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쟁 -3차 대전인가 종전인가

알레포 전투 -시리아 전쟁의 분기점

▲ 시리아내전을 다룬 영화 '홈스는 불타고 있다'의 한 장면

시리아전쟁이 마지막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전쟁이 더 확대되어 3차대전으로 가느냐 아니면 종전으로 가느냐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들어섰다. 시리아 알레포전투의 임시휴전파기에 따른 책임을 둘러싸고 고조된 미국 러시아 간의 대립이 미국 대선과 맞물려 증폭되고, 주변국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해외언론에서는 3차대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9일 체결된 알레포전투의 임시휴전 파기의 책임은 명확히 미국에 있다. 12일부터 시작된 임시휴전이 불과 5일 만인 17일 시리아의 데이르에조르 (Deir ez-Zor)군사기지에 대해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연합편대의 공습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시간여의 공습 후 정확히 7분 후 IS 지상군의 지상 작전이 전개되어 일시적으로 데이르에조르 기지가 점령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8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 공격으로 휴전협정은 사실상 파기되었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첨단의 장비를 갖춘 전투기들이 커다란 시리아 공군기지를 몰랐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연합뉴스는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의 “네 대가 한 시간 이상이나 폭격을 했는데, 그런 식으로 실수를 하지는 않는다"라는 발언을 보도하였다. 이 사건이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것은 미군이 사상 처음으로 직접 시리아정부군을 공격하였다는 점과 IS와 합동작전을 전개할 만큼 미국이 이들 반군세력을 지원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공식성명을 통해 “이전부터 의심하고 있었던 미국이 IS를 보호한다는 것이 전 세계에 확인되었다”라고 발표하였다, 스푸트니크 뉴스는 이에 대해 시리아 야당대표의 말을 빌려 미국의 목표는 시리아전쟁 자체가 아니라 세계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 러시아까지도 전쟁에 끌어 들이는 것이라고 밝히고 “3차대전이 시리아전선에서 시작되고 있다”라고 까지 보도하였다. (9,24)

알레포전투의 임시휴전은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 간 13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나왔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미 국방부의 반대 때문이었다. 본래 미국이 휴전을 추진한 것은 7월부터 계속된 동알레포 지역에 대한 러시아, 시리아정부의 포위로 반군의 보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휴전을 통해 반군을 재정비하고 보급물자를 공급해주려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휴전안은 미국의 군부가 원하는 방안이 아니었다. 휴전안 전문이 미국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휴전이 깨지면서 AP통신 등에그 내용이 공개되었다.(AP EXCLUSIVE: Text of Syria cease-fire deal 9,22)

임시휴전의 핵심 사항은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러시아, 시리아정부가 반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알레포 내에 인도적 지원과 도시 밖으로 대피를 원하는 시민과 반군을 안전하게 나올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것이다.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는 정부군이 장악한 서알레포와 반군이 장악한 동알레포로 나눠진다.

▲ 시리아내전을 다룬 영화 '홈스는 불타고 있다'의 한 장면

서알레포에는 155만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고 전장이 되고 있는 동알레포에는 아직 27만정도의 시민이 사실상 반군의 인질상태가 되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반군의 인간방패가 되어 무고하게 희생되었다. 러시아와 시리아정부는 이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임시휴전의 첫째 목표였다. 휴전안은 동알레포의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카스텔로(Castello)도로를 일주일간 개방해 미군과 러시아군이 경비를 서는 가운데 식량과 물자를 국제기구를 통해 운송하고, 대피하려는 시민과 반군이 안전히 나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반군은 무기를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합의하였다. 그럼에도 미군부와 반군은 이에 대한 협조를 거부하여 시민은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오히려 구호물자를 운송하던 국제기구 차량이 폭격에 의해 30여명이 희생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9.19) 미국 등은 이 사건을 러시아, 시리아정부 소행으로 단정하고 휴전파기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등은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고 오히려 당시에 미국 무인폭격기 ‘드론’이 구호차량 근처를 날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러시아, 시리아 정부 소행임을 밝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17일 시리아 군 기지를 공습한 것도, 19일 구호차량을 폭격한 것도 고의적으로 휴전을 깨고자 한 행위이다. 러시아나 시리아정부가 휴전 이행에 절실한 이해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휴전합의 파기로 이어지는 공격을 가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

임시 휴전안의 다른 하나는 미국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위 ‘온건반군’과 테러리스트를 정확히 구별하여 그 정보를 제공하고, 연합이행기구(JIC)를 만들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ISIS와 알 카에다의 시리아지부인 알 누스라전선 (자바트 파테 알삼으로 개명)에 대한 연합공격을 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방안은 미국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푸틴대통령은 임시휴전이 있기 전인 9월2일 불룸버그(Bloomberg)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테러리스트 반군에 대한 연합공격을 위해 연합사령부(JIG)를 요르단 수도 암만 근처에 둘 것을 제안’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이 제안했던 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 달 17일 시리아 군사기지에 대한 직접공격을 가한 것이다.

임시휴전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한 조건에서 오바마대통령이나 존 케리국무장관이 며칠 만에 의도적으로 깰 합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바마대통령 자신은 임기 말에 시리아전쟁을 종결지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여 진다. 이에 대해 미국의 더 내이션 (The Nation)지는 9월21일 ‘미국의 에슈틴 카터 국방장관으로 대표되는 호전세력(war party)’이 “시리아내 테러리스트에 맞서는 미러동맹을 위한 오바마-푸틴플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했다”고 보도하였다.

더 나아가 이들 ‘호전세력’은 비단 국방부 뿐 아니라 “국무부와 의회의 일부 세력(segment), 워싱턴포스트 등의 주류언론”이라고 밝히고, 이들에 의해 “오바마정권의 종잡을 수 없는 대외정책”이 강화되었다고 보도하였다. 결국 17일의 의도적인 대시리아 공격은 국방부를 축으로 하는 군산복합세력의 전쟁지속을 위한 임기 말 오바마대통령에 대한 항명이자 휴전 거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종의 ‘쿠테타’라고까지 표현한다. 이후 전개되는 시리아, 예멘전쟁의 확전양상 등은 사실상 이들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레포 휴전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시리아 전쟁 종결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을 것이다. 인간방패가 되었던 시리아 시민이 탈출하고, 반군도 분열하여 일부가 나왔더라면 시리아정부와 러시아는 반군세력만 남은 지역에 공격을 가해 빠른 시간 내에 알레포를 탈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군의 총 집결처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동알레포가 무너지면 나머지 군소지역에 할거하고 있던 반군들도 전의를 상실해 전쟁은 종결로 이어질 수 있었다.

스푸트니크 뉴스는 10월14일 “알레포 탈환이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다른 지역을 해방하는 도약대가 될 것”라는 시리아 아사드대통령의 말을 인용 보도하였다. 그러나 지난 달 17일 공습을 가하였던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연합편대는 휴전이 깨진 지난달 28일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날아와 동알레포와 외부로 이어지는 유프라테스 강의 다리 2곳을 공습하여 파괴하였다. 이 다리는 시리아정부군이 진격해 들어갈 통로였다. 지난1일에도 데이르 에조르기지 근처 전략적으로 중요한 다리 두 곳도 공습 파괴하였다. 미국과 나토 일원국들은 의도적으로 IS등 반군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 시리아내전을 다룬 영화 '홈스는 불타고 있다'의 한 장면

본색을 드러낸 미국의 반군지원 - ‘온건반군은 없다’

러시아 공영방송으로 영미권에서도 BBC다음으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러시아투데이(RT)는 지난 달 26일 독일 Koelner Stadt-Anzeiger 신문이 자바트 파테 알삼 (알 누스라전선 개명) 사령관 아부 알-에즈(Abu Al-Ezz)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하였다. 주지하듯이 자바트 파테 알삼은 미국 스스로 IS와 더불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군사조직이다.

‘미국은 우리편이다’ (Americans are on our side)란 제목의 이 기사에서 사령관은 ‘미국이 제3국을 통해 자신들에게 첨단무기를 포함한 무기를 전달하고, 미군 교관이 그 사용법을 가르친다’고 밝혔다. 토우 미사일을 비롯한 군사위성 수신, 야간적외선카메라 사용법등을 미국인 교관이 가르치고,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등이 자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바트 파테 알삼는 알 카에다의 한 부분이고. 본래는 내부적으로 IS와 한 그룹이었지만, 대부분의 IS 지도자들이 미국 정보기관과 연계되어 미국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면서 원칙을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점이 자신들과 명확히 다른 점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온건반군으로 제네바 평화회담에 참석하였던 제이시 알 이슬람그룹(Jaysh al-Islam group)은 또 다른 온건반군이라는 자유시리아군(FSA)에 통합되었고 이들 모두 자바트 파테 알삼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사령관은 이제 여러 반군을 재조직화(regroup)하여 조만간 러시아, 시리아정부군에 압도적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상 알레포 내에 있는 모든 반군이 IS와 쟈바트 파테 알삼으로 통합되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IS지도자들이 미 정보국과 연계되어 활동한다는 점과 ‘온건반군은 없다’라는 사실이 알 누스라 사령관의 입을 빌려 명확히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이 소위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지난 15년간 세계 각 곳을 침략하면서 벌여놓은 모든 전쟁이 거짓과 사기로 점철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언이다.

최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 곳에서 벌어진 IS소행의 각종 테러사건의 배후 역시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이다. 화들짝 놀란 알카에다 대변인이라는 자가 이 인터뷰는 ‘조작된 것’이라고 부인하였지만 그 이후 나온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이 증언이 사실과 가까움을 보여준다. 최근 위키리크스는 힐러리 클린턴과 그녀의 대선본부장 존 포데스타 사이에 오간 7,000건 이상의 이메일을 폭로하였다.

그 중 IS와 관련 주목할 내용은 2014년 8월17일 이메일이다. 여기서 그녀는 “미국이 사우디와 카타르로 하여금 비밀리에 시리아 내 IS와 다른 급진 수니파그룹에게 자금과 병참을 지원하도록 외교력과 정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러시아투데이.10.11) 알 누스라 사령관의 발언과 일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이 문자 그대로 ISIS를 만들었다”(1.2)고 한 발언이 다시 부각되었다.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은 미국이 IS를 비롯한 테러리스트와 싸운다는 것이 거짓임을 알리는 결정적 증거다. 미국이 5년여 동안이나 테러집단에 불과한 IS를 쳐부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미국의 밑바닥 본색이 드러났다.

그리고 자바트 파테 알삼 등은 사령관의 인터뷰 내용대로 미군 등이 시리아 기지를 공습하고 다리를 파괴하여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내부를 재정비하고 통합을 진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자바트 파테 알삼이 IS와 분리되어 활동하던 강력한 무장조직 알 아크사를 통합하였다고 보도하였다 (10.10) 미국은 과격이건 온건이건을 불문하고 흩어져 았는 테러집단을 통합하고 재정비하여 대규모의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연한 사실 앞에 우리는 과연 미국이 이런 거짓을 행하면서까지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전쟁의 당사자인 아사드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쟁목적을 “세계패권의 유지”라고 밝혔다. 미국이 패권의 유지를 위해 끝없는 전쟁을 일으키고 그 수단으로 테러리즘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테러라는 저열한 수단을 사용하면서까지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패권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허위의 가면이 벗겨진 이상 세계 정의의 창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자명하다.

미국의 세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인간세상의 변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지배와 예속을 강제하던 흐름이 이제 대세가 되어가는 독립과 자주의 흐름에 부딪혀 막바지 불꽃을 튕기고 있다. 장강의 새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은 자연사의 이치요 역사의 순리다.

(다음 내용은 3-2에서 이어집니다)

▲ 사진 출처 : 미국방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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