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시국선언장 난장판 만든 경찰

“불법으로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종로경찰서 경비대장이 경찰서장의 명을 받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2항에 의거 1차 해산할 것을 명령합니다.”

대통령 담화문 발표 30분 후인 4일 11시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장에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며 참가 예술가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가 발생해 참가 예술가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날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는 200여명의 문화예술인이 모인 가운데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을 열고 각 분야별 발언과 성명서 낭독으로 진행됐으며 이후 예술행동으로 농성캥핑촌을 조성하겠다는 사회자인 송경동시인의 안내가 있자마자 불법시위에 대한 방송이 경찰차에서 흘러나왔다.

이후 시국선언장을 둘러싼 경찰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텐트를 강제로 뺏어갔으며 예술가들이 들어가 앉아 있는 텐트마저 무력으로 찢는 등 무리한 진압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네는 아니다’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연영석씨가 손가락을 다치는 등 일부 예술가들이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결국 주최 측에서 준비했던 1인용 텐트 15동은 온전한 모습이 아닌 찢겨지고 망가져 다시 쓸 수 없는 형태로 경찰에 의해 모두 수거됐으며 예술가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를 외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87년 명동이나, 미국의 아큐파이운동 당시 주코티공원같이 자발적인 시민 참여형 농성캠핑촌을 형성하고 대중행동의 장, 광장의 정치의 장이 되도록 다양한 예술행동을 해나갈 계획이었고 경찰은 이를 불법으로 보고 강제 진압에 나선 것.

.▲ 임옥상화가가 청와대를 배경으로 문화8적을 그려넣는 그림퍼포먼스를 펼치는 가운데 경찰들이 현장을 둘러싸고 있다.

경찰은, 임옥상 화가 등이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인물들이 프린팅된 인쇄물로 퍼포먼스를 펼치자 주위를 에워싸며 “3차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해산하지 않을 경우 각자 개별적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경고합니다” 등의 경고방송을 하는 등 이날 시국선언과 예술행동이 불법임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예술인들과 시민들은 “경찰들이 미친 거 아니냐” 며 ‘최순실게이트를 넘어 박근혜게이트’로 온 국민이 분노로 차있고 대통령 지지율이 5%까지 떨어졌는데도 평화적인 집회를 불법으로 몰아붙이며 강제 진압하는 경찰에 대해 항의와 야유를 보냈으며 일부 예술가들은 늦은 밤까지 항의를 담은 개인발언과 함께 소박한 예술무대를 꾸렸다.

한편 이날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게이트’ 중 상당 부분이 문화사업과 관련돼 있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예술 검열의 칼날을 휘두른 현 정부에 대한 예술계의 강력한 항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 이번 시국선언에는 7449명의 문화예술인과 288개 문화예술단체들이 참여했다.

선언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7449명의 문화예술인과 288개 문화예술단체들이 채택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민주주의 말살과 문화예술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문화계 실세로 알려진 전 문화창조융합본부단장 차은택씨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 등을 ‘문화8적’으로 규정하고 사퇴 및 처벌을 촉구했다.

.▲ 문화계 실세로 알려진 전 문화창조융합본부단장 차은택씨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 등을 ‘문화8적’ 현수막을 배경으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예술인들

<문화예술가 시국선언문>

이것은 국가가 아니다. 문화도 아니다.

예술도 아니다. 사람도 아니다.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문화행정 파괴의 실체

박근혜는 퇴진하라 !

 

이것은 국가가 아니다. 문화도 아니다. 예술도 아니다. 사람도 아니다. 끝없이 계속되는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파탄내고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설마설마 했던 일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세월호 재난 이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국정운영의 미스터리가 이제야 하나씩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최순실은 국가 위에 군림하며 국정을 농단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의 인사, 예산, 외교, 안보 등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전횡을 묵인 방조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많은 비리와 전횡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문화융성, 창조문화융합이란 국가 문화정책의 슬로건은 오로지 최순실, 차은택의 사익을 위한 허울 좋은 수사에 지나지 않았다. 최순실의 말 한마디에 문체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억울하게 쫓겨났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부터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이 정권의 문체부 산하 기관장들 상당수가 최순실, 차은택의 인맥과 학연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문체부 인사와 예산 장악의 주역 혹은 부역 노릇을 했다.

최근 공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도 최순실-차은택의 문체부 장악 시점과 맞물려 청와대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4년 여름에 청와대 정무라인 쪽 사람들이 세종시 문체부 청사로 찾아왔고 그 자리에서 이들은 ‘이름’이 빼곡하게 적인 A4 용지를 건네며 ‘이 사람들은 지원해주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이 노골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는 사이 2014년 8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은 ‘밀라노엑스포한국관’ 총감독과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맡고, 그가 추천한 전 제일기획 상무출신 송성각은 같은 해 12월에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2014년 10월 즈음에 문체부의 1급 공무원들이 청와대의 지시로 강제로 물러나고, 이후 곧바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문체부 설립 허가를 받게 된다. 2014년에 시작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과 이후에 지금까지 벌어진 수많은 예술검열 사례들, 그리고 최순실-차은택-김종의 사적인 인맥으로 분탕질 된 문체부의 치욕적인 인사조치 및 주요 문화정책사업의 예산 몰아주기는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는 지난 10월 18일 광화문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거리에 나왔다. 지금 대한민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무능한 집권세력들의 국정 파탄으로 인한 총체적 난국의 상황, 돌이킬 수 없는 국가 위기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지지율이 10%도 안 되는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인정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서 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 대학생, 노동자, 농민들의 분노에서 알 수 있듯이, 민심은 이 정권을 정당한 정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의 국가적 비극에 오기 전에, 민의를 수렴하고 대변하는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가 오기를 국민들은 열망하고 있다.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문화행정 파괴의 실체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최순실-차은택-김종 그리고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이어지는 예술검열과 문화행정의 파탄행위는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방조, 묵인 없이 진행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최순실과 안종범 전 수석은 구속되었고, 사퇴한 문고리 3인방과 도망간 차은택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문화행정 파탄의 부역자 김종덕 장관은 물러나고, 김종과 송성각은 사퇴했다. 그들은 조만간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며 구속되거나 특검의 역사적 증언대에 오를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문화행정 파괴의 실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만 남았다.

오늘 시국선언에 참여한 7449명의 문화예술인과 288개 문화예술단체는 노동자, 농민, 학생, 국민 모두의 분노와 함께하며,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문화예술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선언한다. 문화예술계의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 문체부의 인사, 사업, 예산의 비리와 파행이 모두 최순실-차은택-김종덕-김종의 검은 커넥션에서 야기된 것이 확인된 이상, 우리는 이 모든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으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정파탄, 국기문란, 민심이반 책임의 실체는 최순실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민심은 이미 결정했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하나. 예술가를 길들이려 하지 말라, 예술가들을 검열하지 말라, 예술가들을 돈으로 휘두르려 하지 말라!

하나. 최순실과 함께 국가의 문화행정을 파탄 낸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구속 수사하고,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박명성 창조경제추진단장 등 최순실-차은택의 문화 부역자들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하나.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최순실-차은택의 특혜 및 이권사업, 문체부의 인사전횡에 대해 국정감사 및 국회 청문회를 즉각 실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가늠하는 비상사태의 시점에 있다. 국민 총궐기로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고 국민 주권의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자!

2016년 11월 4일(금)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시국선언 참가자 7449명, 288개 단체 일동

 

[사진으로 보는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국선언 및 예술행동 현장]

 

▲ 경고방송을 하고 있는 경찰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