율동맘들이 나와 율동을 하니 지나가던 시민들이 모여 구경하고 박수를 쳤다. 세 곡을 추었는데 아쉽게도 ‘격문’은 MR을 찾지 못해 못 했다.

무주농민회 사람이 거창, 무주농민회가 함께 사드반대 투쟁(일인시위)을 하고 있다며 같이 투쟁하자고 인사했다. 이어 차를 돌려주었는데 행진 차량이 와서 부랴부랴 우리 큰 펼침막을 접었다. 청와대로 가는 행진 차량이 아니고 돌아가는 사람들 것이었다. 엄청난 사람들 물결이 이어졌는데 TV에 나온 사람들은 이 엄청난 사람들이 빠지고도 모인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돌아오려고 하는 동안 사람들이 계속 오고 있었다. 서울 사람들은 이제 서서히 활동하나보다.

차 있는 곳까지 행진했다. 구호도 외쳐가며. 비록 연단의 행사는 보고 듣지 못했어도 그 넓은 차도를 마음껏 걷고 앉아있는 것, 밀려오는 시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이왕이면 행진에도 참가하고 늦게까지 함께 하고 싶었으나 돌아와야 하기에 TV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YTN만 계속 틀어주기에 JTBC로 돌려달라 해서 보니 화면과 멘트가 조금 다르다. 같은 생중계라도 어떻게 방송하는가가 작은 차이로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알았다.

오늘 김천역 평화광장에선 84일째 촛불을 사람들이 밝혔다고 한다. 사람들도 제법 많이 왔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 두 군데에서 촛불을 지켜낸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촛불을 지켜내는데 제일 일한 사람은 농소의 청년들. 음향장비며 질서 유지를 말없이 해내는 이들. 더불어 평화광장을 가장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은 농소의 어르신들이다. 그분들이 있어 새끼를 지키겠다는 율곡동의 엄마들, 성지를 지키겠다는 원불교, 그리고 이것이 농소ㆍ율곡동ㆍ남면의 일이 아닌 우리 김천의 일이라는 시민들이 함께 촛불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사드배치를 지역이기주의로 몰고 가려던 정부의 농간은 적중하여 우리 구호에 성주에 대한 배타적인 구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 땅을 지키겠다는 절박한 마음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월요일에는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지역 여론을 보러 온다 하니 우리의 단단한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어 국회의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사드배치 철회는 물론 당연히 국방장관도 대통령과 더불어 동반 퇴진해야지. 이 시국의 엄청난 변화에 우리 김천, 성주가 큰 역할을 했음에 새삼 자부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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