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시스템이다 ➁ 국회 상임위원회의 상설화

20년 넘게 국회와 정당, 정부 등에서 활동하며 정치개혁을 고민해 왔다. 그간의 고민을 10여 차례 나누어 기고를 진행하고자 한다. 정치개혁에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참여로 논의가 더욱 풍부해지길 희망한다. (필자)   

 

▲ 국회 전경(사진출처 국회 홈페이지)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역대 최악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1988년 국정감사가 부활된 이래 올해만큼 부실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노태우 정부부터 실시된 국정감사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정부의 반민주적인 정책을 폭로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엔 정부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부터 국정감사는 본질이 훼손되기 시작한다. 국회의 견제에 대해 정부의 폐쇄적 대응으로 국정감사가 역할을 상실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정점이 올해 국정감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회에 대한 경시와 여당의 일방통행이 많아지고 국회의 파행이 연속돼 왔다.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찍어내기가 있었을 정도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여당대표의 단식과 보이콧으로 시작했다. 파행은 불성실하고 안하무인의 국정감사를 만들었다. 야당 역시 인기에 영합하는 일방적인 질의 행태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의 근원이 대통령이나 여당이나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회 운영 시스템은 쉽게 국회를 무력화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만기친람과 민주주의

만기친람은 공자의 상서(尙書)에 나오는‘천자(왕)가 하루 동안 만 가지 일을 처리한다는 의미의 일일만기(一日萬機)’에서 유래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부쩍 이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마치 진시황이 저울에 서류를 달아 정사를 보듯 일일이 작은 것까지 챙긴다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는 최순실, 우병우 사건과 같은 측근에만 의존하는 파행의 정치를 낳는다. 현재는 복잡다단한 첨단 정보화의 시대다. 다원화된 현대에‘만기친람’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 권력과 책임을 배분하고 위임하는 대의 민주주의를 반하는 비민주적, 독재적 행위다. 그런데 문제는 만기친람이 존재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진 국가가 한국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진 근본적 한계다. 문제는 현재 국회 구조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행정부를 견제해야할 국회의 시스템이 행정부의‘만기침람’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회의원의 만기친람

‘만기친람’이 곧 권력을 의미한다. 권력은 논의체계의 통로를 장악하고 결정권을 가질 때 가장 극대화 된다. 국회 보좌진이 정책 문제를 외부에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만 가끔 언론에 전문가 인터뷰 또는‘관계 정보통’정도로 소개되는 것만 있다. 현안 정책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정책을 담당하는 보좌진이 공식 정책 심포지엄 같은 곳에서 발표하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국회의원의 모든 공식 발표는 국회의원을 거친다. 보도자료, 성명, 축사, 법안, 상임위 질의자료 까지 국회의원은 대외적인 발언을 직접 한다. 이것이 국회의‘만기친람’이다. 이런 일이 왜 일어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재의 국회 운영 시스템 때문이다. 특히 상임위원회 운영 시스템이 그렇다.

국회정책 활동의 가장 핵심인 상임위원회 정책 질의가 의원 1인당 연간 5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일하는 국회와는 동떨어졌다. 국회의원의 공개 활동은 최소화되고 이는 권력을 강화시킨다. 한정된 활동시간을 할애해서 다루는 정책은 권력을 집중시킨다. 공개보다는 이면의 합의는 국회의원의 독점적 권력에 기여한다.

지난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전체 회의 결과를 보면, 월 2회의 상임위원회 정책질의에 장관에게 질의할 시간이 회당 10분여에 불과하다. 이때 어떤 사안을 이야기하며, 긍정적인 답을 얻을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사안을 선택하는가는 곧 선택할 수 있는 이, 국회의원의 권력을 만들어 준다.

여기에 거드는 집단이 학자 등의 전문가 그룹이다. 이를 통해 권위와 왜곡된 전문가 현장을 만들고 있다. 찬란한 상류 공생관계가 된다. 2, 4, 6월 임시국회를 제도화하여 상설 국회를 하고 있다는 광고를 무색하게 하는 현재의 상임위원회 운영제도는 행정부 중심의 국가를 만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행정부에서 나눠주는 권력의 일부로 전락하고 이 현상의 대표적인 것이‘지역구 예산확보’와 같은 사례이다. 이것이‘만기친람’국회의 맨 얼굴이다. 보좌진이나 전문가 그룹, 시민사회는 물론 당원조차 결합할 수 없는 국회의원의 독점적 ‘만기침람’이 국회에 만연하다.

만기친람 국회를 해소하는 방법

국회 상임위원회 관련 국회법 조항을 보면 대립되는 두 가지 법조문이 있다. 상임위원회에서의 정책질의를 의미 없게 만드는 조항이 그 하나이며, 잘 활용을 하면 상설 국회를 만들어 제대로 된 입법기관, 국회가 되는 방법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조항이다.

먼저 ‘국회법 제60조(위원의 발언) ①위원은 위원회에서 동일의제에 대하여 회수 및 시간 등에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다. 다만, 위원장은 발언을 원하는 위원이 2인 이상일 경우에는 간사와 협의하여 15분의 범위 안에서 각 위원의 첫 번째 발언시간을 균등하게 정하여야 한다.<개정 1994.6.28.> ②위원회에서의 질의는 일문일답의 방식으로 한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 일괄질의의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의원에게 발언권이 주어지는 시간이 극히 모자랄 수밖에 없음을 법이 규정하고 있다.

1항의 앞부분은 마치 무제한 발언시간을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경우는 전혀 없고 결국 첫 질의는 일괄질의, 추가질의는 일문일답 등의 형식으로 하루 고작 10분 내외의 발언권이 주어진다. 교문위원회의 경우, 위원이 29명으로 보통 아침 10시 시작해서 자정까지 회의를 한다고 쳐도 식사시간 등 2시간을 빼고 최대한 12시간이 회의시간이다.

현재 29명 10분씩 290분 즉 5시간 질의와 같은 분량의 답변을 상정하면 물리적으로도 의원 개인당 10분 정도의 질의시간이 주어질 수밖에 없다. 정확한 자료는 교문위 사이트의 회의결과 보고나 속기록에 있다. 결국 교문위원회 경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분리해서 생각할 경우, 한 부처별로 연간 20회쯤의 회의에 10분씩 200분, 3시간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회법에는 다음 조항이 있다. ‘국회법 제122조(정부에 대한 서면질문) ①의원이 정부에 서면으로 질문하려고 할 때에는 질문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②의장은 제1항의 질문서가 제출된 때에는 지체 없이 이를 정부에 이송한다. ③정부는 질문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답변하여야 한다. 그 기간 내에 답변하지 못할 때에는 그 이유와 답변할 수 있는 기한을 국회에 통지하여야 한다. ④정부는 서면질문에 대하여 답변할 때 회의록에 게재할 답변서와 기타 답변 관계 자료를 구분하여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신설 1994.6.28.> ⑤제3항의 답변에 대하여 보충하여 질문하고자 하는 의원은 서면으로 다시 질문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국회는 스스로 국회의원에게 행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상임위원회 회의를 위한 자료요구에 주로 활용될 뿐 이를 활용한 적극적인 역할로 연결되지 않는다. 지난 16대 국회(2000~2004)에서 이를 활용한 국회법 개정안이 제출된 적이 있다. 당시 120조였던 서면질의 조항에 “의장은 서명질의와 답변의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공개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비공개 요구가 있을 때 공개를 제한 할 수 있다”를 삽입해서 온라인 공간을 이용한 Q & A 방식의 상임위원회를 실현하고자 했다.

예컨대 다양한 현안을 서면으로 질의하고 2, 3일 후에 답변을 받는 방식의 상임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온라인상에 공개를 통해 ‘사이버 상임위원회’제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안은 논의도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만기친람’이 주는 권력의 달콤함과 너무나 일이 많아져서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중압감이 논의자체를 회피하게 했다.

‘만기침람’은 국회의 정책 활동이 일상화되고 공개됨으로 없어질 수 있다. 열린 국회 정책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와 시민, 당원의 정책 참여의 통로가 만들어지고, 정책 담당자의 역할이 강화될 때 ‘만기침람’은 없어져 갈 것이다. 그 답이 상설 상임위원회 도입이다. 상설 상임위원회제도의 도입은 법 개정 이전에도 가능하다.

국회의원이 서면질의를 이용해서 정부에 답변을 공개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질의하고 본인 홈페이지에 질의와 답변을 공개하는 것으로 당장 실현 가능하다. 여기에 시민들과 다양한 관련 단체나 개인들이 결합해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고 정책을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해지면 대의 정치의 밑거름이 된다.

사이버 상임위원회와 정책 정당

정당의 경우, 당원들에게 제공해야할 기본 정책 정보를 이를 통해 공급할 수 있다. 현재 국회 상임위 속기록을 읽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일괄질의와 일괄답변의 형식을 하고 있어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조차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다.

사이버 상임위원회는 질문에 연결해서 답을 다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기에 정책 현안에 대한 이해가 쉽다. 국민들의 정책 현안에 대한 정보 습득이 용이해진다. 현재 당원이 되는 국민들은 권유에 의하거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이버 상임위원회의 도입은 당원의 적극적 정책참여를 통한 정책정당이 가능하게 된다.

당에 참여하는 당원의 가장 큰 이유가 정책의 직접 참여로 변할 수 있는 정당 민주화의 기본 조건이다. 이는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뽑아준 국회의원이 뭘 하는지 아는 것은 이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김종선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보좌관(1996~2004) /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화정책담당 행정관(2003) / 문화관광부 문화행정 혁신위원회 간사(이창동장관 정책보좌역) /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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