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대회 현장]“노동자후보 당선돼 정치세력화 발판 만들어”

4.13총선의 ‘여진’은 126주년 세계 노동절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애초 1만에 이르리란 참가자 수는 예상을 깨고 주최측 추산에 따르면 곱절인 2만에 육박했다. 참가한 노동자들의 표정도 밝아보였다. 박근혜 정권 심판에 한뜻으로 동참했다는 동질감도 그러하거니와 자칫 스러질 뻔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불씨를 지펴낸 뿌듯함도 느껴졌다. 올해 5.1절 기념대회가 광역단위로 분산 개최됨에 따라 수도권 노동자들이 집결한 서울 대학로 집회 현장취재와 다른 지역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노동자들의 소감과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바람 등을 들어봤다.

“총선 결과 아쉽지만 현장과 함께 하면 노동자 마음 모일 것”

노동자들은 4.13총선 결과를 두고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은 데 대체로 안도하면서도 진보정당들의 성적은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향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선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마창지회 김수연 사무장은 민플러스와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확실한 심판을 받았지만 야권도 반성할 부분이 많았던 선거라고 본다. 진보진영의 선거 결과는 아쉬웠지만 울산과 창원에서 노동자가 세운 후보들이 당선됨으로써 다음을 위한 최소한의 발판은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로 집회 현장에서 만난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하기웅 조합원은 “진보정당이 워낙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 투표 직전까지 고민이 많았던 선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홈플러스노조 울산본부 김영옥 부본부장은 “이번 선거에서 울산은 비정규직 문제가 큰 화두였다. 북구와 동구의 민주노총 후보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지난 몇 년간 꾸준한 관심을 보여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선 가능했던 것”이라고 평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김영식 조합원도 “(울산)북구 윤종오 당선자는 울산시의원이나 구청장 시절에도 현장을 잊지 않고, 늘 노동자와 함께 한다는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 박혀 있었다. 그런 점에서 평소에 어디 있는지도 모르다가 선거 때만 나타나는 정치인들과 확실한 차별성이 생겼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4.13 총선에서 울산 지역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집 여부가 큰 관건이었다. 1일 서울 대학로 노동절 집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정파 연연 말고 ‘오직 노동자·민중’ 관점서 정치세력화해야”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에 대해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당연히 필요하지만 정파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영옥 부본부장은 “정치에 아무 관심이 없다가 노조활동을 하면서 ‘아, 정치가 이렇게 우리 생활과 연관된 거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리고 우리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정치인이 국회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정말 크다는 것도 알았다”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분들이 정파의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오로지 민중의 이익만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신재호 밀양환경지회장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결의를 바탕으로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기존 진보정당들은 이를 철저히 믿고 따라가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노조 권혜선 부위원장은 “울산지역 선거에 참여했는데 조합원들이 노동자 후보를 뽑자는 결의가 높으니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확산되는 걸 봤다. 확실히 노동자들이 힘을 모을수록 위력이 커진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 1일 서울 대학로 노동절 집회는 당초 목표인 1만 명을 넘어 주최측 추산 2만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시간 걸려도 아래로부터 의지 모아 오래 가는 정당을”

그렇다면 현재 추진이 진행 중인 ‘노농빈 주도 진보대통합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권혜선 부위원장은 “진보정당이 집권하려면 농촌에서도 국회의원 당선자가 나와야 하고, 도시에서도 빈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동자, 농민, 빈민이 기득권에 맞서 함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수연 사무장은 “노농빈 대중단체들이 함께 정당을 만들려면 추진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서두르지 않고 멀리 내다보면서 처음부터 확실하게 만들어야 오래 가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영식 조합원은 “아무래도 조직력이 강한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면서 “민주노총이 먼저 결단하고 주도해 나가되 농민, 빈민단체들과 입장을 잘 조율해 간다면 좋을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표했다.

하기웅 조합원은 “몇몇 정치인들이나 활동가들의 의지만으로는 안 될 것이다. 일반 대중들도 ‘아, 저 당이 나의 당이구나’라고 느끼게 하려면 아래에서부터 논의와 요구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절에 확인된 노심(勞心)은 4.13총선 결과처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총선 결과를 통해 이미 드러난 것일 수 있다. 문제는 총선이 끝난 지 20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당권과 주도권 다툼에 혈안인 보수정당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약속하고 있는 진보정당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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