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벤젠 등 발암물질 함유 의혹 HV-250 사용, 2008년 이후 38명 사망 추가 확인

2007년, 한국타이어 노동자 15명이 연이어 사망했다. 불과 1년 만에 말이다. 사인은 뇌심혈관계 질환 및 암으로 밝혀졌다. 특별 근로감독이 실시됐다. 감독 결과,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183건의 산재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1996년부터 10년 간 93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파악됐다. 작업장의 분진에서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 다량의 발암물질이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한국타이어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사망원인을 과로와 고열로 인한 것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짜 원인을 숨겨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서두르듯 2007년 12월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산재보상법이 개정된다. 하지만 사망원인이었던 ‘뇌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에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 유기화합물질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2008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500억원을 투자해 혈액암(백혈병)의 발병 원인인 유해성 화합물질의 누출을 막았다고 홍보했다. 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쾌적한 작업 환경이 마련 됐다고도 했다. 그렇게 8년이 흐르고 지난 2015년12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일하던 박찬복씨가 혈액암으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2008년부터 2015년까지 38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안전도구 없이 작업하고 있다.

지난 2월, 고려대 의료원 박종태 교수는 4명의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HV-250라는 유기용제에서 벤젠과 톨루엔 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HV-250은 ‘벤젠’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 되자 無벤젠이라고 주장하던 품목이다. 이로서 한국타이어는 2008년 이후로도 벤젠과 톨루엔 등을 유출해 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특수건강검진 결과 주요 관찰 대상자로 분류된 965명에 대해 추적조사, 건강검진, 작업장소 변경, 작업 전환, 근로시간 단축, 야간근로 제한 등 법이 정한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들의 건강검진결과를 정상으로 조작해서 노동청에 허위로 보고하고 이들을 협박해서 강제로 퇴사시켰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타이어는 2007년 특별근로감독 이후 지적된 사항 즉 타이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증기, 분진, 흄, 미스트, 산소결핍 등에 의한 건강장해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 기체, 액체 등의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도록 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 된다.

한편 지난해 혈액암으로 사망한 박찬복씨는 만삭의 부인을 둔 38살 청년노동자였다. 그는 숨을 거둘 때까지 자신의 병명을 알지 못했다. 박씨의 사망진단서는 4회에 걸쳐 변경 됐는데 처음에는 쭈쭈가무시(바이러스) 감염으로 기록됐다. 최종 혈액암으로 진단했지만 이마저도 발암 원인을 벤젠으로 분류하진 않았다. 현재 보상은 이루어 졌지만 유가족들은 일체의 외부접촉을 피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할 경우 보상액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단서조항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 제조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분진이 공장에 가득하다.

한국타이어 산재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VH-250에 함유된 벤젠, 톨루엔 등 유해물질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이에 대해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산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답변이 거부되기도 했다. 또 2008년 역학조사 최종보고서 요관찰 대상자로 분류된 965명은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퇴직자 포함)?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라는 이유로 한국타이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눈감아 준 것은 아닌지?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 유기화합물질이 뇌심경계 질환 발병의 연관성 조사대상에서 왜 제외 돼야 하는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근에 신축된 X아파트의 인허가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X아파트에서 제기한 악취등 민원사항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등등.

한국타이어는 일제 강점기 일본관동군의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조선다이아공업’으로 1941년 창업했다. 광복 후 미군정에 넘겨져 적산(敵産)이 된 한국타이어를 효성그룹이 불하 받았다. 업계1위, 친환경 타이어 생산을 자랑하는 한국타이어는 그러나 지금,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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