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레킷벤키저 치명적 살균제를 한국서 팔았다” 보도하자 입장 바꿔

▲ BBC 인터넷 아시아판에 올라 있는 2일자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관련 기사.

한국에서 국민적 지탄 대상으로 떠오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모르쇠로 일관하던 가습기 제작사인 영국의 레킷벤키저사가 자국 언론이 보도에 나서자 당황한 기색이다.

영국 공공방송 BBC이 2일자 인터넷판 아시아지역 섹션에 ‘레킷벤키저사 치명적인 살균제를 한국에서 팔았다’란 제목으로 이날 아타 사프달 옥시 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에서 수많은 사람을 사망하게 한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처음으로 시인했다”고 보도하자 처음 내보낸 관례적인 대변인 입장을 1시간여 뒤에 바꾼 것.

BBC는 기사에서 “이 회사 아타 사프달(Ataur Safdar) 한국지사장이 서울의 호텔에서 사과를 하는 도중 성난 (피해자의)친척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면서 회견 현장 상황은 물론, “100여명의 사람들이 그 제품을 흡입해 사망했으며 수백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되고 있다”고 레킷벤키저사의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피해 실태를 비중 있게 전했다.

이어 “우리(레킷벤키저)가 책임을 충분히 인정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는 철저하고 충분한 사과를 하고 있다. 5년이 지났다. 우리가 늦었다. 회사는 희생자들과 가족을 위해 수백만 달러의 인도적 기금을 조성하고 있었다”는 사프달 한국지사장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을 전하곤 “희생자의 대다수는 어린이와 임신부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레킷벤키저사 대변인은 BBC의 입장 표명 요구에 처음엔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있는지 모른다”며 “우리는 폐질환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이나 상당히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보상할 것”이라는 의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반응이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것일까. 첫 보도가 나간 지 1시간여 뒤엔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살균제 피해)177건을 이 (옥시)제품과 연관시키고 있다. 그러나 희생자를 밝히는 과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회사는 가습기 살균제에 의해 발생한 질환이나 그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람에게 보상할 것”이라고 처음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수정된 대변인 발언 가운데 “희생자를 밝히는 과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면 온전한 사태 파악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 같았다. 레킷벤키저 한국지사장의 사과 기자회견이 왜 5년이나 걸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