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2. 서울대회, 그리고 63번째 촛불집회

북한 미사일 견제 명분을 내세워 국내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사드가 평온하게 살아가는 성주와 김천 주민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 성주의 사드반대집회는 100일을 넘어섰고 국방부에 의해 김천 혁신도시 인근 롯데골프장으로 사드 배치가 확정된 김천의 사드반대집회도 60여 회를 넘어섰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이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서 전쟁무기 배치지 주민으로 살아가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스스로 타파하고, 가장 큰 안보는 ‘평화’라는 인식을 같이 하며 매일 밤 촛불을 들고 있다. 현장언론 민플러스는 사드 반대와 평화의 촛불을 든 김천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김천시민대책위원회 모바일 채팅앱에 일지 형식으로 올리는 김천시민 구자숙씨의 글을 싣는다. 촛불일기 '김천사드, 택도 없다'의 첫 글은 지난 10월 22일 서울 상경투쟁을 담은 63번째 촛불집회 내용이다. (편집자) 

 

▲미국 사드 대형 현수막 퍼포먼스(사진 윤명은)

김천역으로 나가니 아직 차가 오지 않았단다. 집행부의 착오로 차가 조금 늦는다고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버스가 오고 올라타서 먹을거리가 좀 돌아가고 그리고 자기 소개가 있었다. 우리 일행은 27명, 청년들보다는 대체로 50대 이상이 많다. ‘나많은이’(어르신대신 이렇게 부르라 하신다.)들은 농소, 남면뿐만 아니라 시내에서도 제법 오셨다.

“딸이 집사서 율곡동에 이사가자마자 이 날벼락을 맞아 딸 대신 거의 매번 집회에 나온다”는 분도 있었고, 80세 넘은 ‘나많은이’는 “박근혜는 저 아버지 어머니 때문에 대통령 되었어. 나도 찍어줬어. 이칼 것 같으면 안 찍어줬어. 어디 나라를 팔아먹어?” “박근혜는 사드 안고 미국으로 시집가라. 평생 미국에 살아라”하시는데 이것 구호로 괜찮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8월) 14일 골프장 발표가 나왔을 때 이철우와 시장에게 전화하니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하며 그러더니 이렇게 되었다. 요즈음 85~87세 되는 분들이 계속 나오는데 여기서 살다 죽으려 했는데 어디로 떠나나 한다. 완전 날벼락이다”는 노곡리 이장님. “지역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전국의 뜻이 같은 분들과 함께 하는 연대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이 자리에 왔다”는 부곡동 청년.

“나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건 아니다 판단하고 딸의 허락을 맡고 참석했다”고 하여 박수와 함께 촛불집회 자유발언자로 즉석 추천받기도 한 75세의 이 ‘나많은이’는 사탕과 구운 달걀을 돌려 아마 딸이 대신 추천해서 왔다보다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산행대신 왔다”, “불의에 항거하는 건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등의 소개.

박성숙님은 앞에 나가 당(당당하게 살자) 신(신나게 살자) 멋(지게 살자) 져(져가며 살자) 몸짓도 함께 해서 잠시 몸을 풀게 했다. 박경범 총괄기획분과위원장이 성주 촛불 100일 참석한 느낌을 말했다.

“촛불집회 100일을 거치면서 그들에겐 일상생활이 되었고, 그만큼 내공도 쌓여서 그렇게 촛불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지금 참외농사 준비로 인원이 줄기는 했으나, 또 언제든지 많이 나올 수 있다.

우리도 농소가 감 따는 걸로 한 2주간 바쁠 것이다. 그러면 그런 대로 하면 된다. 중간중간 많이 모이고 또 그렇게 싸움은 장기전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의 할 일, 1) 버티기 2) 연대하기, 그래서 구미와도 조만간 연대하러 간다“

이러는 사이 차가 청계천 광통교에 이르렀다.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에서 주최하는 ‘사드저지 범국민평화행동’.

우리보다 조금 늦게 성주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자 대회가 시작되었다. 이 대회에 뒤이어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회에는 주로 대구와 부산에서 달려온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아직 서울과 호남 등이 모이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사드 농활하러 온 적이 있는 부산대 학생들 모임 ‘겨레하나’가 율동을 하면서 그간 활동한 상황을 편집한 동영상을 함께 보여주었다. 예쁘다. 멋지다. 나이가 너무 예쁘다. 김천과 성주는 참 젊은이들이 잘 보이지 않고 ‘나많은 이들’이 나오거나 나처럼 5,60대가 주를 이룬다.

이제 본격적인 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사회자가 나왔다. 박근혜 지지율이 25% 떨어졌는데, 경북에서도 잘한다보다 못한다가 더 많아졌다고 하니 누군가 “자업자득”이라고 소리쳤다.

▲미국 사드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사진 윤명은)

평화통일연구소 유영재연구위원이 발언했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맞춤형 억제전략으로 북에 대응한다는 말이 나온다. 위협, 임박, 사용단계에 맞춰 한다고 하는데 발사한 징후만 보여도 선제타격을 한다고 한다. 핵공격 징후는 파악하기 어려우니 현실성이 없으며 북핵 억제도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남북이 서로 선제 타격하겠다 하면 긴장상태가 조성되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7항에는 사드배치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북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MD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혹 북핵을 즐기고 있거나 혹은 이용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사드배치를 지체 없이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내년 상반기로 (전에는 내년 말까지 배치한다더니) 서두를 것이다. 전국적인 여론을 모아 철회시켜야 한다.”

이어서 전국적인 사드배치 반대투쟁 영상을 보고 노동자출신 김종운 국회의원이 소개되었다.

“사드배치, 선제타격론에다 종북몰이 이 모든 것에 나랏님이 책임져야 한다. 경제는 노동자 탓이고, 정치는 북한과 종북 탓이라고 한다. 국방장관도 모르는 사드 결정은 누가 했는가? 미국이다. 경제면으로 보면 중국은 경제적 타격을 줄거다. 실제 경제인에게 물어보면 경제적 압박과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대답한다. 군사적으로도 군비경쟁 강화는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리니 단호히 반대한다. 선제타격? 대통령은 살아날지 몰라도 한반도는 잿더미가 된다. 우리나라가 살아날 것처럼 말하는데 국민 생명이 안전하지 않다. 전쟁은 공멸이요, 우리 모두의 죽음이다. 화해와 평화협정으로 힘을 모아나가도록 해야 한다.”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성주 ‘예그린’이 나와서 노래를 했다. 푸짐하게 생긴 우리 ‘예그린’의 여성분 ‘아스팔트 농사’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농촌사회인 성주 사람이라 가능한 용어이었던 것 같다. 노래가 끝나고 성주, 김천, 원불교 대표 세 분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했다.

김선명 원불교교무는 “올해 원불교 백년의 약속 세 가지 ‘상생, 평화,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였다. 박대통령 대안을 말하라 하는데, 대안은 자기들 스스로 말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실천하는 것에 있다. 남북 간 대화를 복원하라.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재동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부위원장은 “성주에서 촛불을 드는 원동력은 여러분이다. 처음 우리는 생존의 절박감에 촛불을 들었으나, 그러다보니 이것이 한반도 나아가 지구촌 평화를 위한 것임을 알았다. 평화를 위한 여정 계속 끝까지 할 것이다.”고 했고,

김종경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공동위원장은 “언론과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다. 침묵은 역사의 죄인이다. 언론은 공정하게 보도하라.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자격 없는 새누리당과 무능한 대통령을 심판했는데 야당은 제 목소리를 내고 있나? 국회 권한과 책무를 수행하라. (국민 여러분)도와 달라. 여러분이 우리 동반자다. 성주와 김천서 사드를 끝장내자.”고 호소했다.

▲ 사드가요제로 진행된 63번째 촛불집회 (사진 김현옥)

박석운님이 명쾌하게 정리를 했다.

1. 사드는 미국을 위한 것이지 한국을 방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미국 사드는 평화를 위협하고, 동북아 평화를 파탄낸다.

3. 한국 경제도 어렵다. 중국이 거듭 보복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에도 위협이 된다.

4. 미국 사드 배치는 한국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국회 비준 동의는커녕 보고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다.

5. 결론은 총궐기하여 (사드를) 때려잡자.

마지막으로 사드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모두 머리에 이고 잡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우리가 좀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았다.

“청와대 그만 해라!”

“국회 일 좀 하자!”

“국방부 정신차려라!”

“국민들 좀 편히 살자!”

마치고 우리가 촛불집회 참석 때문에 자리를 뜨니 점차 경찰이 많아졌다. 이어질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때문. 전투복장이 눈에 많이 띄었다. 차에 한 여자분이 올라와 인사를 했다. 고향이 김천인데 서울에 살고 있단다. 밴드를 통해 소식을 알고 나왔다 했다.

차가 김천에 도착하니 막 사드가요제 참가자들이 노래를 진행하려던 찰나였다. 박경범 농민회장과 김종경 공동위원장을 선두로 깃발을 들고 집회장을 한 바퀴 도니 집회 참가자들이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오늘도 자리가 꽉 찼다.

사드가요제는 개사곡을 부르는 경연대회다. 개사곡은 사전에 시민대책위밴드에 올려 시민들이 보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일곱 명의 참가자들이 노래를 했다. 권태룡님은 맨 먼저 나와 ‘덕기 형님, 경범 아재’라고 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조대제님은 현란한 허리 놀림으로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최연장자인 농소 이봉남님 때는 많은 응원자들이 뒤에 나와 깃발을 들고 응원을 했다. 고운 목소리.

천막에서 봉사하던 유정자님도 오늘의 참가자. 직접 만든 옷을 입었는데 아주 예뻤다. 잠깐 아이들을 불러내어 선물을 나눠주는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박일서 부위원장이 더듬대는 걸보니 역시 아빠는 엄마하고 다름을 느꼈다.

다음 등장한 써니맘, 선글라스와 검은 옷이 강렬한 힘을 주었고, 그만큼 노래도 아이들 용어를 빌리자면 ‘포스 쩐다’였다. 

다음 고윤희님이 노래하니 율동맘들이 응원하러 나왔다. 마지막 이기영님, 집회를 할 때 늘 질서지도를 해주신 분이다. ‘사드는 연필로 쓰세요.’를 노래했는데 다들 뒤집어졌다. 박자, 음이 맞지 않아도 끝까지 진지하게 불러서 우리를 웃게 해주었다. 다들 “짱!”이라고 외쳤다.

채점하는 동안 부산대 학생과 부산대 출신으로 이루어진 ‘더 브룩스’의 공연이 있었다. 네 곡을 부르고 내려가는 동안 앵콜이 나왔다. 한 곡 더하라니까 감격했는지 “정말요? 한 곡 더해도 되나요?”했다. 참가자들이 “잘 한다!”, “잘 생겼다!”하니 좋아한다. 

끝나고 평화나비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소리도 커졌고, 아주 많이 늘었다. 

▲ 사드가요제로 진행된 63번째 촛불집회 (사진 김현옥)

이윽고 시상. 상 이름이 재미있었다. ‘패트리어트미사일상’, ‘참 잘했다’, ‘니만 잘했나, 나도 잘했다’, ‘왕대왕상’등... ‘왕대왕상’은 이봉남님이 받아 앵콜송으로 ‘나의 노래’를 한 번 더 불렀다. 김덕기 자문위원이 앞으로 사드 개사곡을 우리도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고, 63번째 촛불집회(가요제)를 마쳤다.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자랐다가 지금은 대구에 사는 남편 친구가 부부 함께 와서 고교동창인 다른 친구와 함께 뒤풀이를 했다. 아주 재미있었다고 했다. 선제타격론과 관계되는 전쟁에 대한 얘기도 했다. 내년 3월을 위험한 시기로 보는 견해도 있었고, 이 안보장사가 대선도 제대로 못 치르게 만들까 걱정하기도 했다. 다섯 모두가 독실하거나 냉담중이거나 차이는 있어도 가톨릭 신자여서 침묵하는 김천천주교회에 대한 걱정도 했다.

 

구자숙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교까지 다녔다. 교사생활을 하다 2016년 2월 퇴직했다. 공부와 독서, 운동으로 느긋하게 즐기며 사나 싶었으나 사드가 갑자기 나를 김천역 광장으로 불러들였다. 재직 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하기도 했다. (프로필 사진은 기자의 요청에 의해 게재하지 않았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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