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씨 1년 6개월 구형에 맞선 탄원, 문화블랙리스트들의 저항의 예술행동
저항의 문화예술이 죄가 되는 대한민국에서 그 굴레를 벗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예술행동으로 1년 6개월 구형 받은 문화활동가 홍승희씨와 ‘블랙리스트 예술행동 문화예술인들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사건이 터진 이후 첫 물꼬를 튼다.
홍승희, 그녀는 대한민국의 20대다. 젊고 발랄하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그녀에게 박근혜정부는 가혹한 법의 굴레를 씌웠다. 시대의 진실을 예술행동으로 보여준 그녀에게 지난 10월 21일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것이다. 죄목은 ‘일반교통방해죄 및 재물손괴죄.’ 예술행동을 한 그녀에게는 다소 황당하고 자존심마저 상하는 죄목으로 말이다.
보수정권에서 ‘예술적 저항은 무조건 죄가 된다’는 것이 상식이 돼버린 대한민국에서 그녀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처럼 일본위안부문제 졸속합의와 세월호 진상규명, 국정교과서 반대 등 국민으로서의 정당한 요구를 예술로 표현했다.
지난 1월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졸속합의 찬성을 외치던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흰 저고리, 검정치마를 입고 "애국이란 태극기 앞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고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라는 피켓을 들었던 그녀다. ‘대한민국효녀연합’이라는 문구에서는 수구보수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어버이연합을 비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전혀 주눅 들지 않던 그녀의 호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녀의 예술행동에 대해 검찰이 칼날을 휘두른 것은 2014년 8월에 있었던 퍼포먼스와 2015년 11월에 있었던 2건의 그래피티작업이다. 당시 8월 15일 세월호 추모문화제에서 그녀는 노란 천을 낚싯대에 매달고 행진대열에 나섰다. ‘바다 속에 있는 진실을 건져 올리겠다’는 의미가 담긴 퍼포먼스였다. 그런데 검찰은 이 퍼포먼스를 “3,000명과 공모해 도로를 불법 점거”한 것이라며, 세월호 진실규명 예술행동에 나선 그녀에게 ‘일반교통방해죄’라는 죄목을 씌웠다.
또 지난 해 11월에 그린 2건의 그래피티작업도 문제를 삼았는데, 홍대 인근 공사장 임시가벽에 그린 박근혜대통령 그림과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국정교과서에 물대포를 쏘는 그림이었다. 검찰은 이 그림들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며 ‘대통령에 대한 풍자는 개인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정부와 국정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씌워진 죄목은 ‘국가원수 모독죄’가 아닌 ‘재물손괴죄’였다. 거기에다 공사 중인 건물의 임시가벽을 세운 관계자에게 직접 경찰이 연락해 피해자 진술을 받은 후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곳 임시가벽은 평소에도 수많은 그래피티가 그려진 공간이었고 하루 만에 그림이 철거됐는데도 검찰은 무리한 조사를 통해 법집행의 칼날을 든 것이다.
당초 벌금 정도를 예상했던 그녀는 문화연대에 도움을 요청하고 지나치게 부풀려진 형량에 대한 부당함과 판결 재고를 위한 연대 서명을 11월 3일까지 받고 있다.
그녀는 탄원서를 통해 “예술행동은 ‘헌법’과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맥락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세월호 희생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한 퍼포먼스, 국정교과서 논란 등 사회적 문제와 정부에 대한 풍자의 의미를 담은 그래피티 작업이 1년 6개월 구형의 이유가 된다면, 한국 사회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수많은 예술가에게 자기검열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고 시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법원의 합리적인 판결을 요청했다.
그녀는 그녀의 예술행동을 지지하고 잘못된 법원의 판단 제고에 뜻을 같이한 사람들의 서명 명단과 함께 ‘표현의 자유, 예술의 사회적 권리'를 위한 탄원서를 선고공판 이전에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며 공판은 11월 11일 오전 9시 50분 서부지방법원 304호에서 있다.
* 탄원서 참여하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지난 10월 18일 정부에 항의하는 집단예술행동을 펼쳤던 문화예술인들도 저항의 칼날을 다시 한 번 세웠다. 이들은 오는 11월 4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실세로 알려진 ‘차은택, 김종 구속수사’, ‘문화부역자 사퇴’ 등을 요구하는 ‘블랙리스트 예술행동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을 갖는다.
‘우리 모두가 블랠리스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이날 시국선언에서는 ‘최순실게이트’의 많은 부분이 ‘문화계 황태자’로 알려진 차은택에 의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연계돼 있고 대한민국 문화정책이 그들에 의해 철저하게 기획됐다는 점‘에 대해 받은 문화예술계의 충격을 전할 예정이다.
아울러 문화행정 파탄을 직접 지휘한 책임자를 구속 수사하고 그 부역자들의 사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내주로 예정된 국민총궐기에도 참여하는 등 문화예술인으로서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다짐의 자리도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그동안 반정부, 반민주에 저항하는 예술행동에 씌워진 법의 굴레가 문화예술인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조금씩 벗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