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선의 '정치는 시스템이다' ①

 20년 넘게 국회와 정당, 정부 등에서 활동하며 정치개혁을 고민해 왔다. 그간의 고민을 10여 차례 나누어 기고를 진행하고자 한다. 첫 번째 내용에서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앞으로는 사안별 사례와 경험을 토대로, 가능한 단순하고 쉽게 풀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정치개혁에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의 참여로 논의가 더욱 풍부해지길 희망한다. (필자)   

 

▲ 국회 전경(사진출처 국회 홈페이지)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의 권력을 실천하는 사람들

국회는 헌법 제1조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결과물이자,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의 주체이다. 국회의원은 스스로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고 권력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선거후 권력은 고스란히 국회의원만의 것이 됐다. 국민은 선거 때처럼 우리의 의견을 받아서 일하라고 했다. 더구나 다수의 지지를 얻었을 뿐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은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의 권력을 실천해 줄 이를 지정’한 것뿐이다. 그것도 완벽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는 다수 득표자의 승자 독식에 의해 지정된 것뿐이다. 정치 개혁의 첫 번째 과제가 여기서 출발한다. 국회가 국민의 권력을 정당하게 대신할 수 있는 구조, 즉 ‘개방된 국민 참여 시스템’을 만드는 것부터 정치 개혁은 시작된다.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원의 공적 활동 결과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원의 중요한 공무는 입법 활동(법률안 발의, 심의 등과 이를 위한 사전 사업 등)과 상임위원회의 활동(법안 심의, 국정 감사, 정책 질의 등)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자료요구, 서면질의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정보공개 절차에 따라 해당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거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의 법적 활동의 정보공개는 국민들의 정책 중심의 국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 토대이다. 국회의원의 활동에 의해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알 수 있고 바람직한 의견을 낼 수 있다. 국회의원의 정보 공개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정치 개혁의 출발점이다.

국회법 제 124조의 서면질의 규정을 활용해 상임위원회를 상설화한다

국회의원의 입법과 정책 활동은 상임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는 회의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 입법과 정책 활동의 양 부족과 질적 저하가 당연하다. 2015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면 위원 1인당 연간 발언 시간이 5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1회 회의에서 위원 당 10분 남짓의 질의만 허용된 것이다. 결국 상임위원회는 입법과 정책을 차분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권력과 권력의 충돌과 타협의 과정으로 전락한다.

시각을 바꿔야 한다. 직접 개최되는 회의와 별개로 입법과 정책의 내용을 논의하고, 국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에서 상임위원회를 개최하는 방법이 있다. 상임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리에 질의하고 답변하는 것이다. 국회법 제 124조의 ‘행정부에 대한 서면질의 조항’을 활용해서 서면질의와 답변의 내용을 온라인 공간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상임위원회 상설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인터넷 Q&A 방식의 ‘사이버 상임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보다 많은 정책 정보 공개로 국민 참여정치 활성화의 기반이 될 것이다.

개혁입법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입법이력추적제’는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19대 국회 역시 입법로비 사건이 발생했다. 정당한 입법 청원이 아닌 음지에서 이뤄지는 로비는 불법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입법의 전 과정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법률 제정에 필수적인 공청회를 비롯해, 법률 개정 청원 등 입법의 전 과정이 공개되어야 한다. 입법의 이유가 어느 단체나 전문가를 통해 이뤄졌는지 공개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독자적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경우는 자구의 수정 외에 극히 드물다. 최소한 전문가의 제안이나 관련 연구결과 등에 의해 개정의 사유가 발생한다. 따라서 정당한 국민의 입법청원권을 되찾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현재 한국은 정부 역시 입법발의권을 가지고 있다. 정부 역시 입법 발의를 할 때 입법의 이유에서 제안 단체나 인사, 공청회 등 관련 논의의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4대 경제개혁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경련 등 재벌과 경제계의 입장에서 개혁이지, 국민 대부분의 입장에선 개악이다. 그래서 ‘입법이력추적제’는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국회의원 보좌직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정책 중심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얼마 전 있었던 친인척 보좌직원과 관련한 파문에서 보듯이, 선진화됐다는 나라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실의 직원에 대한 규정이 달랑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중 “국회의원은 보좌직원을 둔다‘는 한 조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수치이다. ’국회의원 보좌직원에 관한 법률(이하 보좌직원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보좌직원법은 역할과 업무, 인사 등에 대해 규정되어야한다. 인사카드 역시 국회는 물론 정당에도 보관되어야 하며, 기본 인사정보는 공개 되어야 한다. 특히 인사는 소속정당의 관리가 필요하다. 정당의 공천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으니 정당이 당연히 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정당 차원의 정책 보좌직원의 공채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특히 4,5급 정책 보좌직원은 ’양성평등‘이 도입되어 각 1인 이상을 여성으로 둬야 한다. 제도적인 양성평등 구조가 개혁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을 담는 그릇, 정당 구조가 바꿔야

‘변호인’, ‘암살’, ‘베테랑’, ‘내부자들’, ‘부산행’, ‘터널’... 모두 천만 관객을 모은 한국영화다. 이 영화들은 정부와 사회의 구조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관객층은 청년층이며, 이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본다. 그러나 정치 참여는 미약하다.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정치개혁에 공감하지만 직접 나서지 않는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의욕부족 등 스스로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준비된 그릇이 없는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이긴 야당은 여당의 부정과 무능함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거둔 것에 불과하다. 천만 관객 영화 중 많은 영화들이 사회비판적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정치는 미래는 희망적이다. 한국 정치는 발전의 요인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를 담아야 한다. 지금의 정당 운영 시스템으로 담을 수 없다. 정당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

정당은 당원의 것이며, 당원은 권리와 의무에 따라 명확하게 관리 되어야 한다

당원의 권리와 의무는 명확하게 지켜져야 한다. 권리는 의무로부터 나온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당원은 당원자격이 정지되거나 당을 떠나야 한다. 당원은 당비 납부의 기본의무를 지켜야 한다. 당비는 실질적인 당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현실화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국고보조금을 당의 사무운영과 일반 관리를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국고보조금은 제도의 연구와 교육사업 등 정치의 진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당비로 당의 기본 살림도 못 꾸리는 정당은 수권의 자격이 없다.

당원은 정책 자료를 공급받고, 정책의 결정에 참여하고, 이를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팬클럽 같은 당이거나 폐쇄적인 이념 정당이 아니어야 한다. 스마트 폰을 활용한 ‘스마트 당원 교육시스템의 운영’은 ‘당원의 관심분야와 당의 기본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투자로 당원의 의무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스마트 폰에 익숙하지 않은 당원은 다른 당원과의 결연을 통해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다.

당원은 당의 주인으로, 당이 삶과 연계되어야 한다. 당내 동호회를 만들거나 관심분야에 따른 모임을 만들 수 있다. 당원들과 함께 농수산물 소비자협동조합은 물론 문화콘텐츠나 교육을 나누는 조합을 설립하고 활동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당원이 아닌 시민과 함께 할 것이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정당은 스스로 아름다워야 한다.

정당은 당원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정당의 인사 권한은 당원에게 있어야 한다. 선출직 후보자와 당직자(일반 사무, 관리직은 공채)는 당원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어야 한다. 현재 정당들은 당직자를 중심으로 소수 지도체계의 독점적 비민주 정당이다. 정당의 기본 사무 업무를 제외한 모든 용역 사업은 당원이 참여하는 ‘당원참여 심사시스템’을 통해 운영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당의 홍보를 비롯해 다양한 용역사업이 당직자를 중심으로 밀실에서 이뤄질 때 당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 등 희망 당원으로 구성한 ‘당원 심사위원 풀’을 통해 심사위원은 공급되어야한다

당원은 정책 결정의 권한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당원은 관심분야의 국회 상임위별로 배치되어 당원의 권리와 의무인 정책 정보자료를 제공받고, 교육받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이에 따라 정책과 입법 활동을 해야 한다, 한국의 IT수준은 충분히 활성화된 정책 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당원은 ‘정책 제안’을 하고, 당원의 논의를 거쳐, 국회의 입법이나 제도의 변화에 반영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정책 제안이나 입법 역시 당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국회의원의 정보공개 제도 도입과 상설 상임위원회 운영을 통해 당원은 ‘국회의원의 입법과 정책 활동’에 대해 알 수 있어야 한다. (다음에 계속)

 

김종선

국회문화관광위원회 위원 보좌관(1996~2004)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문화정책담당 행정관(2003)

문화관광부 문화행정 혁신위원회 간사(이창동장관 정책보좌역)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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