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시스템이다 ➃ 국회의원 활동 정보공개 의무화 도입 시급

‘박근혜 게이트’가 본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나라를 흔들고 있다. 최순실에 의한, 박근혜대통령을 통한, 국정 농단 게이트는 본질 상 국정의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통령의 게이트이다. ‘게이트’를 사전은 ‘정부나 기타 정치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 또는 스캔들’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행정권을 독점하고 국가를 통수한다. 최순실은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지인일 뿐, 국민적 동의를 얻은 이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정확하게 ‘박근혜 게이트’가 맞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국민이 부여한 행정권을 위임한 사건인 것이다. 정확하게 ‘박근혜 게이트’는 ‘대통령 박근혜가 사사로이 지인인 최순실에게 행정권력을 위임하고 국정을 농단하도록 한, 대통령 권한의 불법 위임에 따른 국정 농단 사건’인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행정부의 권력이 과다하게 큰, 불안정한 삼권분립의 시스템이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터진 것이다.

국회의 역할에 대하여

형식적으로 나마 한국은 삼권분립이 존중되는 국가이다. 사법부와 입법부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독점과 검찰 권력의 비대화로 사법부는 심한 견제를 받고 있다. 대법관의 임명권 역시 정부, 여당 위주이다. 입법부 역시 정부입법권과 여당의 대통령 장악력이 큰 시스템으로 인해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고유한 권한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다만 제대로 못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들은 사법부보다는 국회를 통해, 정치를 통해 나라가 잘 되길 바란다. 문제는 현재의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박근혜 게이트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터진 ‘정윤회외 십상시 사건’ 역시 이 사건의 전조였다. 무기력한 국회를 보면 차라리 봉건국가의 왕을 뽑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이 부여해 준 권한을 제대로 사용도 못하고, 스스로 작은 권력에 얽매여 있다.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했다면 과연 이러한 일이 일어 날 수 있었을까. 아니 이토록 커졌을까. 조기에 막아내고 뿌리 뽑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권을 1년 남기고 신정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결말은 국민이나 국회에 의해 주도되지 않고 있다. 권력에서 밀려난 거대 언론과 재벌, 과거 부패 권력이 힘을 모아 새로운 독점 권력을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민은, 국회는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없어졌다. 이는 철저히 국회가 국민들과 괴리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독자적인 활동을 한다. 상임위원회 역시 30명 내외의 국회의원으로 운영한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보좌직원의 총 인원은 3,000명에 불과하다. 정부 한 개 부처(소속기관, 산하단체 포함)만도 못하고, 개별 업무의 양은 국회의원 별 최소 공무원 1,000명(정부부처 본부 인원 평균 500명, 상임위 별 2개 부처 관장, 공공기관 제외)이 해야 할 일을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활동에 참여해서 같이 한다면, 최소한 전문가 집단이나, 사회단체라도 같이 해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입법을 통하여 제도화 한다면 이런 사건은 이토록 크게 나라를 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수습 역시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의 지점이 국회의 ‘정보공개’이다. 앞서의 기고문을 통해 국회 상임위원회의 활성화와 당원이 주인인 정당으로 정치개혁을 말했다. 이 글은 국회의 정보공개를 통하여 국회가 국민과 함께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사전정보공표 제도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정보공개제도라고 할 때 정부의 정보를 국민이 청구하여 공개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기 쉽다, 그러나 2004년 참여정부를 통하여 전면 개정된 법령은 정보공개를 두 가지의 형태로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정보공개 청구에 따른 ‘청구공개’와 사전에 공공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표하는 ‘정보공표’로 나눠 규정한 것이다. 실상 정보공개제도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처음 제정했고, 2004년 노무현 정부를 통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전정보공표’제도까지 확장된 민주주의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현재의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수요자인 국민의 청구에 의해 열람 등의 형태로 청구인에게 공개하거나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또는 법령 등의 규정에 의해 의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배포 또는 공표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자를 「청구공개」라 한다면, 후자는 「정보공표」라 할 수 있다’라고 정부 부처 홈페이지는 안내하고 있다.

또한 법령은 이를 매년 국회의 정보공개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사무처를 비롯한 국회의 기관 역시 ‘국회정보공개규칙’을 통해 정부에 준하는 정보공개 제도를 행하고 있다.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딱 하나 예외인 집단이 있다. 국회의원이다. ‘박근혜 게이트, 당신의 국회의원은 뭘 했다?’는 물음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뽑기는 했는데 뭘 하는지 알 수 가 없다.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알려주긴 하지만 도무지 일상적으로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을 포함해서 10명(국회의원 + 보좌직원 7명 + 인턴 2명) 밖에 안 되는 인원이 국정 전체를 챙기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본인만 정보를 독점하지 말고 정보를 나누어 국민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한다면 보다 나은 역할을 할 텐데, 작은 권력의 맛에 취해 고집을 피우고 있는 듯하다.

국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활동 사전 공표제도 도입

국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7조에 의거, 국민의 국정참여 및 알권리 보장을 위해 공개정보의 구체적 범위, 공개의 주기·시기 및 방법 등을 미리 정해 공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정보공개규칙’을 개정해서 국회의원 역시 정보공개의 대상이 돼야 한다. 국회의원의 역할은 국회법에 따라 정해져 있다. 입법과 관련한 사항과 상임위원회를 통한 정부의 견제와 제도의 도입 등이 가장 중심이다.

이를 위해 성명과 인터뷰, 기고 등을 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의 모든 활동은 공적으로 부여 받은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당연히 공개, 공표돼야 한다. 지난 기고문에서 말한 상임위원회 상설화 방안에서도 국회의원이 얻은 정보의 공개는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국회의원의 정부에 대한 서면질의와 자료요구 등은 정보공개 법령에 의거해서 공개돼야 한다.

국민은 공개된 정부를 통해 국회의원의 활동에 힘을 모아 줄 수 있고,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필요한 정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민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기 위한 기본 시스템인 것이다. 당신의 국회의원이 뭘 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김종선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보좌관(1996~2004) /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화정책담당 행정관(2003) / 문화관광부 문화행정 혁신위원회 간사(이창동장관 정책보좌역) /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